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소수그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생각과 현실은 다른 법. 내가 막상 소수가 되어보니 사뭇 다르다.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갔고, 처음 만나는 조합으로 팀을 이루어 수행 중이다. 굳이 편의상 나눠 보자면, 나는 '일/품질/조직생활/프로페셔널함'을 중시하는 입장이고, 다수그룹은 '사람관계/편안한 환경'을 중시하는 입장이랄까. 다수그룹 안에서도 입장 차와 가치관 차이가 있겠지만 크게 묶으면 그렇다.
그 가운데서 나는 내 두 발로 똑바로 땅에 서 있기보다는,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묘하게 불안하고 불편한 것이 나는 그냥 단지 '서로 fit이 안 맞아서'인 줄 알았는데, 깊이 생각해보니 '내가 나로서 살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be myself이지 못해서.
근데 이건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다. 리더가 본인의 가치관을 공표/당부함으로써 이런 분위기를 형성했다고 손가락질 할 것이 아니며, 그 가치관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또한 이러한 다양성 가운데 진심으로 내가 나를 돌이켜보고 배워나가고 있다. 조금은 편치 않은 자극으로 인해 내게 없던 부분, 내가 약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성찰하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 가운데 생각하는 것은 이런 다양성이 정말 긍정적으로 조직/개인에 작용할 수 있으려면, 개인이 주체성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내가 원체 성격상 그러하여... 주체성 없이 휩쓸리고 떠밀려 다니며 나로서 살지 못했더니 좋은 천혜의 환경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게 되었다. 내심 다수그룹을 못마땅해하는 못난 마음을 먹었다. 균질한 집단을 그리워했다. 내 맘 같은 사람들하고만 일하고 싶어했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성장도,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성공적 진행도 없을진대.
그리고 우스운 얘기일 수 있지만, 개인이 오롯이 주체적이기 위해서는 1) 충분한 휴식시간 및 혼자 있는 시간 그리고 2) 자신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타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사내 상담사가 있는 대기업이 새삼 그리워졌달까. 꽤 유용했고 감사하게 잘 이용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내가 이번 프로젝트팀 안에서 스스로를 소수라고 생각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지적 다양성 측면에서 나를 소수라고 생각하는데, 성별이 홀로 다른 분도 계시고, 가정 상황(?) 그러니까 유일하게 팀 내에서 육아를 하는 분도 계시고, 혼인 여부가 홀로 다른 분도 계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 외에도 속으로도 각자가 서로 가치관이 참 다르구나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뭔가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나 또한 조금 더 너그럽고 여유로워져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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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것도 바쁜 것이지만, DEI 관련 글/생각의 방향이 바뀌었다. 계정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내 안의 궁금함이 솟구치니 자연스럽게 1일 1포스팅이 되었다. 조금씩 공부를 하다 보니, 이제 그 운동장에 날리는 모래바람 같은 혼탁함은 조금 가라앉게 되었다. 모종의 방향성도 잡히게 되었고, 이와 연계하여 추가로 공부해보고 싶은 것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아직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고, 내 안에서도 DEI와 관련된 고민/고뇌와 궁금함이 많기 떄문에, 아마 앞으로의 글들은 천천히 공부해나가면서 새로 알고 배우는 지식들을 나누는 글들이 되지 않을까. 단순히 요약하는 것 이상으로 내 견해를 덧붙이며 지금의 내가 하는 생각들을 나중의 나를 위해 남겨두는 글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당장 이번 달에도 새로 알게 된 것들, 오랜 의문을 해소한 것들이 있다. 5월의 DEI 큐레이션에 조금씩 녹여봐야지. 이 계정은 사실상 어떤 완성된 K-Diversity, K-DEI를 공유하고 알리는 계정이라기보다도, 너무도 한국적인 토종 한국인의 DEI를 향한 고군분투기니까. 내가 나누는 것은 '과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