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교통수단"자전거"

by Dr Jang

우연히 신문기사를 봤다. 기사의 제목은 “자전거 ‘보험 사각’에 법정까지 간 초등생”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읽어 보니 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낸 초등학생이 보험이 가입되지 않아 피해자와의 합의가 실패해서 법정에 선다는 내용이었다. 자동차의 경우는 의무 보험이 있어 이런 경우 중대한 과실만 아니면 불기소 처분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불합리하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였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는 자동차로 취급받는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자동차 사고와 동일한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자동차와 다르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어린이, 청소년 등의 미성년자와 노인층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소위 말해 사회적 약자들이다.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에게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누가 뭐래도 불합리하다.

편리하고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하는 자전거, 손쉽게 구해 탈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의 교통수단이 되는 자전거를 이용했을 뿐인데 사고 처리 체계가 미흡해서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이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니다. 여기서 우리 사회의 주류라는 것은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자전거는 크게 보면 교통수단과 레포츠의 역할을 한다. 주류의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전거의 레포츠 기능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을 하니 값비싼 장비와 용품으로 일종의 취미 생활을 한다.

이에 비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미성년자와 노인층이다. 접근하기 쉽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데 교통수단으로써의 효율도 좋으니 많이 이용한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취미 생활로 이용하는 사람들보다는 사고의 위험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자전거를 취미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전거가 자동차와 동일하다는 교통법을 대부분 잘 알고 있기에 적극적으로 조심하거나 대응해서 다니는 편이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사회적 의사결정 구조에 반영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미성년자들은 투표권이 없으니 목소리를 낼 수가 없고 노인층은 다양한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자전거 정책은 취미생활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고 정작 필요한 법규나 제도가 미비해지는 것이다. 물론 취미생활로 즐기는 사람들도 자전거 정책 수립에 꼭 필요한 목소리를 내기는 하지만 사회 여론을 환기시킬 만큼의 숫자가 되지 못하는 듯하다. 결국, 비주류 자전거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제도 허점에 따른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이다.


둘째, 자전거 타기에 대한 교육이 미흡하다. 자전거 보급대수는 엄청난데 체계적인 교육이 미흡하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도 아니고 사회 교육 영역에서 많이 다루는 내용도 아니다. 특히 미성년자들의 경우는 자전거가 자동차로 분류되는 것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어릴 적 킥보드를 타다 성장하면서 자전거를 자연스럽게 타게 되니 근거리를 다니는 자동차 대용의 교통수단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장난감이자 그냥 타고 다니는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다.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 대목이다.


셋째, 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위주의 도로 정책을 펴는 대표적인 나라다. 수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도로의 확장으로 해결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동차 위주의 도로 정책을 펴다 보니 도로 건설이나 사회 간접자본 투자에 자전거는 항상 뒷전이다. 지금도 새로 개설되는 도로를 살펴보면 자전거에게 오롯이 한 차선을 배정하기보다는 한 차선이라도 자동차 통행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자전거 교통정책에 대한 이러한 푸대접은 앞서 언급한 여론 형성층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넷째, 자전거에 대한 대책 없는 긍정적 이미지의 확산이다. 자전거는 엄연히 교통수단이고 자동차에 준하는 적용을 법적으로 받는다. 그만큼 책임질 일이 있는 교통수단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자전거를 보호할 만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자전거에게 항상 친환경 이미지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 무슨 친환경 행사나 이런 류의 모임에서는 으레 자전거는 좋은 이미지를 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행사에 사용될 때는 무슨 영웅인 듯 취급하다가 실제로 사고가 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자전거가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게 일러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전거는 유럽이나 일본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훌륭한 교통수단이자 취미 도구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여러 가지 여건 미비로 인해 일상생활에서의 교통수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 형성층이 약하고 제도 또한 모순된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지속가능성을 고민한다면 자전거에 대한 배려를 좀 더 해야 한다. 이는 제도의 보완과 함께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는 교육으로 달성될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동차와 동등하게 취급하는 교통정책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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