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다리 준 Oct 15. 2021

북유럽 커피-행복한 사람들의 정직한 커피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고 하면 어디가 떠오르나요?’라고 물으면 복지 강국으로 유명한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복지 강국이라고 생각하는 북유럽 나라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정도이다. 아이슬란드도 노르딕 5국 안에 들어가고 훌륭한 복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왠지 복지 국가로서 이미지는 강하지 않다. 각종 매체나 도서 등에서 소개하는 내용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를 키워드로 책을 검색하면 복지, 교육, 평등, 행복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책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아이슬란드로 검색하면 대부분이 자연환경과 여행을 소개하는 책자들이니까. 그러니 아이슬란드를 제외하고는 북유럽 국가들의 이름을 알린 가장 유명한 상품은 인테리어 제품도 자연환경도 아닌 복지 제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그렇다면 북유럽 국가의 삶과 환경은 모두 완벽할까.


북유럽 나라 대부분은 백야 현상이 나타나는 여름 기간을 제외하고는 일 년 내내 제대로 된 햇빛을 보고 살기 힘들다. 눈과 비가 자주 내리는 흐린 날씨 때문에 우중충한 기후로도 악명이 높다. 북유럽 신화가 왜 괜히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가득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탄탄한 복지 제도와 함께 이들의 삶에 깊게 자리 잡은 삶의 태도에 있다.

스웨덴 사람들의 라곰(Lagom)[1]이라 불리는 삶의 태도와 피카(Fika)[2] 같은 휴식 시간, 영어로 커피 브레이크로 번역될 수 있는 핀란드 사람들의 까흐비따우꼬(Kahvitauko), 휘겔리[3]하게 즐기는 덴마크 사람들의 커피 브레이크인 카페파우제(Kaffeepause) 등 지칭하는 용어는 다양하지만 일과 적당한 휴식의 균형을 맞추고,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이들의 태도와 노력은 다르지 않다.


이런 북유럽 사람들의 휴식 시간에 빠져선 안 되는 게 바로 커피이다. 매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와 도시를 뽑을 때 빠지지 않는 나라가 이 북유럽 국가들인데 대부분이 항상 10위권에 들어가고 가끔 떨어지는 일이 있어도 상위 20개국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 커피 소비량에서도 북유럽 국가 대다수가 항상 10위권 안에 들어간다. 특히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는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행복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우리나라도 커피를 많이 마신 다지만 북유럽 국가의 소비량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모든 면에서 소비 대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도, 현대 커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도, 커피의 수도라 불리는 멜버른이 있는 호주도 커피 소비량에서는 북유럽 국가들에 한 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4] 이들은 평균적으로 1인당 하루에 3 - 4잔의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이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6 - 10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커피에 대한 사랑을 양으로 표현한다면 이들만큼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이렇게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춥고 어두운 날씨나 일과 휴식을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적인 이유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가지를 꼽자면 북유럽에서 시작된 라이트 로스팅 스타일, 즉 노르딕 로스팅도 한 몫하지 않을까. 원두를 약하게 로스팅하고 브루잉함으로써 원두가 가진 본연의 맛을 극대화한다. 추출된 커피에서는 강하게 로스팅한 원두에서는 느끼기 힘든 꽃 향기와 과일향, 그리고 밝고 선명한 플레이버 등을 느낄 수 있어 마치 차를 즐기듯 부담스럽지 않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약 20여 년 전, 다크 로스팅의 강한 커피를 자주 마셨으나 북유럽에도 불어닥친 스페셜티 커피의 흐름과 함께 라이트한 노르딕 로스팅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그 물결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2000년부터 10년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수상자 중 6명이 모두 북유럽 출신이라는 점이 그 반증 아닐까. 스페셜티 커피의 대두, 북유럽 바리스타들의 약진과 함께 노르딕 스타일의 커피는 전 세계 커피 문화를 이끄는 커다란 축을 이루게 된 것이다.


가장 선두에 섰던 건 노르웨이의 팀 윈들보(Tim Wendelboe)였다. 2004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으로 전 세계에 노르딕 스타일의 커피를 알린 북유럽 커피의 대명사이다. 또 다른 카페로는 푸글렌(Fuglen)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노르웨이에서 온 커피로 유명하기보다 일본 도쿄에서 꼭 가봐야 할 카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덴마크에서는 커피 콜렉티브(Coffee Collective)가 커피 맛은 물론 원두 생산자의 이득 증진을 위한 투명한 정책을 펼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스웨덴의 드롭 커피(Drop Coffee)는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피카를 위한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북유럽 감성을 느끼기 위해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고 커피 한 잔을 마시려면 꽤나 많은 돈이 들 것이다. 그럴 것 없이 잠시 발걸음을 옮겨보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정직한 커피가 멀지 않은 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1] 균형 잡히고 적당한.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상태나 태도 등을 일컫는 말

[2] 스웨덴 문화에서 중요한 한 부분으로 커피 또는 차 한 잔에 빵 등의 간단한 먹을거리를 곁들여 가지는 여유 시간이다.

[3] 휘게스럽게 라는 뜻으로 안락함과 편안함에 이르는 휘게(Hygge) 상태를 느끼는 것.

[4] 2021년 기준 1인당 커피 소비량

핀란드: 12.2kg

노르웨이: 9.9kg

덴마크: 8.7kg

스웨덴: 8.2kg

(출처: pull&pour)

대한민국: 1.7kg

(출처: Statista)


이전 07화 벤치 커피 스튜디오 (BenchCoffeeStudio)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