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 자신이 미련하다고 느껴져요"
두 달에 한 번씩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 간다. 돌이켜보니 약 6년 정도 됐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장기간 번아웃 상태라고 하셨다. 바쁜 건 알겠지만, 쉬어가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항상 새로운 걸 하는 걸 좋아하고, 반복적인 업무나 확실한 결론이 보이는 보고서 작업을 싫어한다.
비록 반복적인 일을 하더라도 워라밸이 지켜지는 직업을 생각해 본 적 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퇴사할 것을 알기에 주저하고 있다.
진료 말미에 선생님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고 했다.
가끔은 제가 존재한 적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극단적인 선택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냥 숨고 싶을 때도 많아요. 근데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지는 모르겠어요.”
차마 ‘삶이 고달파요’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대신, “선생님, 저는 이런 생각이 드는데 심각한 상태인가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아주 바쁜 삶을 살아야 하는 현대인은 번아웃에 매우 취약하죠. 소멸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최근에 처방해 드리는 약 용량을 좀 늘렸지만, 용량 자체가 크지 않아요.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쉬어야 하는 건 틀림없어요.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걸 명심하세요.”라고 하셨다.
두 달에 한 번씩 선생님을 뵐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이 있으면 의사 선생님께 항상 물어보곤 한다.
신경정신의학과 전문의이신 내 담당 선생님은 명상, 산책, 수면 등 생활 습관을 강조하신다. 정신과 약은 도움이 될 정도만 처방하신다. 5~6세 아이들이 밤에 자다가 깨서 불안해하는 경우에 처방하는 용량이라고 하셨다.
두 달 뒤로 예약을 잡고 진료실을 나왔다. 한 마디를 덧붙이며,
선생님, 저는 바쁘게 지내도 연구하는 게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우울하고 무기력해져요.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그게 참 어려워요. 그래서인지 이런 제 자신이 미련하다고 느껴져요
본인의 삶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믿는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의 결정으로 생긴 결과는 온전히 나의 책임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제 곧 마흔을 앞뒀지만 내 자신을 알아가는 긴 여정은 현재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