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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Jul 16. 2021

마음에 녹이 슬었나?

깨어있는 영혼에는 세월이 스며들지  못한다. 삶을 마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우리가 걱정해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다.

법정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에 있는 글이다. 마음이 빈 것처럼 허전함이 느껴질 때마다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책이다.


오늘은 주중 마지막 출근일이다. 30분 정도 여유가 있는 탓일까. 책장 앞을 서성거렸다. 그리고 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선채로 첫 장을 넘겼다. 벌써 몇 독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오늘은 글 머리 서문에서 평소엔 스치듯 지나간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삶을 마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한다"


노년에 관한 글을 쓰고 또 연관된 영상을 만들다 보니 언제부턴가 '나이 듦'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생각 꼬리 물기가 시작하면 '세월', '은퇴', '노후', '행복', 그리고 '죽음'등의 단어들과 마주하게 된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정말 이대로 은퇴해도 괜찮을까?"


무언가 다가오는 것이 있다. 그 실체가 또렷하게 잡히지 않아서 그런지 왠지 모를 불안을 자극한다. 새로운 시작(은퇴 15개월 前)에 대한 두려움일까? 아니면 가진 것(은퇴 후 강의)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일까? 어쩌면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가속이 붙으면서 빗나간 예측이 가져다준 후유증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은퇴 시계는 한시도 멈추지 않고 제 시간을 지나고 있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의 있음이란 말이 와닿지만, 세상 욕심이 한가득 들어찬 탓일까? 순간순간의 있음에 만족하지 못하고 조급증만 늘고 있다. 

마음에 녹이 슬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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