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몰랐다. 근 한 달 동안 어느 병원에서 조영술을 받느냐가 관심사였다. 처음 뇌동맥류를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던 내과 샘이 알아본 바로는 A병원이 가장 낫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종합병원 신경외과 의사샘을 건너 건너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서 들어보니 지금까지 다녀온 병원 샘들 모두 나름 일가견이 있는 의사라고 했다. 선택의 범위는 좁아졌지만 가족이 아닌 이상 그들도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변수가 코로나였다.
조영술은 일단 입원을 하는 형식의 검사이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가 필수였는 데 하필이면 48시간 이내에 검사하기 위해서는 크리스마트 연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며 검사를 했다. 코로나까지 변수가 되니 결정이 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결국, 결정을 해야 할 시간이 왔다.
결정의 조건은 간단했다. 시술이냐 수술이냐의 선택이었다.
사실, 내 마음속에는 수술이 조금 더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보호자인 ‘나’의 생각이었고 환자 본인의 생각은 조금 달랐을 것이다. 서로 이 역경을 이겨 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별개이지만 함께 해야 하는 인간의 한계였나 보다.
짐작하건 데 아내는 A병원에 마음을 둔 것 같았다.
수술이든 시술이든 할 수 있는 의사였고 가장 먼저 추천을 받았다는 것이 이유가 된 듯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를 했다. 혹시 시술이 가능하면 시술을 추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명쾌하게 시술이냐 수술이냐를 결정하고 이유를 설명해 줄 것 같았다.
드디어 A병원으로 결정했다.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이후 잡아 두었던 S병원과 F병원 예약은 취소했다. 폭설이 내린 날 첫 진료를 보고 코로나 검사를 거쳐 드디어 검사를 위해 입원을 하게 되었다.
10여 년 전 Y병원에서의 좋지 못한 기억 때문에 아내는 두려워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해도 조영술은 기본적으로 통증이 생기는 검사였다.
검사 전날 입원하고 금식 후 다음 날 조영술을 실시했다.
검사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시간이 걸리겠다고 생각하여 병원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병실로 오니 담당교수가 보호자 찾았다고 간호사가 말했다. 조금 있으니 아내가 병실로 돌아왔다. 의외로 아내의 얼굴이 밝았다. 지혈을 하기 위해 붙여 놓은 곳을 보니 상태도 양호했다. 전에 했을 때는 멍울이 생겨 한동안 애를 먹었다.
세월이 지나 의술이 발달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아내는 생각보다 참을만하다고 했다. 검사를 진행한 의사가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게 검사를 해서 만족감이 높았다. 역시 Y병원과 차이가 난다고 이야기를 했다.
의사를 만났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기대한 바와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검사를 하고 난 직후에 아내에게 설명한 바로는 시술이 가능도 하겠다고 들어 기대가 있었는 데 병실에서 만났을 때는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를 했다.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은 데 며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실망스러웠지만 그러기도 했다. 1주 뒤에 의견을 듣기로 했다.
조영술을 무사히 그리고 고통스럽지 않게 마쳐서 그런지 집에 돌아오는 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1박 2일 자리를 비웠는 데 아들이 저녁으로 자기가 자신 있는 크림 스파게티와 불고기 샐러드를 차렸다. 준비를 꽤 한 눈치다. 동생이 오빠가 준비한 이력을 꼬치꼬치 설명해 주었다. 분위기가 괜찮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