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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Jul 03. 2020

#57. 백 년 여행,  반환점을 돌고 보니

인생을 여행으로 비유하는 예가 많다. 인생 여행은 어제로 돌아가서 다시 경험할 수 없는 탓에 기억과 글, 사진, 영상 같은 기록으로만 복기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인 셈이다.


여행을 앞둔 전날 저녁은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된다. 여행 가방을 챙기면서 이것저것 넣고 빼기를 반복한다. 가져갈 것은 많은데 가방은 무거워지고,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즐거운 상상 속에 여행 가방을 챙긴다. 이처럼 잠깐 떠나는 여행도 꼼꼼한 준비가 필요한데, 100년의 인생 여행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인생여행은 적어도 80년 이상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긴 여행을 떠나려면 챙길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인생 후반부 40년은 더욱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갖가지 위험들이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에, 시간적 시야를 멀리 두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즐거워야 할 후반부 인생 여행은 악몽 여행으로 종결될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전반부 인생 여행은 <성공을 쫓는 여행자>가 대다수다. 그렇다 보니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좋은 직업은 좋은 자동차와 커다란 주택을 소유하는데 매우 중요한 동력이 된다.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의 시간이, 인생 전반부 여행의 핵심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후반부는 조금 다른 계획이 필요하다. 전반 50년이 성공을 쫓는 여행이었다면, 후반부 50년은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 여행>을 권고하고 싶다.

이종범의 도해 카드


프레데릭 M. 허드슨은 그의 책 『마흔 이후 인생 작동법』에서 20대부터 10년 주기로 연령대별 키워드를 이렇게 제시했다. 인생을 실험하는 20대, 성공과 출세를 준비하는 30대, 인생의 재고 조사를 시작해야 하는 40대, 중년과 화해하는 50대, 인생을 재 설계하는 60대, 잃은 것도 많지만 남은 것도 많은 70대, 나이 든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은 80대,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죽음을 갈망하는 90대가 그것이다.


100년 인생의 반환점은 50대다. 왔던 길을 바라보며 갈 수 있는 나이인셈이다. 앞만 보고 달렸던 인생 전반부엔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반환점을 돌고 나면 좌충우돌 50년 인생 여정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게 중엔 잘한 것도 있었지만, 왜 그렇게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저기 흘려 놓고, 매듭짓지 않은 것들은 왜 또 그렇게 많은지, 남이 볼까 창피한 것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넘쳐난다. 하지만 무엇하나 수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미 지나와 버렸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이 오늘을 만든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나온 50년을 복기하면 더 나은 내일을 개척할 수 있는 힌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60대가 인생을 재설계하는 시기라는 말이 와 닿는 이유다.

인생을 재 설계하는데 필요한 요소가 많지만, 필자는 4가지를 강조하고 싶다(한국 보험신문에 기고했던 내용 중에서)


첫 번째는 “알아채기”다

세상 모든 생명체는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하물며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은 그 어떤 생물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같은 교육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생각까지 같은 사람은 없다. 삶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정답처럼 말하는 은퇴 후의 삶도 내겐 오답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알아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에 맞는 처방전을 쓸 수 없다.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려면 내 마음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아야 한다. 이는 철학자들의 몫이라고 치부해선 안된다. 내 삶의 주인공이 난데 어느 누가 내 삶을 대신할 수 있겠는가?


두 번째는 “정립하기”다

내가 원하는 삶을 구체화하는 작업이라고 보아도 좋다. 막연한 것은 실체가 아니다. 그렇다면 손에 쥘 수도 없고, 손으로 쥘 수 없다면 그저 허상일 뿐이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그것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세 번째는 “결단하기”다

스스로 정립한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내 삶의 주인공이 난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상황에 순응한다면, 법정스님의 말처럼 남의 흉내나 내는 원숭이에 불과하다. 물론 타인의 시선을 전혀 외면할 순 없다. 타협 없는 독불장군, 마이웨이를 외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생각보다 타인의 생각에 휘둘릴까 염려되어하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자신이 정립한 내용이 진짜 원하는 삶을 대변하는 것인지 묻고 또 물으면서 자기 확신을 강화해야 한다.


네 번째는 “실천하기”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실천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을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알 만큼 들켜야 한다. 그래야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강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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