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내 이름을 알고 있을까요?
난 <누구의 엄마>보다는
<내 이름>으로 불려지고 싶습니다.
부모님이 붙여주신 그 이름 말입니다.
그런데 그 좋은 내 이름을 잃어버렸습니다.
생각해보니
아이를 낳고, 양육에 얽매 일 때쯤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내 이름은 간데없고
누구의 엄마라는 새 이름표가 붙어버리더군요
이젠 남편도, 이웃도, 친척들도
<누구의 엄마>라고 부릅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왔거든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지만
이제라도 잃어버린 내 이름을 찾고 싶습니다.
"여보", "당신", "누구 엄마"도 나쁘진 않지만
본래의 내 이름은 아니잖아요.
엄마, 아빠, 친구들이 불러주던 그 이름
연애시절, 지금의 남편이 불러주던 그 이름이 그립습니다.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내 이름을 찾아올 수 있을까요?
중년 주부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헤어지면서 던진 한마디가 더 잊히지 않습니다.
"남편이 내 이름을 알고 있긴 할까요?"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알고 계실 거예요"
"아니오, 남편이 내 이름을 불러준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걸요"
제가 해 줄 수 있는 대답은 궁색했습니다
"일을 가지시면 그 이름을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