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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to the 재 to the 영
아이들을 만나는 순간 용기를 내서 “홍 to the 길 to the 동 ~~” 인사를 했다. 아이들은 깜짝 놀라 잠시 머뭇거리더니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에 깔깔대며 배를 잡고 뒤로 넘어갔다. 어색함과 창피함으로 괜히 했다는 후회를 할 무렵 상황을 파악한 아이들이 환한 모습으로 “송 to the 재 to the 영”을 소리 높이 외쳐 주었다.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드라마에서 본 인사법이 생각났다. 몸치를 무릅쓰고 손짓 발짓을 하며 우영우 인사법을 열심히 배웠다.
5개월 동안 매주 지역아동센터에 있는 아이들과 멘토링을 진행했다. 지역아동센터는 초등학교 2-3학년 6명이 대상이어서 오랜만에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었다. 한 주 한 주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한 아이의 말투나 그림이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아이는 주위가 산만하고 다른 아이들의 행동을 방해하기도 하며, 자신은 못된 아이이고 필요 없는 사람이니 없어져야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게 했다. 그림을 그릴 때도 뿔이 있는 괴물을 그리거나 무서운 형상의 사람을 그리곤 했다. 1:1 면담을 거치면서 아이의 가정환경과 주위 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 후에는 아이가 그런 말을 하면 즉시 중단시키고 “너는 이 세상에서 무척 소중한 아이이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어. 네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있고, 앞으로 너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며 사랑을 나눠주는 멋진 어른이 될 거야.”라는 말을 계속해주며 스스로도 그런 말을 하도록 했다. 만나면 꼭 안아주고,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잘한다고 칭찬하며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려 노력했다. 아이는 멘토링 시간이면 곁에 앉아 수시로 나의 손을 만지기도 하고 손등을 쓰다듬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 아이를 쳐다보며 웃어 주었다.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18주 동안 동화책을 읽고 생각을 공유하고 동화 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며 아이들의 동화를 만들어 갔다. 또랑또랑한 목소리, 초롱초롱한 눈, 장난기 많은 얼굴,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과 지내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매주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마냥 행복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웃고 떠들고 장난하는 아이들의 얼굴 사이로 언뜻언뜻 그늘이 보였다. 센터 선생님에게 아이들에 대해 한 명 한 명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아이들 개개인의 여건과 환경을 알게 되었다.
내가 멘토링을 지원한 이유를 되새겨 보았다. 학교 선생님처럼 아이들의 학습을 위해 온 것이 아닌데 잠시 멘토의 역할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 한 명 한 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아이들의 말에 귀를 쫑긋하며, 아이들과 같이 호흡하려 노력했다. 18주의 과정을 통해 한 권의 동화책을 읽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한 권의 동화책이 되었다. 마지막 멘토링 시간엔 아이들이 선생님의 모습을 그려주겠다고 했다. 앞으로도 자기들을 잊지 말라며 정성스레 그린 내 모습에 응원의 글까지 적은 각자의 그림을 건네주었다. 이렇게 멋진 선물을 받아도 되는지 반성하며 울컥했다. 지금도 거실 중앙 벽면엔 아이들이 그려준 응원의 그림이 환한 모습으로 걸려 있다.
많이 부족하지만 이 정도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튜터와 동료 멘토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튜터는 멘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지도해 주는 사람이다. 멘티기관과의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서도 중간에서 역할을 해 준다. 새로운 멘토링 기법이 있으면 수시로 공유해 주고 멘토링에 참관도 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함께 한 멘토들도 진정한 나의 멘토였다. 멘토들은 사회 선배로서 막 사회에 발을 내디딘 나를 위해 조언도 해주고 응원도 해 주었다. 멘토링에 힘들어할 때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해 주고 함께 고민하며 방법을 찾아 주기도 하였다. 한 달에 한 번은 튜터의 주관 하에 간담회를 갖고 멘토링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이나 멘토링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분기별로 기관에서 워크숍을 주관하여 많은 멘토들과 교류도 하고 새로운 기법도 배우며 멘토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도 있었다. 한 명의 좋은 멘토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멘토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처음에는 잘 모르는 상태여서 쉽게 지원을 하였지만 이제 멘토링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