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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Aug 13. 2018

#68. 묵은장의 종균을 빌려 쓸 줄 아는 리더.

 노마지지(老馬之智)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한중일 3국의 맛을 이렇게 평했다. 한국은 발효의 맛. 중국은 불의 맛 그리고 일본은 칼의 맛이다.

*발효
넓은 의미로는 미생물이나 균류 등을 이용해 육종 하는 과정을 말하고, 좁은 의미로는 산소 없이 당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대사 과정을 말한다. 예로부터 술·된장·간장·치즈 따위를 만드는 데에 이용되어 왔음 -위키백과 참조-

장맛은 덧장 맛이라는 말이 있다.

덧장이란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 때 오래된  묵은장을 섞어 만든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만들면 묵은장 속에 있는 종균이 새로 만드는 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묵은장을 더해 담가진 장은 해가 지날수록 그 맛과 향이 깊어질 뿐만 아니라 장의 풍미를 더하기 때문에 덧장은 새로운 장의 맛을  결정짓는데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장맛이 계승된다는 의미에서 매우 가치가 있다. 

장맛은 가문의 이름을 높이는데도 일조했다. 때문에 집안의 장맛은 종갓집 며느리의 손을 거처 마치 비기를 전하듯 조심스럽게 전수된 예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장맛은 한 가문의 음식 맛을 결정하는 핵심이기 때문에 장독대 안에서 발효된 장맛은 그 집안의 여인내들의 됨됨이를 평가는 잣대가 되곤 했다.  


프랑스 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한국의 장은 발효의 미학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덧장을 예로 든 것처럼 대를 거듭하며 이어진 종균에 의해 발효된 맛은, 중국처럼 불에 익혀먹는 가공의 맛이나(불의 맛) 초밥과 생선회의 나라 일본처럼 날 음식을 그대로 먹는 맛과는( 칼의 맛) 비교되지 않는 것으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는 물론 과학적 식견의 깊이가 남다른 지혜의 맛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덧장은 맛의 이어짐을 의미한다. 이는 전통을 중시하는 선조들의 문화와 맥이 닿는다. 옛것의 기반 위에 새것이 들어오고 새것의 본질 속에 옛것의 맛이 녹아있는 전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새것의 가치가 아무리 크다 한 들 전통 있는 옛것의 가치를 담을수는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좋은 경험의 소산물은 반드시 계승되고 발전되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새것만 쫓아가다 보면 그 뿌리를 알 수 없는 짝퉁 이미지만 남기 때문이다.


'노인 하나가 죽는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버리는 것과 같다'
노마지지(老馬之智) / 늙은 말의 지혜

베르나르 베르베르 단편 <나무>의 황혼의 반란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노인의 식견과 경험을 도서관에 소장된 수많은 장서들의 지식에 비견한 존경의 표현이다.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의 말의 지혜를 빌려쓸 줄 알았던 명재상 관중처럼 노인의 지혜(묵은장의 종균)를 빌려 쓸 줄 아는 지혜의 리더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 노마지지(老馬之智)
춘추 시대, 오패(五霸)의 한 사람이었던 제(齊)나라 환공(桓公:재위 B.C.685~643) 때, 고죽국을 정벌하고  혹한 속에 지름길을 찾아 귀국하다가 길을 잃고 전군(全軍)이 진퇴 양난(進退兩難)에 빠져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말하기를 “이런 때 ‘늙은 말의 지혜[老馬之智]’가 필요하다.” 고 하면서 즉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전군이 그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안 되어 큰길이 나타났다는 것에서 유래한 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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