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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 준 Oct 15. 2021

에디션 덴마크 (Edition Denmark)

매년 여러 매체에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선정한다. 매체마다 선정하는 기준은 다르지만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얼마나 좋은지 평가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 모노클(Monocle)에서 선정하는 살기 좋은 도시(Liveable Cities Index) 2021에 코펜하겐이 1위를 차지했다.

아이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고, 소득이 낮은 사람이라도 살기에 적합하고, 우수한 대중교통 시스템에 공기는 깨끗하고 항구의 물조차도 수영하기에 충분히 맑은 도시. 이런 평가를 받는 코펜하겐은 도시의 치안부터 환경적인 부분까지 높은 수준을 이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형형색색의 건물이 줄지어선 뉘하운(Nyhavn) 운하의 아름다운 노을만이 코펜하겐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이유이다.


코펜하겐이 이렇듯 행복한 도시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소는 바로 투명한 국가 운영에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I)에서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 CPI)를 보면 덴마크는 거의 매년 1위를 차지한다. 허례허식을 버리고 권위를 내려놓은 사법부와 입법부, 거기에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 힘을 보탠 덕에 덴마크의 국민들은 국가의 운영을 믿고 따를 수 있는 것이다.

투명성과 공정함에 대한 DNA라도 내재되어 있는 듯한 덴마크 사람들의 정직함을 느껴볼 수 있는 세계적인 로스터리를 바로 이 코펜하겐에서 만나볼 수 있다.


베이커리 한 곳을 포함해 총 7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커피 콜렉티브(Coffee Collective)는 덴마크의 스페셜티 커피 신에서 가히 독보적인 존재이다. 단순히 커피에 대한 전문성과 맛, 그리고 세계적인 유명세 때문만은 아닌 공생을 위한 그들의 노력 때문이다.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클라우스 톰센(Klaus Thomsen), 월드 컵 테이스팅 챔피언 캐스퍼 엥겔 라스무센(Casper Engel Rasmussen), 그리고 CEO이자 생두 구입을 담당하는 피터 N. 두폰트(Peter N. Dupont)가 2007년 설립했다. 설립한 지 1년 만인 2008년부터 원두 재배 농가와 직접 거래하며 투명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 운영을 지속했다. 그런 의미에서 커피 콜렉티브는 제3의 물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카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커피 제3의 물결은 싱글 오리진, 스페셜티 커피라는 품질 좋은 원두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원두의 재배부터 수확,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여기에는 공정한 거래를 위한 노력도 포함된다. 커피를 재배하는 농장과 다이렉트 트레이딩으로 거래하는 대부분의 로스터리가 그러하듯, 커피 콜렉티브도 커피 농장과 상생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테이스팅 노트에 원두에 대해 알아야 할 내용을 빠짐없이 적고 웹사이트를 통해 농장주의 철학과 노력을 고객들에게 전달한다.


무엇보다 퀄리티 보너스(Quality Bonus)란 제도를 활용하여 품질이 좋은 원두에는 더 높은 원두값을 지불함으로써 커피 재배 농가를 경제적으로 지원한다. 원두 포장지에 보면 Kvalitetsbonus[1] 200% 라고 적힌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퀄리티 보너스의 퍼센트이다. 200%라고 적혀있다면 시장의 일반적인 시세보다 2배의 금액을 주고 원두를 구매했다는 뜻이다. 원두에 따라서는 2500% 이상을 책정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농가에는 진정 열심히 일하여 좋은 결과를 낸다면 그 결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로스터리에서는 품질이 확실한 농가에 더 좋은 원두 생산을 위한 투자를 함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는 건강하고 투명한 거래라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커피 콜렉티브의 커피는 다른 어느 곳의 커피보다 조금 더 마음 따뜻하게 마실 수 있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나마 재배 농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운 좋게도 서울의 조용한 동네 한 켠에서 바로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커피 콜렉티브의 국내 공식 수입원이자 디스트리뷰터인 에디션 덴마크는 단순히 커피나 기타 제품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덴마크의 문화, 그 일상적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한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는 시간이 조금 느리게 가는 듯하다. 쫓기는 삶이 아닌 쉼과 여유가 있는 조금은 느긋한 삶과 닿아있달까. 그 점에서는 서촌이라는 동네에 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 한시도 쉬지 않고 빠르게 흘러가는 서울에서 옛 모습을 하나둘 세어가며 천천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서울의 몇 안 되는 동네니까.



에디션 덴마크 쇼룸으로 들어가면 마치 온실에 있는 것만 같이 포근하다. 6-7평이나 될까 싶은 한 칸의 아담한 공간이지만 머무르는 내내 답답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입구의 문과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쇼룸 내부에 머무르면서도 길가에 자리한 노천 카페에 앉아있는 듯한 개방감이 있다. 입구를 등지고 앉는 바에서도 발코니에 앉은 듯한 착각이 드는데 바 안쪽이 벽 대신 유리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라면 건물의 차고지로 사용되었을 죽은 자리였지만 유리 온실을 만들 듯 바 구역을 확장하여 쇼룸 안에서도 하늘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멋진 공간을 완성하였다.



에디션 덴마크 쇼룸에서는 커피 콜렉티브의 싱글 오리진 원두를 메인으로 제공한다. 그중에는 세계 3대 커피로도 불리는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도 있는데 다른 원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금방 재고가 소진되곤 한다. 물론 그 맛과 품질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커피 콜렉티브에서 엄선한 케냐, 콜롬비아 등지의 수준 높은 원두를 필터 커피로 즐길 수 있다. 시즌마다 조금씩 원두의 종류도 달라지니 새롭게 만날 원두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갈 수 있다.



커피 외에도 덴마크의 차와 꿀 등 다양한 제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데 카페인을 과다 충전한 상태라면 ‘A.C 퍼치스 티핸들’의 차를 마셔볼 것을 추천한다. 코펜하겐 중심가에 자리한 이 찻집은 1835년부터 5대째 이어져 내려오며 2002년에는 덴마크 왕실의 공식 차 조달 업체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다. 그만큼 차의 맛과 품질에 있어 최고임을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 아닐까. 특히 ‘씨브리즈(Sea Breeze)’는 디카페인이라 저녁 늦게 마셔도 부담이 없고, 콜드 브루를 추출하듯 차가운 물에서 오랜 시간 우려내도 쓴 맛이 나지 않아 차에 조예가 없는 초보자라 해도 큰 어려움 없이 마실 수 있다. 차가 들어있는 티 캔도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해서 종류별로 구비해놓으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커피를 마셔도 좋고 차라 해도 좋다. 숨이 차고 힘이 들 때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휘겔리하게, 소박하고 여유롭게 가장 행복한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자.



[1] Kvalitet은 덴마크어로 품질(Quality)을 뜻하며 Kvalitetsbonus는 퀄리티 보너스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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