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심장수술을 받지 않는다면 죽을 확률은 5%, 혈관 확장술을 받으면 15%로 늘어난다.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타민제를 복용하고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면 사망률은 1%로 낮아진다”
30년 동안 4만 명의 난치병 환자들을 치료한 미국의 자연치료 의학자, <줄리안 휘태커> 박사의 말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불멸하지 않습니다. 다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를 뿐이죠.. 인간을 포함한 동, 식물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소는 차고 넘칩니다. 자연재해도 그중 하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원치 않는 사고나 질병에 의해 목숨을 잃습니다.
인간의 질병은 3만여 가지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죠. 하지만 그 많은 질병 중에서 한국인의 수명을 앗아가는 10대 사망 요인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암,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 고의적 자해(자살), 당뇨, 운수, 만성하기도, 간질환, 고혈압, 폐렴 등입니다(2017년) 10개 사망 요인 중에서 8개가 질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연령이나 성별로 뽑으면 10대 사망 요인은 달라집니다.
거친 표현이긴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질병들은 발병 후 즉시 사망(즉사)하는 예가 없죠? 반드시 “죽어가는 기간을 거친 그다음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발병 후 미쳐 손 쓸 시간도 없이 사망으로 인도하는 질병이 잇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질병이 바로 급성심근경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급성심근경색은 초기 사망률이 30~50%에 달할 만큼 위험합니다. 발병 후 응급실로 이송하는 도중에 사망하는 사람이 무려 20%나 됩니다. 말 그대로 촌각을 다투는 질병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수치입니다. 또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도중에 사망하는 사람도 15%에 육박합니다. 발병 후 한 달 이내에 30~55%의 환자를 사망하게 할 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암을 포함한 여타 질병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가족들과 이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얼마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급성심근경색은 그렇지 않습니다. 갑자기 쓰러지면서 의식불명 상태에 돌입하기 때문에 가족들과 애틋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을 만드는 심장 질환 중에서 가장 대표적 질병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입니다.
이종범의 도해 카드
협심증(狹心症)은,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인해 좁아지면서(狹 좁을 협)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입니다. 반면에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막히면서 혈액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심장근육이 손상(썩는)되는 상태를 말하죠. 심장질환은 극심한 흉통을 수반할 뿐 아니라 심장기능 저하, 부정맥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고, 호흡곤란과 쇼크 등, 생과 사를 오가는 골든 타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대표적 질병이기도 합니다.
허혈성 심장질환 발병률 / 이종범의 도해 카드
특히 40대 중년기에 접어들면 전조증상 없이 갑자기 발병하는 예가 많은 질병인 만큼 몇 가지 초기 증상을 숙지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① 가슴 가운데가 눌리는 듯 뻐근한 통증
②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③ 가슴 통증이 왼쪽 어깨로 뻗칠 때
④ 식은땀, 실신, 숨 가쁨 등의 증세가 동반될 때
⑤ 4대 이상에서는 통증이 없거나 체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버드 대학에서도 <심혈관 질환이 잘 발생하는 상황>을 예시한 바가 있는데 이 또한 참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① 급격한 운동 후
② 저녁 과식 후
③ 월요일 아침(심장마비 20%)
④ 아침에 눈 뜰 때 (심장마비 40%)
⑤ 폐경 후 여성(2~4배 심혈관 질환 높다)
젊었을 땐 신경도 쓰지 않았던 월요일 아침, 잠에서 깨어 눈을 뜨는 일상의 시작이 위험하다니……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조심해야 할 것은 왜 그렇게 많은 걸까요?
단지 15분이라는 연극이 생각납니다. 전도유망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가슴 통증이 심해진 거예요. 병원에서 의사의 진단을 받던 중 하늘이 무너지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이 청년의 수명이 1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거죠.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통보를 접한 이 청년은 망연자실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청년이 있는 병실로 전보한 통이 배달되었습니다. 이 청년에겐 억만장자 삼촌이 있었는데, 삼촌이 죽으면서 그 많은 재산을 자신에게 남겼다는 전보였습니다. 전보를 접한 이 청년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렇습니다. 그 많은 재산이 지금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러던 중 또 한 통의 전보가 배달됩니다. 이 청년의 박사학위 논문이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좋은 소식이지만 이 청년은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요? 이때 마지막 전보 한통이 배달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 전보가 가장 가슴 아팠습니다. 이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 여인이 이 청년의 청혼을 받아 드리겠다는 내용이었거든요.
“억만장자의 상속자”
“박사학위 최우수 논문 시상자”
“사랑하는 연인의 결혼 승낙 통보”
이 모든 기쁨의 순간들을 누리지도 못한 채 죽어야 하는 “단지 15분”의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아간 원인이 바로 가슴 통증입니다. 아무리 건강해도 40세를 넘어 중년이 되면, 가끔씩 가슴이 뻐근하거나 콕콕 찌르는 증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이내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진 마세요. 단지 15분의 주인공이 되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