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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Oct 25. 2017

#41. 생애 후반의 함정! 생각보다 위험하다

노년기 삶의 질은 현역 때 눌러둔 준비 버튼으로 결정된다.

아침, 어스름한 빛 속에서 잠이 깬다.

커튼 틈으로 새어 드는 아침 햇빛이 옷가지와 진단지가 나뒹구는 너저분한 방을 비춘다. 몸이 무거워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15분쯤 지나 얼룩과 검은 때로 더러워진 이부자리에서 겨우 일어나 세수를 한다. 냄비에 남아있는 밥으로 대충 아침을 해결하고, 약을 한 줌 입에 털어 넣는다.

① 지병 때문에 약은 빠트릴 수 없다. 그러니 약값이 비싸 병원에는 자주 갈 수 없어 처방받은 약은 절반만 먹는다.

② 옷을 갈아입고 근처 공원에 나가 그곳 벤치에서 하루를 보낸다.

어린 학생들과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이 눈 앞을 지나간다.

③ 자식도 없고, 배우자도 수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친척과도 이미 오래전 연락이 끊겨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④저녁이 되면 집에 돌아와 싸구려 쌀로 지은 밥과 마트 반찬 코너의 할인 반찬 하나로 저녁 식사를 해결한다. 가끔 할인해 파는 무른 조각 과일을 사 먹는 것이 유일한 사치다.

⑤방안의 조명이라고는 텔레비전의 불빛뿐,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형광등은 켜지 않는다.

⑥전달 통장 잔고를 확인해 보니 20만 엔이 채 남지 않았다.

⑦연금은 받지만 충분한 금액은 아니다.

⑧이대로라면 앞으로 몇 개월 안에 돈이 바닥날 텐데,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밤 9시가 되면 곧 잠자리에 든다. 조용한 방 안에는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만 울린다.

⑨가끔 ‘얼른 나를 데려가 줘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든다.”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 (다음 이미지)

“2020 하류 노인이 온다 / 후지타 다카노리”에 나오는 이야기를 번호로 구분 지어 보았다.

크게 9가지 관점에서 노년기 위험 요소를 감지할 수 있는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노인성 질환과 의료비에 대한 걱정이다.

우리나라 60세 이상 노인 환자의 경우 인당 평균 4개의 만성 질병을 앓고 있고 6가지의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할 일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파고다 공원을 연상하면 좋을 듯하다. 진짜 해야 할 일이란 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죠. 나이가 들어서도, 현장을 떠나서도, 그 연장 선상에서 할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찾았어야 했는데, 저는 지금 아침에 일어나면 ‘할 일’이 없어요 <시작하라 그들처럼/ 서광원>”

작가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할 일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그것이 경제적 생산성을 가진 것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을 다스리며 할 수 있는 일은 노년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세 번째는 가족 해체 위험이다. 

일본의 경우 무연고 고독사로 사망하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가족해체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 10.4일 KBS 뉴스에서 홀몸 노인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보도를 냈다. 4년 전 110만 7천 명 수준이었는데 올해 현재 133만 7천 명으로 20만 명 넘게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경제난 등으로 가족이 해체된 채 홀로 사는 고령층이 급증한 게 노인 고독사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네 번째는 식 생활비에 대한 부담이다.

2008년 제1회 국민 노후보장 패널 학술대회(주관: 국민연금 연구원, 주최: 국민연금공단

후원: 보건복지가족부)를 시작으로 2017년 제6회 국민 노후보장 패널 학술대회가 열렸다

제6회 국민 노후보장 패널 학술대회에서 중. 고령 노인의 빈곤 특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가구 월평균 지출내역에서 가계 총지출액을 107만 9896원이라고 발표하였다.

대상은 65세 이상 1475명을 표본 분석한 것으로 식비의 경우 평균 지출 총액 대비 26.2%(28만 2830원)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노인 건강과 직결된 것으로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듯 제대로 된 영양이 섭취되지 않는 다면 질병에 노출될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주거비용이다.

국민 노후보장 패널에 의하면 월세 평균이 13만 3780원(12.4%)이다.

자료에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전기, 가스, 물값 등을 최대한 아껴 쓴다고 해도 추가 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2020 하류 노인이 온다 에서 표현한 것처럼 전기 값을 아끼기 위해 형광등을 켜지 않는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섯 번째는 빈 통장이 주는 압박감이다.

희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쓴 극작가 <테네시 윌리암스>는 “돈 없이 젊은 시절을 보낼 수는 있지만, 돈 없이 노후를 보낼 수는 없다”라고 했다. 돈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현대사회에서 돈은 <신분>이고 <계급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하다.

일곱 번째는 턱 없이 부족한 연금 액이다.

한국은 일본의 경우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 한국일보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함께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35세 가입자 예상 소득 300만 원을 기준한 시뮬레이션 연금 수령액을 보면 1994년 가입자의 경우 91만 33000원, 2004년 가입자의 경우는 63만 5000원, 마지막으로 2014년 가입자는 53만 원으로 20년 만에 58%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여덟 번째는 노년기의 내일이 암울하다는 것이다.

희망이 없는 내일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작금의 시대를 100세 시대라고 말한다. 일과 쉼, 그리고 수입과 지출의 밸런스가  파괴된 시대다. 앞서 거론했던 문제들의 다수는 돈과 관련한 문제들이다. 오래 사는 만큼 그 비용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노인을 찾는 일자리는 턱 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소득 없는 노년은 재앙일 수밖에 없는 원인의 단초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홉 번째는 자살 충동이다.

“日本 산케이 신문 ‘한국의 자살, 왜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2014.8.17)의 보도 내용을 보면. OECD 회원국 중 2012년까지 10년 연속 자살률이 1위 국가. 10만 명당 자살자는 29.1명으로 OECD 평균의 2.4배인 나라. 초등학교 고학년 5명 중에 1명이 자살 욕구를 갖고 있는 나라. 고령자도 아이들도…… 자살 욕구가 도사리는 '자살 공화국’을 묘사하고 있다.”

 

자살은 다양한 이유에 기인한다.

돈과 연관된 경제적인 문제, 외로움을 해소시키는 관계 능력과 사회적인 포용력, 행복한 생애 2막을 설계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 그리고 가정은 물론 사회적으로 존재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국민적 인식 등과 관련이 깊은 만큼, 국민도 국가도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을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준비하지 않는 늙음은 하류 노인을 자처한다는 반증이다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는 노인의 90%가 하류 노인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필자는 “생애 후반의 함정”에서 <After age 65>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노년기 소득에 대한 현역기의 선택이 얼마나 중한 것인지 피력 한 바가 있다.


老人(65세/노인 분기점)이 되면

운명의 갈래 길을 만나게 됩니다.

하나는 돈을 취하는 길이고

또 하나는 돈을 바라만 보는 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노인의 맘은 어떨까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십 년동안을......

老人이 되었을 때

돈을 취하는 사람의 현역 시절은

바라만 보아야 하는 사람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겠죠?

아마도 특별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요?

고통과 끈기,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결단 같은 것 말입니다.

다른 곳으로 돈이 새어 나가지 않아야

노인이 되었을 때 손에 쥘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인이 되었을 때 경제적인 면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년기 삶의 질은 그때 가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역기에 눌러 놓은 <노후 준비 버튼>에 의해 결정된다는 평범한 사실이 왜곡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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