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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재영 Sep 28. 2019

글 짓는 가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 왔다고 한다. 날씨가 책 읽기에 좋다는 의미인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책 읽기만 좋은 것이 아니고 여행 가기도 좋고, 공부하기도 좋고, 사색하기도 좋고, 일하기도 좋고 다 좋은 데 굳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는지 궁금해진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책을 읽을 계획을 세우고 서점도 찾고 책과 관련된 행사에도 참여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하던 책을 가까이하며 자신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보려고 노력한다.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음을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올해 가을은 나에게 특별한 계절로 다가오고 있다. 독서의 계절이 아닌 글쓰기에 좋은 계절로 다가온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처음 맞는 가을이다. 가을만큼 글쓰기에 좋은 계절도 없을 것 같다. 일단 날씨가 좋고, 글감이 지천에 깔려 있고, 글을 찾아 떠나기도 좋고, 자연 자체가 소재가 되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여름내 잘 써지지 않던 힘듦 속에서도 가을이 오길 기다리며 꿋꿋이 글을 써 왔다. 가을이 되면 글이 그냥 써질 것 같은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이 수반되는 작업이다. 일단 글감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일상이 모두 소재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를 글로 표현해 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전체 글의 짜임새를 갖추어야 하고, 독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글이 내용만을 전달하는 형식이면 너무 단조롭고 식상하다.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하고 신선한 소재들이 포함된 입체적인 글이 되어야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다. 표현하자며 그렇다는 것이지 이런 요소가 모두 담긴 글을 쓴다는 것은 고수의 경지에 다다른 베스트셀러 작가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올해 문예반에 등록하여 “나의 첫 글”을 시작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필휘지로 한 편을 써내려 간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일주일 내내 씨름하며 간신히 한 편을 완성한 날들이 많았다. 그래도 매주 꾸준히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지만 글도 쓰다 그만두면 다시 글을 쓰는 게 쉽지 않기에 부족하고 힘들어도 계속 쓰려고 했다. 파일에 한 편씩 쌓여가면서 나만의 작품으로 간직할 것인지, 다른 사람과 공유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혼자만 간직하는 일기가 아니고 출간을 전제로 하는 작품을 쓰는 것이라면 독자의 생각이 궁금해지 시작했다.


  고민 끝에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해서 선정이 되었다. 매주 한편씩 브런치에 작품을 올리며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아직 구독을 해 주는 독자가 많지 않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이기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주 글을 써서 올리고 있다. 매주 글을 쓰는 이유이다.     


오늘도 카페 한쪽 구석에 앉아 있다.

노트북을 열고 자판에 손을 올려보지만

한자도 쓰지 못하고 시간만 흐른다.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긴다.

하얀 바탕에 검정 글자가 춤추기를 기대하지만

화면은 어느덧 물방울만 둥둥 떠다닌다.   

  

밖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글쓰기 좋다는 가을에 비까지 내려 주는데

이래도 글을 쓰지 못하겠냐고 놀리는 듯하다.     


글은 짓는다고 한다.

장인의 마음가짐으로 다가가 본다.

글을 짓는다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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