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해보니까 글쎄 생각보다 좋던데요?

(부제: 오은영 박사님의 저출생 대책을 팀장 기피현상 해소에 적용하기)

by 케이다 Kdiversity

1. 팀장 기피현상이 만연하다고 하죠. 저 역시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책임은 늘어나고, 그에 대한 보상은 없거나 부족하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겠구나 싶어서요. 이런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슬슬 제 친구들(9n년생)이 파트장/팀장을 달기 시작합니다. 어떠냐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이 의외였습니다. "생각보다 좋아!"


2. 깜짝 놀라 이유를 물어보니, '내가 꿈꾸던 조직문화를 내 손으로 만들 수 있어서'라고 했습니다. 듣고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거였어요. 아니, 어쩌면 애초에 팀장 하는 것의 장점을 아무도 말해준 적이 없었습니다. 일이 늘어난다, 성과압박이 심해진다, 팀원들 동기부여도 하고 권한위임도 해야한다, 이제 아무도 너랑 같이 밥 안 먹어준다... 세상이 겁을 주고 있더라고요.


3. 물론 아주 틀리거나 근거없는 말은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조직 내 및 사회 전반에 팀장 직책에 대한 편견이 생성되고, 그 편견은 기피현상(혐오)으로 재생산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Z세대의 주요한 특징이 '자율성'인데, 그 MZ세대에게 '너가 자율적으로 팀 문화를 만들 수 있어! 너가 원하는대로!'라고 하면 잘 먹힐텐데 왜 안하는 거지 싶기도 했습니다.


4. 그리고 제가 실제로 팀장(프로젝트 PM)을 해 보니, 생각보다 꽤 괜찮던데요? 물론 그 책임의 무게는 어마어마하긴 했습니다. 제가 팀원일 때는 새벽까지 일을 하게 되면 솔직히 사람인지라 졸리기도 하고 그저 집에 가고 싶기만 했는데, PM이 되니까 당최 잠이 오지를 않더만요. 그렇지만, 제가 그렇게 고민해서 프로젝트 방향성을 제시하고, 팀원들의 노력이 더해져서 함께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어나가고, 제 가설이 틀려도 혹은 프로젝트 진행중에 문제가 생겨도 그 때마다 같이 으쌰으쌰 대응하고... 내가 만드는 팀의 문화가 옆 팀에도 소문이 나고, 좋은 점은 옆 팀도 따라해 보고, 그 팀도 그 팀만의 좋은 문화를 만들고, 나도 또 그걸 따라해보고... 아니, 팀장이 이렇게 짜릿하고 재밌다는걸 왜 아무도 말 안해줬지?


5. 2022년 5월 MBC 100분 토론 <아이들이 사라져가는 나라>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출생률 높이는 법을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요약하면 '임신/출산/육아를 결정하고 엄마/부모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엄마/부모라는 단어를 팀장으로 바꾸어 작금의 팀장 기피현상에 대한 솔루션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부담을 엄마가 지어야 된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 "모든 부담을 팀장이 지어야 한다는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경제적인 것 때문에 아이를 못 낳으니 돈을 지원해주자? 그런다고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다."

➡ "팀장수당 몇 십 만원 올려준다고 될 게 아니다. 다른 솔루션을 생각해 보자."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으로 존경과 존중이 우리 문화에 배이지 않으면 안 된다."

➡ "팀장에 대한 존중이 문화에 배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의외로 생각보다 팀장은 그 자체로 욕을 정말 많이 먹지 않나 싶습니다. 잘해도 그냥 디폴트라서 별로 칭찬 받거나 존경 받거나 하지는 못하는 것 같고요.)



6. 저는 이제 막 처음 팀장을 해 봤고, 고작 3개월 해 봐서 그저 좋은 면만 봤을지도 모릅니다. 팀장 생활이 길어지면 더 힘들고 고독하고 버거워지겠지요. 그렇지만 내 팀원들이 '나도 나중에 팀장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덜 외롭지 않을까요. 내 노력을 위에서도 아래서도 인정해준다면, 내가 자부심을 갖게 된다면 저절로 힘이 나지 않을까요. 저도 더 신이 나서 잘해보고 싶지 않을까요. 물론 그러려면 팀장인 저부터 '이거 진짜 생각보다 재밌어! 믿어봐!' 라고 자신있게 말해야 하고, 그게 진심이려면 최선을 다해 팀장 역할을 수행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진짜 재밌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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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WDm8Fqlg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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