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는 죄가 없다.

다만, 여건이 다를 뿐

by Dr Jang

스위스 바젤에 있는 초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뛰며 즐거워(?)하는 우리나라 초등학생과 달리 그곳 아이들은 무척이나 차분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냥 평소 하는 대로 하는 것 같은 데 분위가 그랬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학교 건물 입구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킥보드 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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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바젤의 경우 트램이 발달해 있었고 유럽 답게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었다.

역이나 도심에서 자전거 이용은 매우 많았으며 어른들이 킥보드(전동 아님)를 타고 다니는 모습도 간혹 볼 수 있었다.

차량이 많았지만 자전거도 당당하게 교통수단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이 바로 초등학교 건물 입구에 있는 킥보드 주차대였다. 물론 생긴 것을 봐서는 정식 킥보드 주차대는 아니지만 학교에서는 허용하는 것 같았다.

학교를 방문하는 날 마치 방학식 날이었는 데 교장(그들 말로는 CEO)선생님은 쿨하게 자전거를 타고 퇴근을 하셨다.


신학기가 되어 많은 메시지가 컴퓨터로 날아들었다.

그런데 눈길이 가는 메시지 하나가 있다.



킥보드 주인을 찾습니다.

학생들에게 안내하셔서 교무실로 찾아가라고 전해주세요.

학교에 킥보드 타고 오면 안 되며,

오늘까지 주인이 없을 경우 도서관에 가져다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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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안전에 관한 담당자의 메시지도 따라왔다.

학교에서는 킥보드 금지!!


스위스와 다르게 우리 학교의 현실에서 킥보드 등교는 어렵다.

차량도 많은뿐더러 도로의 여건이 그런 것을 타고 다니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킥보드는 아이들의 장난감 혹은 레포츠 용도 정도로만 인식을 하고 있지 교통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지구를 지키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하는 데 초등학생의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없을뿐더러 아이들 수준에서는 킥보드 혹은 자전거가 매우 적절한 교통수단이 된다. 근거리 이동 용도로 킥보드 만한 것도 드물다. 가볍고 부피가 작으며 무엇보다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주차도 쉽다. 친환경교통수단의 대명사인 자전거보다 더 이용하기가 용이다. 다만, 언덕을 만나면 큰일이지만 말이다.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구가 있는 데 여건이 안된다. 그러면서 자꾸 엉뚱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라 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전혀 생활 영역 밖의 교통수단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유럽처럼 하기에는 우리네 도로는 너무 넓고 차량 속도는 빠르며 골목 구석구석에 차량이 너무 많다. 걸어 다니기에도 버거운 우리 도로의 현실에서 킥보드는 저렇게 주인을 찾지 못하고 금지되어 버려져 있다.


아이들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수업을 원하는 환경교육은 너무 거대하다. 아이들은 아이들일 뿐이다. 다만, 그들의 불편을 해결하고자 하는 작은 노력이 진정한 환경교육이 아닐까 한다. 장난감인 킥보드가 진정한 교통수단이 되는 날이 올까? 이것도 좀 거대한 것 같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진정 캠페인뿐인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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