새 생명을 품는 여인의 헌신과 그걸 지켜보는 마음

지켜보는 것이 힘들기에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

by Alex

결혼하고 8년, 우리에게 2세가 생겼다.


2022년 11월, 기승을 부리던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며 우리는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여유를 즐기며 재미난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1개월 후 아내는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테스트기를 해보았고 그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온다. 곧장 산부인과를 향했고 그곳에서 5주 차 방콕이(태명)를 처음 맞이 한다.





임신을 하고 가장 먼저 몸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배가 나오기 시작하며 관절의 고통을 호소한다. 그리고 평소 먹고 싶지 않아 했던 과일을 찾기 시작한다. 매일 고통을 호소하며 잠드는 그 모습 나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뭔가 먹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무엇이든 해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이 없다고 한다. 그런 마음을 갖는 이유는 뭘까? 회사에서 고생하는 나에 대한 배려일까? 아니면 정말 먹고 싶은 게 없어서일까? 아마 전자이지 않을까 싶다.


임신 초기가 지나고 아내도 적응을 했나 보다. 여전히 고통이 따라오고 있지만 방콕이 만 생각하며 잘 견뎌낸다. 견뎌내는 모습이 때론 안쓰럽긴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집안일을 하려고 해도, 아내는 내가 하는 집안일을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퇴근하고 오면 언제나 집은 깨끗하다. 다만,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분리수거하기 등 방콕이가 생기기 전부터 해왔던 일들은 여전히 나의 몫이다.





오늘 있었던 일이다. 회사에 있는 나에게 아내의 전화 한 통이 온다.


"오빠, 지금 통화 가능해?"

"응, 가능하지, 혹시 무슨 일 있어?"

"아니, 병원에서 검사받았는데 방콕이가 좀 작아서 우리가 생각한 날에 낳을 수가 없대."

"아, 그런데 우리 방콕이 건강하지? 건강하기만 하면 되지."

"웅, 건강하고 잘 움직여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다행이다. 그럼 된 거지!"

"오빠, 그런데 나 백설기가 너무 먹고 싶어."

"아 그래? 오빠가 회사 마치고 바로 백설기 사가지고 갈게."

"웅 알겠어, 나 오늘 너무 피곤해서 좀 자고 있을게."

"응 전화 끊을게, 좀 쉬고 있어."


이렇게 통화를 끝낸다. 먹고 싶어 하는 음식도 없었던 아내였기에 퇴근할 때 반드시 백설기를 사가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업무에 열중을 했고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드디어 퇴근! 퇴근 후 회사 앞 떡집을 간다. 아뿔싸! 떡집이 문을 닫았다. 급하게 주변을 둘러본다. 떡집이 없다. 그래서 급한 대로 집 앞 떡집을 찾아본다. 1km 이내 5개 떡집이 있다. 이곳을 다 가보리라 생각하며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서 내린 뒤, 가장 가까운 떡집부터 간다. 역시나 문은 닫혀있다.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든다. 발걸음이 빨라지고 다른 떡집을 향한다. 습도가 높은 덕분이지 땀은 비 오듯 흐르고 내 마음은 더 급해진다. 2번째도, 3번째도 문은 닫혀 있다. 아 임신기간 동안 뭔가 먹고 싶다고 한 적이 없기에 꼭 사서 주고 싶었는데 결국 사지 못했다. 1시간 동안 걸어 다녔지만 헛걸음을 했을 뿐이다. 전혀 힘들진 않았으나 마음이 힘들 뿐이다. 어쩔 수 없이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 떡집이 다 문을 닫았네 5곳이나 가봤는데 다 문을 닫았어."

"아 어쩔 수 없지, 더운데 고생했겠네, 얼른 들어와."

"웅 알았어. 지금 바로 들어갈게."


그렇게 백설기를 구하지 못한 채, 집으로 터덜 터덜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던 중 뇌리를 스치는 요즘 유행한다는 빵! 그 빵이라도 사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편의점으로 향해 그 빵을 찾아본다. 다행히 하나가 남아 있다. 그 빵을 들고 집을 들어간다.


"오빠, 고생했어!"

"아니야, 내가 떡은 못 사 왔는데 이 빵이 유행한다고 해서 사 왔어! 좀 비싸긴 한데 정말 맛있대!"

"꺅! 고마워, 같이 먹자 오빠도 먹고 싶을 거잖아."

"웅, 맞아 나도 먹어보고 싶어 ㅋㅋㅋ 같이 먹자."





임산부로 고생하고 있는 아내에게 맛있는 음식을 구해주고자 1시간 동안 길을 헤매며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그 감정을 항상 기억하며, 새 생명을 품고 있는 그 헌신을 기억하며 그 헌신에 대한 보답으로 책임감을 가지는 가장이 되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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