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 일상
퇴근 후 일상은 언제나 동일한 패턴을 그린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저녁 식탁이 차려지고, 구순을 코 앞에 둔 아버님과 나, 그리고 아내가 저녁을 함께 한다. 가끔은 딸아이도 동석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식사가 끝나면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평소처럼 마스크를 착용한다. 약 두 달째 이어지는 것으로 아버님의 운동을 겸한 저녁 산책을 위해서다.
지난주 토요일(2020.9.19)
주말이면 종일 본가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조바심은 있는데, 저질러지지 않는다. 마음만 바쁘고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멍 때리는 시간만 늘었다. 예전 같으면 노트북 챙겨 들고 파스쿠찌로 달려갔을 텐데, 요즘은 글도 잘 써지지 않는다. 망가진 내비게이션이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갈팡질팡, 요즘 내 모습이 딱 그 짝이다.
오늘은 금요일, 퇴근 1시간 전(2020.9.25)
벌써 며칠 째 이 글을 찝쩍거렸는지 모르겠다. 작가의 서랍에서 한 달은 족히 머물고 있는 글이다. 하지만 오늘은 마감을 지어야겠다.
연차와 장기근속 포상휴가를 포함해서 장기 휴가를 신청했다. 그러고 보니 주말까지 포함하면 16일짜리 휴가다(9월 26일~10월 11일).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이렇게 오랫동안 쉬어 본 적이 없다. 퇴직을 2년 앞둔 나에게 주는 선물이란 생각으로 휴가 신청을 했다. 동료들 모두 무슨 일이 있느냐며 관심을 보인다. 약속된 휴가 계획은 없지만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순 없는 일, 집 뒤에 있는 남한 산성도 올라보고, 아내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서울의 핫 플레이스 장소들을 돌아볼 생각이다. 둘만의 데이트랄까, 맛난 음식도 먹고, 젊은 아이들처럼 사진도 찍고,...
삼십 이년만에 주어진 십육일의 휴식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보약 같은 쉼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