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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Jun 22. 2020

어깨의 계급장을 과신하는 사람들

"인간의 역사는 자신의 몫을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는 과정이며, 소유욕을 채우기 위해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잠언집/류시화 엮음-


타인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그것을(경험, 직급, 능력,...)을 드러내려 애쓰는 사람이 있다. 전자의 우, 상대의 잠재 능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쓰지만, 후자는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려 애쓰다 보니 그 사람이 지닌 고유의 창의적 사고까지 외면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 사람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 사람은 정답을 알려주는 척척박사보다는 스스로 답을 도록 돕는데 중점을 둔다. 그 이유는 자신의 노력으로 답을 발견했다고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스스로 발전된 자신을 발견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은 주어진 힘(?)으로 그 사람을 통제함으로써, 자신이 주도하는 상황을 관철시키기 위해 그 사람을 소유하려 든다. 심지어는 네 편과 내편을 가르고 줄 서기를 강제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어느 책에선가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비밀이 없고, 정답이 없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짜의 이면에는 상대가 모르는 어떤 기대가 숨겨져 있을 것이고, 이유가 어떠하든 비밀을 지키지 못하는 배신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오늘의 정답이 내일도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공짜, 비밀, 정답 이 세 가지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만들 수 있다.


“이건 우리끼리만 아는 오프 더 레코드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해, 딴생각 말고, 그게 정답이니까”

“자네 나랑 술 한잔 하러 갈까, 오늘은 내가 사지”


세상과 인연을 끊고 나 홀로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직화된 구 속에서 살아야 한다. 작게는 가정을 이루고 크게는 사회 구성원으로, 더 크게는 국가라는 조직의 일원으로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관계라는 특별한 연결고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 안에서 어떻게 처신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회사의 예를 들어보자.

누가 뭐라 해도 조직은 경쟁사회다. 정해진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쟁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직급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힘을 통제하지 못하는 리더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람의 생각은 리더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구성원의 생각을 통제하려는 리더가 적지 않다. 그 사람의 생각이 자신과 다를 경우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애써 무시하거나 비방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리더의 진정한 힘은 함께하는 동료에게서 나온다. 물론 상급 리더가 위임한 권한이 자신의 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위만 보고 아래를 외면하는 리더에겐 희망이 없다. 상급 리더의 눈치만 살필 뿐  자신을 돕는 동료들의 힘을 온전히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과신한 탓에 도 아래도 없는 마이 웨이형 리더도 문제다. 상황이 바뀌면 속된 말로 낙동강 오리알이 될 위험이 작지 않은 리더의 전형이다. 그러므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겸손해지라는 말은 백번을 더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직급의 높이와 상관없이 어깨 위에 달려있는 계급장의 힘을 과신하지 말자. 자칫하면 그 계급장이 자신의 어리석은 리더십을 포장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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