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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Nov 03. 2016

#3. 모범이 망가지면  모범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닥친 일 닥칠 일


습관은 무섭다

아니라고 말하며 부인하고 싶어도 몸이 기억하는 익숙함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뒤로 미루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코 앞에 닥쳐야만 일하는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의 방식에 자연스럽게 순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다만 일을 당겨서 처리하는 방식의 리더를 상사로 두었다면 예측 가능한 충돌의 여지는 다분하다


예를 들어보자.

만일 닥친 일에 함몰된 곳이 당신이 속한 조직이라면?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직무지만 닥쳐올 일을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까지 접어두고 현실에 올인하는 것이 업무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을까?


“모범이 망가지면 모범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주어진 일만 잘하면 된다.

사서 고생할만한 일은 벌이지 않는다.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

알아주지도 않는데 굳이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작을 일도 과장되게 표출한다.

기본적인 업무도 생색을 낸다.

혹시라도 당신의 조직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면 일하는 방식의 모범 답안이 공유된 것이다.


조직의 리더는 다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의 행동방식이 더 문제다


생동감이 없다.

모험을 시도하지 않는다.

더 높은 윗선의 눈치를 끊임없이 살핀다.

윗선의 지시가 없으면 결정을 머뭇거린다.

먼저 나서기보다 줄 서기에 익숙하다.

잘한 것은 과하게 드러내고 못한 것은 물타기로 넘어가려 한다.

네 편과 내편을 가른다(심적으로 또는 표출하면서) …

조직구성원을 입으로만 배려한다.

이런 이미지가 투영된 리더에겐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꿉장난을 예로 들어보자

늘 싸우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의 소꿉장난을 보면 아버지는 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 술주정을 하고 있고 엄마는 속상한 말투로 남편을 치받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는 소꿉장난의 배경과 역할에서 혼 부부의 삶을 리얼하게 표출하는 연기도 수준급이다.


이런 것을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가르치는 부모는 세상에 없겠지만 알게도 가르치고, 모르게도 가르치는 부모는 많다(정작 자신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이미지가 곧 영향력이고 호소력이다. 

다수의 사람들은 윗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에 근거해 형세를 판단하기 때문에 행동은 물론이고 말투나 농담 이르기까지 조심해야 한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변에 상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입으로는 정도를 말하면서 행동은 그와 상반되는 행동을 한다면 이는 더 많은 노출값을 갖게 된다.

몸이 기억하는 습관은 이성의 뇌로 쉽게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닥칠 일을 닥친 일의 시각으로 처리하는 조직은 사뭇 다르다.


시간을 석음(惜陰)처럼 사용한다.

업무를 처리하는 일상에서 한결 여유가 느껴진다.

당겨서 시작하는 만큼 과정상의 실패와 오류를 복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실수는 줄어들고 완성도는 높아진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배움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닥친 일에 함몰된 조직과 확실하게 다른 차이는 미래의 상황(기회와 위협)에 대해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 CEO, 리더… 그들의 성장방식은 닥쳐서 시작하는 방식을 경멸한다

닥칠 일도 시간이 지나면 닥친 일로 변한다.

다수의 사람들은 닥쳐온 일이나 프로젝트를 이제부터 고민하며 시작하지만 미리 예측하고 준비한 사람은 이미 검토한 일이기에 여유를 가지고 깔끔하게 매듭짓는다.


그들은 “지금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했기 때문이다.시작이 다른 만큼 결과도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닥친 일인가? 닥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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