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선택의 결과들..

by Dr Jang

가장 먼저 A병원에 갔다.

눈이 무척 많이 내린 다음날이었다.

눈이 주는 낭만이 있었지만 날씨는 매우 추웠고 은 온통 빙판이었고 코로나로 인해 입구는 매우 혼잡스러웠다.

진료실 입구는 매우 복잡했다.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고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는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열심히 설명하고 안내했다.

1층에서 CD 영상자료를 등록했다. 미리 하고 올라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확한 진료를 하기 어렵다. 자료를 잘 챙겨야 진료가 알차 진다. 아님 검사받고 다음에 보자는 식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의사의 입장에서도 검사 결과를 봐야 뭔가 진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잊어버리기 쉬운 실수다.

의사를 만났다.

검색해서 본 사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의사는 유쾌하면서도 단호했다. 가식적인 친절은 아니었다.

카페 내 평이 좋은 의사였다.

그는 여러 자료를 보더니만 이렇게 이야기했다.

별일 없었어요? 운이 좋았어요.

조영술 하고 이야기합시다.

이게 다였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수였다. 조영술을 했어야 했다. 어느 병원이든 가서 조영술을 하고 의사를 만나야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10여 년 전 다닐 때는 조영술 결과를 가지고 다녔다.

낭패감이 밀려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영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결과는 그 후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인생이 어려운 이유는 한 번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슨 결정이든 선택이든 지나고 나면 그것은 고스란히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어릴 적에는 느끼지 못했던 인생의 모습이 나이가 들면서 천천히 스며들어 눈앞에 나타났다.

이번 일도 그렇다. 사람들은 누구나 희망적인 삶을 이야기 하지만 자칫 잘못된 선택으로 인생이 꼬이는 경우가 생각 외로 많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생각해 보면 ‘나’라는 개체도 부모님의 행위로 인한 결과다. 결과치고는 매우 강력한 결과인 셈이다. 인생이라는 게 시작했으니 말이다. 선택하여 이뤄지는 행위는 인생의 거의 전부인 셈이다. 조영술도 그랬다. 후회해 봐야 소용없었다.

별 말도 듣지 못하고 조영술 날짜를 잡았다.


되도록 조영술을 뒤로 밀었다. 거기에 코로나 상황이 결정을 매우 어렵게 했다. 입원을 해야 하는 데 입원 전 코로나 검사 결과지를 요구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연말 연휴가 끼여 있어 날짜 정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재진이 매우 어려운 의사이니 일단 조영술 예약을 했던 것이다.


열심히 설명하는 간호사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혼란스러웠다. 초점을 잃어버리니 일단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다.

한 달 하고도 보름 정도 뒤에 조영술 하기로 예약을 했다.


병원을 나왔다.

곧바로 B병원에 갔다.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어서 지하철과 전철을 하고 한참을 갔다.

예전 봤던 그 교수도 아직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만약 그때 그 교수에게 치료를 받았다면 어땠을까?

모를 일이었다.

A병원 의사와는 다르게 B병원 의사는 대기인원이 적었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자료를 미리 보고 있었다.

젊게 보여 심지어 어리게도 보이는 교수는 그림을 그려가며 말했다.

혈관을 2개 잇는 혈관문합술을 포함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와 같은 케이스는 전국에도 몇 명이 없다고 했다. 보통 뇌동맥류는 인구의 1~2% 정도라고 알고 있다. 그중에서도 1% 정도니 이건 뭐 로또 같은 운명이다. 하필이면 내가 왜?라는 말이 정확한 상황 표현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사실, A병원 교수를 먼저 봤던 게 혈관 내 시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 데 조영술 자료가 없으니 명확한 대답을 듣지 못했고 지금 마주한 B병원 의사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큰 수술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좀 더 병원을 알아보고 오겠다고 했다.

의사는 쿨하게 고민하고 오시라고 했다. 자신을 무시했다고 화내기 않은 게 다행이었다. 가끔 그런 의사가 있으니 말이다.

집으로 내려오는 내내 심란했다.

마치 제대로 영점을 못 맞춘 총으로 사격을 하는 느낌이었다.

무엇에 기준을 맞출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보호자인 나 자신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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