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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Jul 09. 2020

허둥지둥, 우당탕탕

2020년 7월 8일.

어제 오후, 7월 9일 동대구 사업부 강의가 잡혀, 아침 7시 srt를 예약했다.


1. 허둥지둥, 우당탕탕

2020년 7월 9일

눈을 뜬 시간은 AM 6시 36분, 아뿔싸, 알람 시간이 잘못 설정되어 있었다(5시 50분을 6시 50분으로) 

수서역까지는 택시로 얼추 15~20분 거리, 머리가 하얘진다. 아직 세수, 면도, 양치. 옷 입기가 남아있다. 머리는 시간을 계산하면서 세면장으로 직행,,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5분 만에 세면을 끝냈다


6시 42분
택시 정거 장을 향해 뛴다


6시 46분
택시를 타고 수서로 직행. 숨이 너무 차다.


나: 아저씨 수서역이요
기사: 네.(헐덕거리는 나를 보며) 근데 몇 시 차예요
나: 7시요
기사: (놀란 표정으로) 7시요. 글쎄,,  갈 수 있을지~


2. 짧지만 강렬했던 절망
말끝을 흐린다. 불가능하다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님은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해보려는 눈치다. 기사님과 대화를 하면서 srt앱을 접속한다. 혹여 대체할 열차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열차 편은 모두 매진이다. 방법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9시 50분이 첫 강의인데,  답이 없다.


3. 기사회생

시나 하는 맘으로 다시 앱을 접속한다. 웬걸 7시 5분 열차 예매 가능 상황으로 바뀌었다. 누군가 예매를 취소한 사람이 있나 보다. 빛의 속도로 7시 5분 열차를 예매했다. 하늘이 도운 걸까,,  7시 열차를 취소했다.


나: 기사님, 7시 5분 열차는 탈 수 있겠죠?
기사: 차가 있나요?
나: 다행히 7시 5분 열차가 예매됐어요
기사: 그래요. 그건 가능할 거예요.
나: 기사님 부탁드릴게요
기사: 알겠습니다.

7시 1분
기사님 덕분에 수서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요금을 지불하고 또 뛴다. 아침부터 뛰는 하루다. 벌써 두 번째다.

7시 3분
309 열차 무사히 탑승 완료. 숨을 고르며  8호차로 이동한다. 다행이란 생각 외엔 그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늘은 대구에서 두 곳의 장소에서 3번의 강의를 해야 하는데,,  펑크가 났다면, 어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4. 안도감이 몰려오다
7시 5분
srt 309호  열차가 서서히 출발한다. 자리에 가방과 상의를 벗어놓고 화장실로 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다. 면도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머리는 물만 묻히고 빗질을 한 탓에 윤기는 고사하고 푸석푸석, 딱 그 느낌이다. 헤어 라인은 또 어떤가. 엉망 그 자체다. 갑자기 늙어버린 것 같다.


7시 15분

자리에 앉는다. 안정이 필요했다. 잠을 청하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브런치에 접속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떠올리며 글을 스케치한다. 신기한 것은 순간순간이 정확히 기억난다는 것이다.


8시 25분

딸아이가 정신없이 뛰어나간 아침 상황이 걱정되는지 카톡을 보냈다

8시 58분
예정대로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강의장이 있는 듀류 네거리 현대해상 사옥 까지는 택시로 20분 거리, 시간적으로는 약간의 여유가 있다.

9시 25분

현대해상 사옥에 도착했다. 20층 교육장으로 직행, 식전 행사가 막 시작된 상황이다. 이제야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5. 안정감이 사라진 강의
12시 10분
연거푸 타임 강의를 무사히 마쳤다. 이제 대구 일정의 마지막 강의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1시 10분 Hotel Laonzena에서 3번째 강의가 있기 때문에 점심도 거르고 택시 정거장으로 이동한다.

12시 32분
Hotel Laonzena에 도착했다. 동대구 사업부 지원 교육 팀장님이 센스 있게 미리 식사를 시켜놓고 마중을 나오셨다. 어찌나 고맙던지,... 허겁지겁 식사를 한다. 전복과 가자미가 들어간 미역국은 처음이다. 하지만 음미할 시간은 없다. 빠른 속도로 식사를 마쳤다.


6. 본래 모습을 되찾다

13시

5층 아모르 홀에서 오늘의 마지막 강의를 시작한다. 주제는 <100세 시대! 일을 해야 하는 이유>다.  강의 호응도가 좋다. 지친 몸이지만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


14시 30분

드디어 오늘 일정이 끝났다. 맥이 풀린 탓인지 의자에 주저앉는다. 그렇게 30분의 휴식을 갖는다.


7. 다시 찾은 여유

16:44

동대구 역이다. 수서행 srt에 몸을 싫었다. 급 피곤이 몰려온다.  하루 종일 시계만 봐서 그런지 시간과 상황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당황스러운 하루였다. 다시는 오늘 같은 경험은 하고 싶지 않다. 몸도, 맘도, 그리고 예상치 못한 추가 지출 까지,.. 오전에 브런치에 스케치해둔 글과 오후 상황을 더해 글을 마무리 짓는다.


마음에 여유가 돌아온 탓일까, 차창밖이 눈에 들어온다. 책을 꺼냈다. 이동희 님이 지은 <리더가 읽으면 무릎을 치는 옛글>이다. 


8.  그리고 감사

6시 15분

집에 도착했다. 오늘은 하늘이 도운 날이다. 이미 매진된 7시 열차 실패, 7시 이후 열차 매진,  그런데,...  그 짧은 찰나의 시간,,  7시 5분 열차가  예매 가능 상황으로 바뀌지 않았다면,...  오늘은 정말 기억하기 싫은 날이 될 수도 있었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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