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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Jul 02. 2020

시작 속에는

시작이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한 출발점이다. 때문에 기대와 설렘만큼 위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희망하는 곳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잘했어도 막상 가려고 하면 지 모를 불안감이 다가온다. 이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순간과 마주하기 전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성급하고 무모할 정도로 가속 페달을 밟는 시작이 있는가 하면, 답답할 정도로 느릿한 시작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예단할 수는 없다. 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작이란 의미 속엔, 엄마의 자궁에서 새로운 창조물로 거듭나기 위해 생명의 질서를 찾아가는 여정인 셈이다. 마치 정돈되지 않은 수많은 생각들이 제 멋대로 날뛰며 요동치는 과정에서, 나만의 생각 질서를 만들라는 창조자의 숙제를 잉태한 것처럼 말이다. 


아들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예비 며느리와 부동산 발품을 팔고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자신들이 희망하는 을 얻는 일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부동산에서 추천하는 집을 볼 때마다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가격이 맞으면 이 맘에 안 들고, 반대로 이 맘에 들면 가격이 안 맞는다. 자금이 여유롭다면 그런 고민이 필요 없을 텐데,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뿐이다. 

“시작은 항상 불안하고 폭력적이다. 시작이라는 단어에는 과거와의 매정한 단절,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 그리고 지금과 여기에 대한 확신과 집착이 혼재해 있다”  - 『수련』中에서 / 배철현 지음 -

그것이 무엇이든 새로운 시작은 늘 덜거덕거리기 마련이다. 기대와 현실이 같지 않아서다. 완전히 갖추어진 출발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차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차이를 장애물로 볼 것인지, 디딤돌로 볼 것인지에 따라 그다음이 달라질 뿐이다. 아무쪼록 사랑하는 아들이 는 세상에서 만나게 될 저항들이,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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