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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 준 Oct 18. 2021

이탈리아 커피-현대 커피의 시작이자 커피의 본고장

현대 커피의 시작, 커피의 종주국, 커피의 본고장을 이탈리아라고 말하는데 이견을 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현재 우리가 즐기는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음료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이후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원두를 갈아 물을 부어서 우려내는 방식으로 커피를 즐겼다. 요 근래에는 보기 힘든 터키식 커피와 비슷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마시다 보면 커피 가루가 남아 입속이 텁텁해지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안젤로 모리온도(Angelo Moriondo)라는 이탈리아의 발명가가 세계 최초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발명하여 1884년 토리노 박람회(Turin General Exposition)에서 선을 보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901년, 이탈리아의 루이지 베제라(Luigi Bezzera)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증기 기압식 에스프레소 머신’을 개발하며 현대 커피의 시작과 함께 진정한 에스프레소의 시대를 열었다.


혹자는 전쟁으로 인해 세상이 발전한다고 한다. 잔인한 사실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문명의 아이러니이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가 전 세계에 퍼지게 된 것도 바로 이 전쟁 때문이니까. 세계 대전으로 인해 이탈리아인들은 고향을 떠나 전 세계로 흩어지게 되었다. 전쟁통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는 법인데, 이탈리아인들에게는 커피가 바로 그것이었다. 호주로 그리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길에도 스토브탑(우리가 흔히 모카 포트라고 부르는 에스프레소 추출 기구의 본래 이름이다)을 짐꾸러미에 소중히 담아왔다. 모르긴 몰라도 육지에 내린 순간 가장 먼저 스토브탑을 꺼내 에스프레소부터 내려 마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니 세계 최대의 커피 프랜차이즈라 할 수 있는 스타벅스나 스페셜티 커피와 함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블루보틀이 태어난 미국의 커피도, 커피의 수도라 불리며 스페셜티 커피신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멜버른의 커피도 시작은 모두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라 하겠다.


이제는 세계 어디에서나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를 발견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아니 오히려 에스프레소로 내린 음료가 없는 카페를 발견하는 게 더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 이탈리아 스타일의 카페를 찾아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에스프레소는 그 자체로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메뉴이다. 그저 쓰고 양이 적은 커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설탕을 넣어 마시면 촌스럽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다 보니 에스프레소를 그대로 마셔본 사람들은 그 쓰고 신 맛에 지레 겁을 먹는 것은 아닐까. 사실 설탕을 한 봉지 다 넣든 설탕 없이 있는 그대로의 맛을 즐기든 마시는 방법은 순전히 그 사람의 기호에 달린 문제일 뿐인데 말이다. 그 때문인지 에스프레소를 전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카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 우리나라에도 스페셜티 커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카페 리브레, 테라로사, 프릳츠, 빈브라더스 등 양질의 원두를 로스팅하여 커피를 제공하는 수준 높은 카페들이 등장하며 사람들의 입맛을 한층 끌어올렸다. 여기에 차 같이 마실 수 있는 노르딕 스타일의 커피가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필터 커피가 또 다른 맛의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니까. 이제는 커피를 좀 한다는 카페에서 필터 커피를 제공하는 건 당연한 모습이 되었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는 갈수록 이탈리아 스타일과는 그 거리가 멀어져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전부터 유명했던 몇몇 에스프레소 바에 더해, 근래 몇 년 사이 정통 이탈리아 스타일을 표방하는 에스프레소 바가 곳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바쁜 현대인에게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빠르게 마시고 갈 수 있는 에스프레소만큼 어울리는 음료가 또 있을까. 급한 성격은 이탈리아 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다를 바 없으니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료 중 하나일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물 건너온 진짜 이탈리아 스타일을 경험해보자. 진한 에스프레소를 통해 이탈리아의 커피와 그 문화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아,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싸고 한 입에 탁 털어 넣을 수 있다고 여러 잔을 시켜 한 번에 맛 볼 생각은 접는 게 좋다. 카페인 과다 섭취로 인한 부작용으로 한동안 고생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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