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자전거를 잘 타고 싶다. 그런데 쓰이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안전모를 쓰면 이런 점에서 안심이 된다. 물론 사고의 충격이 모두 몸으로 전해지는 이륜차의 특성상 안전하다는 심리적 위안이 더 클 것이다. 그러나 뭔가를 얻으면 뭔가를 잃는 것이 인생이다. 안심이라는 것을 얻는 대신 안전모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선물해 준다. 머리 스타일이 망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안전이라는 것을 담보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안전모를 사용하게 된다.
건강을 위해서 쓰는 마스크는 공기가 좋지 않을 때 혹은 도심지를 지날 때 위안이 된다. 공기질 때문에 자전거를 포기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스려준다. 특히 KF94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웬만한 공기는 두렵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단점이 있다. 바로 숨 막힘이다. 그냥 평지를 다니면 모를까 언덕이라도 만나면 그야말로 가뿐 호흡의 연속이다. 내뿜을 때는 그래도 괜찮지만 들이쉴 때 뭔가 막히는 느낌은 피로감을 배로 늘린다. 너무 성능이 좋은 마스크는 산소 부족이 생길 수도 있다는 데 가끔은 그것이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끊을 수도 없다.
마지막으로 고글이다. 고글을 쓰면 자외선을 막을 뿐 아니라 바람을 막아 눈가 주름 예방에 좋은 것 같다. 뭐, 검증해 보지는 않았지만 겨울 찬바람을 그대로 맞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면 가족들이 눈가 주름이 더 생겼다고 한 마디씩 하니까 고글을 쓰고 쓰지 않고는 큰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고글을 딱히 부작용이 없다. 어디 야외 갈 때도 유용하다.
그런데 겨울철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마스크와 고글을 항상 충돌한다. 바로 김서림 때문이다. 마스크에서 나온 날숨이 가뜩이나 차가운 날씨에 고글에 김의 형태로 달라붙어 시야를 방해한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그나마 바람 때문에 좀 나은데 그것도 숨이 가빠 헐떡거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치 눈을 감고 다니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벗자니 건강이 걱정되고 고글을 벗자니 눈이 걱정된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자면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이성적으로 보면 고글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아닌가? 잘 모르겠다.
오늘도 자전거로 출근하면서 김서림을 당했다.
숨을 내뱉을 때 밑으로 후~하고 불어 콧등 위가 나가는 바람을 줄여보려 하지만 숨이 차면 헛일이다.
고개를 숙여 고글로 바람을 지나가게 하지만 그것도 어렵다. 특히 횡단보도에서 멈추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흐르는 땀에 머리 스타일 걱정이 문득문득 나며 오늘도 건강과 시야, 안전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