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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Sep 12. 2018

#71. 잊힌다는 것은?

생소함이 시작되는 설렘의 분기점이다

물로 세수를 해도 얼굴에 광이 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얼굴에 주름을 만들었고, 기미와 검버섯이 자리할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이젠 아무리 좋은 화장품의 도움을 받아도 지난날 매끈했던 얼굴로 돌아갈 수는 없다. 세월은 윤기 나고 탱탱했던 과거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흔적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던 사람도, 때가 되면 뒷전으로 물러서야 하는 날을 맞이한다. 이는 세월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자 다음 세대를 위해 자리를 비우라는 준엄한 명령이기도 하다.


무언가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이 익숙함이었다면 조언하고 따라주는 것은 생소함이다. 주도자라는 익숙함이 떠나고 조언자라는 생소함이 들어오면 마찰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성숙한 사고의 소유자들은 기존의 익숙함을 내려놓는 대신 새롭게 맞이하는 생소함과 친해지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들은 세월이 건네준 생소함을 저항이 아니라 수용해야 할 과제라고 인식한다. 홀로서기 위한 동력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생소함이 익숙함으로 인정되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잊힌 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과정이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필연이라고 해도 좋다. 문제는 지금 이후의 시간을 바라보는 인식의 기준만 달리하면 잊힌다는 것도 과히 나뿐 것은 아니다.

절정의 아름다움을 자아냈던 인생의 화려한 흔적들을 기억 속에 묻는다고 겁낼 필요는 없다. 생소하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세월의 선물은 그동안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움의 보고(寶庫 보물창고)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생은 짧지 않다. 신神으로부터 세월을 거스를 수 있는 능력을  못했지만 상황을 자각하는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았기에, 새롭게 다가선 생소함 속에 숨겨진 세월의 보물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리면 된다. 그것이 또 다른 나의 가치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그러므로 잊힌다는 것에 대해선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잊힌다는 것 생소함이 시작되는 설렘의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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