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나뭇잎이 떠난 자리, 새 생명이 움트기 시작했다.
꽁꽁 감춰 둔 속살을, 수줍은 듯 내비치는 봄이다.
매화
잠실 석촌 호수 진입로
봄의 전령 매화나무 한 구루에 꽃이 피었다.
미친 벚꽃인 줄 알았다.
국화
테라스 옆 화단, 국화들의 자리잡기 싸움이 한창이다.
늦가을까지 흰색 자태를 뽐내더니 화단에서 제일 먼저 싹을 틔운다
하늘매발톱
언제 싹을 틔웠을까? 가녀린 줄기를 곧추 세워 낙엽을 밀어낸다
작년까지 세 번이나 도둑을 맞았는데, 어느새 번식을 했는지 또 싹을 틔웠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대파
3주 전 뿌리 위로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잘라서 심었다
그저 물만 두어 번 주었을 뿐인데
출근 전, 훌쩍 커버린 대파와 마주했다.
생명의 신비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분명히 바짝 말라있던 뿌리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험 삼아 심었을 뿐인데,
........
대파는 죽은 게 아니었다.
마트에 놓인 대파는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이다.
죽었다고 생각한 내가 무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