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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 준 Oct 16. 2021

올웨이즈 어거스트 로스터스 (Always August)

걷기 좋은 거리, 핫플레이스 등 인기 있는 동네는 이벤트의 밀도가 높다고 한다. 유현준 교수의 ‘어디서 살 것인가’를 보면 이벤트 밀도란 ‘1백 미터를 걸어가면서 내가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는 가게 입구의 숫자’라고 한다. 신사동의 가로수길이나 도산 공원 주변, 성수동의 서울숲 카페 거리, 홍대의 축제 거리 같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거리들은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 등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수도 없이 놓여 있다. 그런 지역에는 자연스레 이목을 끄는 장소가 생기고 새로운 먹을거리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중 수준 높은 음식이나 음료를 제공하는 식당이라면 단골이 생기며 자연스레 인파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톡홀름의 쇠데르말름(Södermalm)은 그 주변 도시 중에서 가장 이벤트의 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일 것이다.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이름 높은 쇠데르말름 지역에는 다양한 편집샵과 빈티지 가게들이 몰려있고 일반적으로 이른 저녁에 영업을 중단하는 북유럽의 시간 패턴과는 달리 좀 더 늦게까지 영업하는 가게들도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카페들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스웨덴에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는 필수 요소이다. 커피와 함께 케이크, 빵 등을 먹으며 친구, 동료 등과 담소를 나누고 또 휴식을 취하는 이 시간을 피카(Fika)라고 하는데 회사에서 조차 의무적으로 피카를 위한 시간을 정해서 지켜야 할 만큼 스웨덴 사람들에게 있어 삶의 한 축을 이루는 중요한 시간이다.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피카 때 마시는 커피는 다크하게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무겁고 강한 맛이었지만 스페셜티 커피가 유입되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변화를 선도한 카페 중 하나가 바로 쇠데르말름에 있는 드롭 커피(Drop Coffee)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피카를 위한 장소로 사랑받는 이 카페는 다채로운 건축물로 유명한 구시가지 감라스탄(Gamla Stan) 지역과도 가깝다. 유럽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주변 거리는 중간중간 노천 카페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자리를 내어준 도로들도 눈에 띄는데, 눈이 즐거워지는 거리를 걷다 보면 그윽한 커피 향에 이끌려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원두와 커피 품질에 있어 스웨덴 최고라고 손꼽히는 드롭 커피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2009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각종 대회에 참가하며 월드 로스터 챔피언십, 스웨덴의 라테 아트, 로스팅, 브루잉, 바리스타 챔피언십 등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수상한 횟수만 15회가 넘을 만큼 카페 스태프들이 자신을 발전시키고 커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그 결과 200여 명의 요식업 종사자들이 좋아하는 식당을 투표하는 스웨디시 가스트로노미(Swedish Gastronomy)에서 2019년에 이어 2021년에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수준을 높여 온 노력의 결실일 것이다. 이 수준 높은 드롭 커피의 맛을 공식 디스트리뷰터 올웨이즈 어거스트를 통해 망원동의 조용한 동네 한켠에서 경험할 수 있다.




올웨이즈 어거스트 로스터스는 2021년 2월에 문을 열었다. 오픈한 시기를 보면 요 근래 문을 연 새 카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몇 년 전부터 이미 경북 경산에서 영업을 하며 드롭 커피를 수입하던 곳이다. 본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경산의 올웨이즈 어거스트는 넓은 실내 공간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반면 망원동으로 오면서는 마치 다른 카페가 된 듯하다. 언뜻 보면 스웨덴 드롭 커피를 오마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달까. 드롭 커피는 카페 내부의 카운터, 테이블, 선반은 물론 외부를 장식하는 창틀과 바로 앞의 외부 자리까지 모두 나무로 제작하여 통일성을 갖추면서도 색에 변화를 주며 단순함을 피했다.

올웨이즈 어거스트 로스터스도 인테리어는 물론 외부 디자인에 모두 나무를 사용하여 따뜻한 느낌을 준다. 다양하게 변화를 준 나무색과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센스 있는 포스터들, 카운터 너머 선반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아이템들 덕분에 통일성 있으면서도 눈이 심심하지 않다. 또한 햇살이 비추는 날이면 카페 외부를 두르고 있는 갈대가 반짝 거리며 그 그림자를 창 안으로 드리운다. 살랑거리며 빛나는 갈대를 보고 있노라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동안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을 천천히 정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카페에 머무르다 보면 가게 주인과 손님들이 반갑게 인사하는 소리를 들을  있다. 드롭 커피가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피카 시간을 보내기 좋은 카페로 평가받는 만큼 올웨이즈 어거스트망원동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며 단골 손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느낄  있다. 1년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이만큼이나 가까운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많은 노력을 쏟고 진심으로 고객을 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커피의 산미가 부담스럽다면 우유를 넣은 카페 라테나 베이비 라테(플랫 화이트) 등을 마셔도 괜찮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다면 핸드 브루에 도전해 보자. 핸드 브루는 모두 드롭 커피의 원두를 사용하여 차를 마시듯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햇살에 비춰보면 색이 마치 진한 홍차 같은 붉은색을 띠기도 한다. 간혹 상당히 라이트하게 로스팅하는 원두도 있다 보니 풋풋한 맛이 난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원두 자체의 퀄리티가 높은 만큼 본연의 아로마와 플레이버에 집중하면 산미 너머에서 느껴지는 달달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마셔야 할지 고민하며 서있을 때면 사장님이 원두에 대해 설명하며 취향에 따라 추천을 해주시기도 한다. 어떤 원두를 구매할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과일향을 좋아한다면 한 번 드셔 보시라며 에디오피아 우라가(Ethiopia Uraga) 원두를 추천해주셨다. 블루베리의 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선뜻 구매했는데 그라인딩 했을 때 퍼지는 진한 블루베리 향에 단번에 사로잡혔다. 그 외에도 플로럴한 향과 달콤한 맛이 훌륭히 어우러진 코스타리카 도나 데이지(CostaRica Dona Daisy)나 라이트 로스팅의 풋풋한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볼리비아 카르멜리타(Bolivia Carmelita) 등도 필터 커피로 마시기에 훌륭하다.


커피를 마실 곳이야 많지만 단골이 되고 싶어지는 가게는 만나기 힘들다. 동네에 하나쯤은 있을 것 같지만 정작 찾으려 하면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애를 먹는다. 그러니 운 좋게 올웨이즈 어거스트를 발견했다면 바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그렇게 한 잔, 두 잔 커피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사장님과 반갑게 인사하며 들어오는 단골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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