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언제나 강인하셨다.
환히 웃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신 것도 아니었지만, 울거나 약한 모습을 보인 적도 없으셨다.
할머니의 단단한 모습만 바라보다가, 어느새 뒤돌아보니 많이 약해지신 할머니가 계셨다.
2023년 추운 동짓날,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주야… 놀라지 말고 잘 들어라. 할머니가 크게 넘어지셔서 병원에 계신다.”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에 내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다.
다음 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그놈의 코로나 규정 때문에 보호자 1명 외에는 병동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고관절 골절 수술 후 할머니께서 섬망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천년만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는 할머니의 모습이 왜 하필 이런 상황이어야 할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스스로가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아직 마취가 덜 깬 할머니께서 날 알아보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수술실 앞으로 뛰어갔다.
희미하게 뜬 눈으로 날 보시던 할머니는, 나를 알아보자마자 말씀하셨다.
“주야, 회사는 우야고 여까지 왔노.”
섬망 증상 없이 또렷이 날 알아보는 모습에 안도함과 동시에, 그 와중에도 손녀의 회사 걱정을 하는 할머니가 안타까워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딸과 손녀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할머니는 보호자 출입이 제한되는 간호간병통합병동에 계속 계시고 싶어 하셨다.
힘든 시간을 버텨내신 끝에, 지금은 다행히 많이 좋아지셨다.
그런데도 매일이 불안하다.
다음에 찾아뵐 때 더 약해지신 모습이면 어떡하지…
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할머니께 먼저 연락드려야겠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머릿속에 누군가 떠오른다면, 지금 바로 연락드려보세요.
우리의 작은 안부가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