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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Aug 16. 2017

#13. 물극필반(物極必反)

속도의 리더십, 방향의 리더십

무언가 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한데, 그 속도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완만하다면 더욱더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그날을 위해 힘을 응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물극필반(物極必反)

사물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되돌아오게 된다는 뜻으로, 사물 물(物), 다할 극(極), 반드시 필(必), 되돌릴 반(反)을 쓴다.



측천무후 말년, 황제를 대신한 섭정이 계속되자 소환(蘇安桓)이라는 대신이 올린 상소에 이런 글이 실려있다.

「이제 태자를 생각해 보면 나이 적지 않고 재덕도 갖추고 있는데, 폐하께서는 황제의 보위를 탐하여 모자지간의 정을 잊고 계십니다. ······ 폐하께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무슨 얼굴로 당(唐) 왕조의 종묘를 뵐 것이며, 무슨 고명으로 대제의 능묘를 알현할 것입니까. 폐하께서는 무슨 까닭에 밤낮으로 근심을 쌓으시며 이미 새벽종이 울리고 물시계의 물이 다 떨어진 것(나이 먹고 힘은 달려 말년이 가까웠음)을 모르십니까? 신이 알기로는 하늘의 뜻과 백성의 마음은 모두 이 씨(李氏)에게 돌아갔습니다. 무후께서는 편안하게 황제의 자리에 계시지만,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고, 그릇도 가득 차면 넘친다는 도리를 모르고 계십니다. 옛말에 “마땅히 끊어야 할 때 끊지 않으면 그 혼란을 입게 된다.”라고 했는데 바로 이를 이르는 말입니다(다음 백과 / 김성일(金聖日) 박사의 글 참조)

최 00 사태, 비선 실세의 종말!

있는 것이었는데 없는 것처럼, 알고 있었는데 모르는 것처럼 오랜 기간 수면 아래서 꿈틀거리며 사익을 추구했던 시대의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은 “마땅히 끊어야 할 때 끊지 않으면 그 혼란을 입게 된다.”는 것을 증명하듯, 거대한 민심의 촛불이 타 오르는 기폭제를 제공했다. 이는 일파만파 대한민국 곳곳으로 퍼져 나갔고 급기야는 권력의 힘용한 관련자들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응징을 가한 역사적 사건을 만들게 된다. 이는 사익을 추구하는 어떤 힘이 극에 차는 순간, 정권의 힘으로도 더 이상은 품을 수 없는 반전의 힘이 작동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또 하나의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고 할 수 있다.


군인 서열 3위에 해당하는 군 장성(박 00 대장)의 갑 질 논란도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군을 경험한 남자라면 그런 유형의 갑 질이 케케묵은 관행적 행동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그와 같은 일들이 보편적 사회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잊었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깔아 뭉겨진 피해들이 하나 둘 쌓이면서 압력을 받게 되고, 급기야는 통제의 범위를 뛰어넘는 힘이 되어 터져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유형의 사례는 일반 기업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기업에서 임원급에 해당하는 상사의 경사 또는 애사에 가보면 부하 직원들이 동원되어 이런저런 서비스 업무를 대신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물론 자발적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인사 고과를 쥐고 있는 상급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는 부하직원은 얼마나 될까?


가벼운 어깨동무도 상대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이는 성추행으로 간주된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때렸던 지난날의 관행은 이제 폭력으로 비추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하물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에 입대한 사람에게 장군이라는 직책의 힘을 사용하여 자기 아들의 밥상을 차리게 하는 일이 가당 키나 한 일이겠는가? 더군다나 자신의 부인을 여 단장급으로 호도하는 사고방식이 통용된다고 믿었기에 그와 같은 갑 질의 막장 드라마가 연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사건은 사익이 극에 달하면 터진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그 힘이 어떤 것이든 절정에 다다르면 그때는 부지불식간에 벌어지는 일처럼 대응할 힘이나 생각조차 빼앗기고 속수무책 당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리더들이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의미를 통해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출처: 다음 이미지

재임 기간 동안 무언가 치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은 무리한 시도를 촉발하기 마련이다. 부족한 준비는 그에 상응하는 문제를 잉태하게 되고 이는 남겨진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위험 폭탄을 만드는 것과 같다. 때문에 크고 작은 소란들이 끊이지 않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을 충분히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에 옮기는 리더는 어찌 보면 속도의 리더십에 기인하는 성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예상되는 문제보다 얻어지는 실익이 더 크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합리화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주어진 임기 내에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결국엔 흥망성쇠 (興亡盛衰)의 키워드 중 망(亡)과 쇠(衰)의 단추를 누르는 위험한 리더십이 될 수 있기에 경계의 끈을 늦출 수 없는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평가를 피할 수는 없다.  그것은 누군가의 결정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수반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을 벌여만 놓고 수습하지 않거나 책임지지 않는 리더가 우리의 리더라면 조직 구성원들은 고통을 감내하는 시간을 피할 수 없을뿐더러 그다음의 리더는 이를 수습하느라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악순환을 거치게 된다. 전임 리더의 실정으로 피폐해진 것들을 복원하기 위해 쓰지 않아도 될 힘을 사용하다 보면 정작 써야 할 힘을 쓰지 못하거나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방향의 리더십이 작동하는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속도는 더디겠지만 조직 구성원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일은 피 할 수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의 관점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조직 구성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결정인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재임하는 기간 동안 주어진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치적의 리더십이 아니라, 자신의 결정 때문에 그 구성원들이 입게 될 혜택에 초점을 맞춘 방향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방향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조직은 계급과 직급의 힘이 아니라, 지혜의 힘이 우선되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서로의 제안을 존중하고, 충분한 토론에 의해 얻어진 결론을 실행으로 옮기는 수순은 어찌 보면 느린 것이 아니라 빠른 결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하는 과정의 실수는 지우개로 얼마든지 지우면서 다시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실행에 옮겨진 지우개로는 지울 수 없는 치명적 리스크를 양산하기 때문에 더욱더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 리더가 많아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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