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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Dec 06. 2016

#09. 자녀 출산의 때가 결혼의 때 보다 더 중요하다

늦은 결혼이 몰고온 메가톤급 부메랑

23세 베트남 신부를 맞이한 45세 신랑(결혼 당시). 22년 차를 극복하고 국경을 넘어 사랑을 키운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노총각 친구의 이야기다.


어느 날 뜬금없이 청첩장을 가지고 왔다.  장가를 간다는 것이다. 믿기지 않았다. 일단 너무 늦은 나이였고 신부가 23세라니 도둑도 이런 상 도둑이 또 어디 있을까 싶어 재차 확인해 보니 베트남 여자와 결혼한다는 것이다. 나이차가 작지 않지만 운명의 끈은 그렇게도 연결되는구나 싶었다. 결혼 예식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노 총각이 또 한 명 구제된다 싶어 좋긴 했지만 그 상황에서도 나는 친구의 미래를 계산하고 있었다.


20년이 지나면 친구는 65세가 될 것이고, 제수씨는 43 자녀는 20세다. 공부시키려면 한참 돈이 들어갈 시기인데 이 친구는 이미 은퇴를 하고 연금 수혜를 받고 있을 나이다. 내게도 대학생 자녀가 동시에 두 명이었던 적이 있었다. 아들이 지방에 있는 대학을 다녔기에 방값과 기타 비용, 학비와 월세 그리고 집에서 대학을 다닌 딸아이의 비용까지 얼추 계산해보니 연간 3,000 만원 이상 들어간 것 같다(기타 비용은 빼고).

내겐  다 지나간 일이 되었지만 그 친구아직 시작도 못한 상태다.( 2016년 기준 10년 후 대학 입학). 문제는 용인데 지금의 수준으로 가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설령 대학을 마친다고 해도 4~5년이 더 지나면 자녀의 나이30세가 된다. 자식이 크는 만큼 부모도 늙는다. 친구는 어느덧 75세, 제수씨는 53세가 된다. 이제 자녀 결혼이 목전이다. 남자 아이를 둔 만큼 결혼 비용도 만만치 않을 터(결혼 문화기 바뀌지 않는다면). 결혼자금을 만들기엔 직장생활 기간이 너무 짧다. 늦게 얻은 외아들인데 비용 측면에서 나 몰라라 외면할 수도 없어 보인다.

늦은 결혼과 늦은 출산은 부모의 노년기를 옭아매는 오라 줄이 될 확률이 높다

자녀의 입장에서 너무 젊은 어머니도 어색하지만 너무 늙은 아버지도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제수씨도 너무 늙어버린 남편이 부담스럽지는 않을지...


타향 만리 머나먼 이국 땅에 남편만 믿고 시집온 제수씨의 마음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분명 가난한 모국보다는 잘 사는 나라에서 더 많은 기회의 삶을 원했기에 감행한 결혼이다.

한국에서 살 수 있다면 신랑의 나이가 무슨 문제이겠는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한국 행을 결심했을 것이다.


친구의 마음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 보였다.

아르헨티나행을 애써 포기하고(친형이 살고 있어서) 이룬 결혼이다. 노 부모만 남겨두고 떠날 수도 없었겠지만 그보다는 손 자녀를 안겨드리지 못했던 형님의 전철을 또 밟는 불효를 감수하기엔 너무 착한 심성을 가진 친구였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여러 가지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수도 없이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을 친구다


아이의 성장 과정도 걱정된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원치 않는 놀림을 경험할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원망할 만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 빠른 출산도 부모를 근심시키지만 너무 늦은 출산은 두고두고 부모를 아프게 한다.
그래서 언제 결혼하는가의 문제 보다, 언제 마지막 자녀를 출산하는가에 대한 것이 더 중요하다’

결혼은 때가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자녀 출산의 때가 결혼의 때 보다 더 중요하다면 역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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