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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Sep 11. 2018

#70. TGIF vs TGIM & OGIM

월요일은 축복의 날

서늘한 바람이 느껴지는 월요일 아침(2018.9.10)

오늘은 왠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피며 출근하는 날이었다. 그 수를 헤아리진 않았지만 족히 천여 명 이상은 보았을 것 같다. 처음엔 그냥 호기심이었다. 메르스 확진 판정자가 나온 탓인지 마스크 쓴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 출근길에서 가장 많이 접한 모습은 이어폰을 꽂고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과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검색하는 사람들, 그리고 커피 한잔을 손에 쥐고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동안 느껴진 의문 하나가  있었다. 출근자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없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다. 출근길은 웃어야 한다는 법도 없는 만큼 웃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 많은 출근자들의 얼굴 중에 미소를 머금은 얼굴은 단 두 명, 그것도 동료들의 커피를 양손에 가득 들고 바삐 걸어가면서 나눈 이야기 중에 나온 미소가 전부다.


출근시간, 직장인의 얼굴에서 미소를 발견하고 싶은것은 과욕일까? 

목적지를 향해 바쁜 걸음을 옮기는 모습에서 시간적 여유가 읽히지 않았다. 더군다나 오늘은 직장인이 가장 싫어하는 월요일 아닌가? 주말의 자유를 끝내고 다시 업무가 기다리는 직장인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얼굴에서 미소를 발견하고 싶은 것은 무리였을까?

휴일의 달콤함을 밀어내고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은 괴로운 날로 인식되는 예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월요병이라는 웃지 못할 출처 미상의 질병이 난무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월요일에 그것도 괴로움이 시작되는 출근길에 미소라니......


오래전 읽었던 기사 한 줄이 생각난다.

기사의 주인공은 하태우 NWA 한국지사장이다. 달랑 100弗만 들고 미국으로 건너간 지 13년 만에 NWA 한국지사장으로 금의환향했던 인물로 기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휴일을 앞둔 금요일은 TGIF(Thanks God, it's Friday), 즐거운 날이지만, 일 할 수 있는 월요일은 ‘TGIM(Thanks God, it's monday)’ 축복의 날이다”  

그렇다. 출근할 수 있는 직장, 일 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누군가 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그것은 아직은 쓰임새가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식은 많은 차이가 있다. 나에게 하기 싫은 일거리를 주고, 그 일을 닦달하는 상사들이 있고, 잘한 것에 대한 칭찬보다,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이 난무하는 회사는 그렇게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출근하는 마음이 가볍기를 바란다면 과한 기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어진 상황을 인식하는 상태에 따라 얼굴의 이미지는 달라질 수 있다. 출근하는 것이 축복받는 일이라고 인식하는 얼굴에서 불편함을 읽을 수 있을까?

반대로 월요일 아침부터 괴로운 일을 하는 곳으로 가야 하는 얼굴에서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한 주간을 시작하는 월요일을 축복의 날로 인식하는 사람과 괴로운 날로 인식하는 사람의 미래가 같을 수는 없다.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인생을 개척하는 사람과, 주어진 업무나 환경에 대한 괴로움으로 시작하는 사람의 미래가 것을 부연하여 설명할 필요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 아침 마주쳤던 얼굴의 주인공들은 Thanks God, it's Monday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Oh God, it's Monday의 하루를 시작하는 얼굴에 더 가까워 보였다.

문제는 남이 아니라 나의 월요일이다.

고백하자면 축복의 날로 인식한 날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월요일이 괴로운 날이라고 인식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Oh God, it's Monday은 거리가 뭔 월요일이다.


“어 오늘이 건강 검진일이었어?”

“네, 지난주에 메신저로 공지했는데 아직 읽지 못하셨나 봐요?”

아차 싶었다. 더군다나 출근하자마자 책상 위에 놓여있는 쿠기 박스를 뜯어서(누가 보낸 것인지 묻지도 않고) 3개의 쿠기를 먹었기 때문에 건강 검진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이쿠야”

건강 검진 시작 시간은 8시 30분, 쿠기를 먹은 것은 20분 전이다. 아예 빨리 피를 뽑고 소변 검사를 하자는 생각에 동료들과 서둘러서 건강 검진을 받으러 내려갔다.

문진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우울증과 관련한 질문지를 읽으면서 한 마디를 했다

“내가 요즘 우울한 건지 잘 모르겠네”

그때 동료가 한 마디를 보탠다

“제가 알려드릴게요. 강사님은 우울할 틈이 없는 분이세요”

그 말에 빵 터졌다

오늘 처음으로 웃을 일이 발생한 것이다.

“우울할 틈이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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