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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Jang May 16. 2024

골프가 사람 잡네

말 그대로다. 골프가 사람 잡는다.

골프라는 운동은 진입장벽이 높은 운동이다. 왜냐하면 골프 장비도 장비이거니와 상당히 정교한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본격적으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축구라는 운동은 별 다른 장비 없이 공만 차면 된다. 특히 남자라면 최소한 달리기만 제대로 할 줄 알면 축구는 대략 묻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또, 팀경기이기 때문에 좀 못하면 이리저리 공을 피해 다니면 뜀뛰기 운동이라도 된다.

그런데 골프는 아니다.


운동을 체계적으로 배운 것이 몇 개 되지 않지만 골프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어제 가족 모임에서 이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정확하게는 친지들 모임인데 아내의 사촌 형부가 되는 형님이 한 두 해 전 새로 전원주택을 지었는데 집들이 겸 벌어진 모임이었다. 그 집에 스크린 골프가 있었다. 자연스레 골프를 치게 되었다.


다들 알 것이다.

뭔가 모여서 다 같이 할 때 한 사람이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보다 못해 훈수를 두는 것을...

아마도 취준생이나 미혼들이 명절모임에서 온갖 취조를 당하는 것도 유사하리라. 물론 초보자인 나에 대한 배려도 있었지만 골프장갑이나 골프화도 없는 난, 진짜 생초보였다.


스크린 골프로 18홀을 다 할 동안 도대체 감을 찾지 못했다. 솔직히 18홀이 그렇게 길 줄 몰랐다. 파 3홀이면 내심 좋았다. 

다들 구력이 10년은 족히 넘은 사람들이니 본격적으로 골프를 친 경력이 단 하루에 불과한 사람이 뭔 감이 있으랴 마는, 그런 것 치고도 골프는 변수가 너무 많다. 


머리가 움직이지 않아야 하고, 골프채를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땅을 찍어야 하고. 어떤 골프채를 들어야 할 지도 난감하다. 

그중에서 골프채를 땅으로 찍어야 한다는 표현이 가장 압권이었다. 

'찍어라고? 왜?'


완전 생초보에게 가르치는 사람들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무척이나 난감하다.

골프 교수법 세미나의 연구대상이 되었다고 할까?


나이 들어 친척들이 함께 할 운동이 마땅치 않은 현실에서 골프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골프 입문 하루차에게는 허리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프고 물집도 잡힌 몸 상태가 처참한 골프 입문기를 말해준다.


아, 나도 타이거 우즈처럼 치고 싶다. 

호쾌한 샷은 스포츠 뉴스에서 여러 번 봤는데, 머릿속으로 그려도 지는데, 도대체 몸이 따르지 않는다. 영혼과 육체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며칠 지났지만 오른쪽 중지 손톱 옆에 생긴 원인 모를, 아마도 손에 힘을 과도하게 주다 생긴 것 같은 상처의 통증이 다시금 그날의 기억을 일깨운다. 도대체 골프는 왜 이리 어려운 것이냐고. 하지만, 기대하시라 다음 모임에서는 반드시 파를 칠 테니 말이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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