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과연 무엇에 의지해야 할까?
자세히 보면 모든 것에는 역사가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강대국 중심의 거대 역사만 알고 있다. 이는 2차 세계 대전도 마찬가지고 영화의 단골 메뉴다. 아주 오래전부터 본 주말의 명화, 토요명화 등에는 수많은 전쟁 영화가 등장했다. 필자의 현대 세계사에 대한 지식은 영화에서 배웠다. 그러다 보니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와 같은 주요국에 대한 역사는 익숙하다.
하지만 세계대전인 만큼 수많은 나라와 사람들, 민족이 얽혀 있다는 생각을 사실 그렇게 정밀하게 하지 못했다. 특히나 주목받지 못한 나라에서 탈출한 개인은 더 그럴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영화 ‘허리케인: 배틀 오브 브리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에서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후 폴란드와 같은 나라는 일찌감치 독일에게 함락된다. 함락된 그곳에서는 다양하지만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고 아마도 나라를 등지고 탈출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폴란드 출신 조종사들이 우여곡절 끝에 영국 공군에 편성되어 독일의 대공습에 맞서 처절하게 싸운 모습이 나온다. 그들은 독일에 대한 복수심, 슬픈 기억 등을 가지고 전쟁에 참여하게 되고 인간 한계에 이르는 임무들을 부여받고 열심히 싸운다.
전쟁이란 인간 생존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거대한 힘이다. 그러한 힘을 이용하여 이기기 위해서 국가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우리는 흔히 국가를 인격체로 보는 경향이 있는 데 실은 국가란 그냥 추상적인 인간 관념의 산물에 불과하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인격체의 국가는 우리 머릿속에 있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이익이 우선하며 그걸 가장 최우선에 둔다. 그 ‘누구나’에는 국가도 포함되는 것이다.
패전한 나라에서 온 폴란드 출신 조종사들은 영국 왕립 항공대 전력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고군분투를 하고 결국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 독일은 패전한다. 재미있는 것은 필요가 없어진 그들을 영국은 신사의 나라답지 않게 추방을 한다. 추방된 그들은 공산화된 그들의 나라에서 냉대를 당한다.
이 영화는 이러한 실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영화 ‘진주만’과 같이 화려하거나 멋진 공중전투장면도 없다. 뭔가 영웅이 무지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거나 그러지도 않는다. 각성제까지 먹어가며 전투를 하는 그들은 실상 영국 정부가 그들을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고 소모되었으며 버려졌다.
영화는 약간은 허접한(?) 그래픽을 보여주며 공중전을 보여주지만 어찌 보면 하나의 개인이 전쟁에서 죽고 사는 것은 그냥 일상일 뿐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극적이지 않다. 담담하고 차가우며 그러기에 더 현실감이 묻어난다. 일상을 침범한 전쟁에서 소모되어지는 인간을 보는 듯하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개인은 아마도 그냥 담담히 흩어져 버릴 것이다. 뭔가 극적이지 않다. 영화는 그 모습을 잘 보여준다.
영화는 화려한 공중전이나 극적인 전쟁영웅의 모습을 기대한 나에게 영화는 담담히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개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큰 물결에 힘없이 쓸려가는 개미의 모습이란.....꼭 우리들 모습 같다.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