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일주일 뒤 S병원에 진료를 갔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진료 대기를 하고 있었다. 복잡한 진료실 복도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진료를 예약한 사람들 중에 간호사와 하는 대화가 들렸다.
두통으로 진료를 예약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간호사의 대답은 명확했다. 두통은 동맥류와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건 우리도 늘 듣던 소리였다. 뇌동맥류와 두통을 거의 상관이 없었다. 다만, 그 크기가 매우 크다면 좀 다른 이야기다. 간호사는 두통 전문 의사를 소개해 주었다.
순서가 되어서 진료실에 들어갔다.
긴장되었다.
의사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대가 무너졌다. 그리고 플랜 B가 떠올랐다.
곧바로 수술 방법 설명이 이어졌다.
조영술로 촬영한 화면은 선명했다. 3D 입체 모양으로 혈관과 두개골 안팎이 보였다. 이리저리 마우스로 돌리며 의사는 수술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있는 뇌동맥류가 있는 혈관을 막고 뒤쪽에 여기 보이는 이 혈관 하나를 찾아 막힌 혈관 뒤로 이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혈관을 찾아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혹시 최선을 다해서 못 찾으면 그냥 막고만 나올 것입니다. 막아도 괜찮을 것 같으며 성공 가능성은 50%입니다.”
혈관을 막아도 괜찮다는 말이 찜찜했다. 일종의 뇌경색이 아닌가?
선해 보이는 그 의사는 이렇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수술실에서 최선을 다 안 하겠습니까? 최선을 다합니다. 여기로 환자분을 모셔온 남편분 원망도 않고 수술에서 최선을 다한 저도 원망하지 않으며 이러한 병을 앓게 된 자신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으면 수술하면 됩니다.”
당시에는 그렇게 들렸다.
이후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다른 의사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오지 말라는 소리였다고 한다. 어렵기는 어려웠던 수술인 셈이었다.
날짜를 잡으라고 했다.
나의 마음속에는 이미 이곳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률이 반반이라는 이야기는 어떻게 듣던 목숨을 걸기에는 너무 위험한 수치다.
하지만 재진료를 보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일단 진료 날짜와 수술 날짜를 잡았다. 최대한 미뤘던 것이 3월 중순이었다. 약 두 달 후였다. 의사는 스케줄 일지에 볼펜으로 수술 일정을 적으며 혹시나 수술을 취소할 것 같으면 꼭 연락을 달라고 했다. 일방적으로 오지 않으면 그날 하루는 완전히 아무것도 못하는 날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혼란스러웠다. S병원에 온 이유가 혹시나 뇌혈관 중재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어서 인데 그것이 사라졌다. 50%의 가능성으로 수술을 시도하기에는 뇌동맥류가 파열되는 것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예방차원의 수술로써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 진료를 본 대부분의 의사들은 아직 병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는 데 미리 예방 시술 혹은 수술을 하다 후유증이 나타날까 조심스러워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둔 곳으로 진료 예약을 다시 했다. 두 군데 중 하나를 선택하리라 다짐을 했다. 수술과 시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의사가 수술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수술과 시술을 각각 전문으로 하는 의사에게 의견을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마치 퍼즐 맞추기 게임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