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체중이 늘거나 피곤하고 몸이 예전 같지 않으면,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결심하신 분이 오셨습니다. 남들처럼 매일 고기나 기름진 걸 먹는 것도 아니고, 평소 앉아서 일해서 활동량이 적은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전보단 덜 움직이는 건 맞다고 하였습니다. 오후 되면 피곤해서 아무 생각이 안 나지만 퇴근이 늦어 저녁을 충분히 먹어야 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야식은 별로 안 하는 편이고 더러 퇴근하고 나서 배달음식을 먹는 경우가 한 달에 한두 번 있다고 합니다. 새벽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하는 직장 때문에 남들처럼 본격적으로 운동을 배우거나 센터에 다닐 염두가 안 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매일 1만 원 모으면 1년 후 365만 원 되듯, 매일 점심시간에 걷고 식사도 나름 줄여서 4-5킬로그램 줄이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6개월 어렵게 노력했으나 체중은 똑같고 몸은 힘들다는 것입니다. 돈은 조금씩 모으면 모이는데 왜 체중은 똑같은지 고민입니다.
과학적 배경>
식사를 조금 줄이고 운동도 매일 하면 그만큼 칼로리가 감소하여 장기간 모이면 체중이 꽤 빠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1.6 킬로미터 걸어 100 kcal 감량하면 5년 후 22.7kg 감소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로 4.5kg 밖에 감소하지 않습니다. 4.5kg라는 것이 많다고 할 수 있으나, 연구대상이 백인 평균 체중 100kg 이기 때문에 대략 5% 정도는 감소한 것입니다. 걷기 매일 하면 자신의 체중에서 5% 정도는 감량할 수 있습니다. 60kg 일 때 2-3kg 정도는 감량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몸은 식사 감량과 활동량 증가로 소모되는 에너지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활동량과 식사 감량에 대해 인체 내에서 대사량과 소모량 간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가 있습니다.
다음표는 미국 당뇨병, 소화기질환 그리고 신장질환 국립연구소 케빈 홀 박사님의 연구입니다. 체중(body weight, BW), 체지방(body fat mass FM), 총 에너지 소모량(total energy expenditure TEE), 기초대사량(resting metabolic rate RMR), 식사 섭취(energy intake EI), 신체활동량(physical activity expenditure PAE)에 대한 50개의 실험 자료를 통해서 식사 감량, 운동에 따른 각 요인의 변화를 컴퓨터 시뮬레이션한 연구입니다.
A. 초저칼로리 식사(800kcal) 2-3달 시행하고 이후 체중 유지할 정도 식사하여 총 6개월 시행.
B. 25% 식사 감량 6개월 시행.
C. 12.5% 식사 감량과 12.5% 칼로리의 운동을 매일 시행.
A 그래프는 매일 800kcal 정도로 저칼로리 식사를 2개월 정도 하고 이후 체중 유지되는 정도만 식사를 늘린 결과입니다. 평소 매일 2500kcal 식사를 800kcal로 줄였고 2달간 11kg 정도 감소하였습니다. 체중 감소량은 체구가 아시안 보다 큰 사람 대상입니다. 총 칼로리 섭취량은 1700kcal 정도 줄었고 이와 동시에 총 에너지 소모량이 약 700kcal 그리고 신체활동량은 약 200kcal가량 감소하였습니다. 식사 감량에 에너지 소모량을 완충하기 위해 총 에너지 소모량과 신체활동량이 감소하였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한 것입니다. 아무리 식사를 줄인 만큼 체중이 감소하지 않는 이유는 식사를 줄인 만큼 다른 곳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도 감소한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인 평균 총 칼로리 섭취량도 평균 2500kcal가량이므로 800kcal 이면 1일 1식으로 생각됩니다. 평균 식사량과 저칼로리 식사량이 어느 정도인지 아래 사진이 잘 보여줍니다.
아래 그림이 800kcal 식사입니다(사진 조선닷컴).
B 그래프는 25% 식사 감량을 6개월 시행하였습니다. 평균 2900kcal 에서 25% 감량하여 평균 2200kcal 식사하였습니다. 체중은 8kg가량 감소하였고(연구 대상이 체구가 큰 서양인이라는 점 고려해주십시오), 총 에너지 소모량과 신체활동량은 완만하게 감소하여 저칼로리 식사보다는 완만한 체중감소를 보였습니다.
C 그래프는 12.5% 식사 감량과 12.5% 칼로리의 운동을 매일 시행한 결과입니다. 총 신체활동량(PAE)이 약 700kcal 에서 1100kcal으로 늘었고 총 에너지 소모량도 증가하였습니다. 2600kcal의 12.5% 는 325kcal입니다. 식사량으로는 밥 1.5 공기 정도이며, 300 kcal 운동은 체중 60kg 기준으로 걷기 1시간 40분, 자전거 타기 1시간 40분, 팔 굽혀 펴기 1시간 20분, 계단 오르내리기 1시간라고 합니다.
Predicting metabolic adaptation, body weight change, and energy
intake in humans. Am J Physiol Endocrinol Metab 2010;298:E449-66.
해설 및 대책>
바쁜 직장생활, 잦은 야근과 회식을 하고 나면 예전 같지 않게 매우 피곤하여 일상생활도 어렵습니다. 운동도 하고 살도 빼야지 생각하면서도 좋아하는 여가 활동도 시간 없어 못하는데, 운동까지 해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더 미룰 수 없어 여러 번 마음을 먹고 ‘나름대로’ 다이어트를 시작합니다.
동영상이나 SNS 에는 다이어트 자랑으로 넘쳐납니다. 어마어마한 체중을 감량한 사람들, 그리스 조각상 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새벽 출근, 밤늦게 퇴근하고 다이어트에 좋다는 닭가슴살을 별도로 준비하긴 불가능한 분들이 많습니다. 거창한 다이어트는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한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시도합니다.
점심에 걷기, 식사할 때 조금 덜어내고 먹기, 기름진 거나 고기는 가급적 먹지 않기 등등. 평소 먹던 음식을 가려먹으니 신경도 쓰이고 하지 않던 걷기를 하니 다소 힘든 느낌도 듭니다. 남이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먹고사는 문제라서 조금 바꾸는 것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신경 쓴다고 해도 어쩔 수 먹고나 걷기를 못할 때도 많기 때문입니다. 몇 달 후엔 적어도 4-5kg는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체중이 거의 같다는 데 있습니다.
앞에서 알아본 것과 같이, 평민이 보기에 극단적인 다이어트나 운동을 하더라도 결코 쉽게 체중이 변하지 않습니다. 몸은 칼로리 변화를 최대한 줄이려는 경향이 있으며, 식사 감량이나 운동으로 총 에너지 소모량, 기초대사량, 신체활동량에 따른 칼로리 변화가 크지 않습니다.
조금 노력해서 달성할 수 있는 체중감량 정도는 매우 적습니다. 평소 간식이나 체중 증가가 많았다면 좀 더 많이 체중이 줄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정도의 체중으로 감량하려면 적당한 노력으로는 매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