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은 용서할 일보다 용서받을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보고 싶은 사람보다 볼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다리고 있던 슬픔을 순서대로 만나는 것이다 세월은 말을 타고 가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침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도 이별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 / 김재진-
가을 단풍이 화려함을 뽐내고 나면, 서서히 겨울맞이 차비가 시작되죠. 11월 23일 새벽으로 기억합니다. 바람을 동반한 가을비가 내렸죠. 출근길 주택가는 물론이고 도로변까지 낙엽으로 가득 찬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길목이라 그럴까요?노란은행 잎이 수북하게 쌓인 곳에 눈길이 머무네요.
"찰칵"
한컷 담았습니다.
어이쿠야 제 신발까지 담겼네요
일본인 작가 히로세 유코가 지은 책 <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의 책 머리글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40살을 맞이할 때와 50살을 맞이할 때는 기분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40살은 30대의 연장선에 있고, 50살은 다가올 나이 60대와 70대로 이어지는나이라고 할까요. ‘한 장의 마무리’ 같기도 하고, ‘이어지는 장의 시작’ 같기도 하고, ‘새롭게 시작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나는 50이라는 나이를 이전처럼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무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변화의 속도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0과 50은 ‘기어’가 다른 것처럼 느껴집니다. 몸과 마음, 삶의 깊이,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되는 것… 그 위치에 섰을 때만 보이는 풍경이 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나이 50이라는 것에 처음 섰습니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렇게 처음 경험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히로세 유코의 글이 새삼 와닿는 이유는 앞에서 밝힌 것처럼 저도 내년 10월이면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60대의 시작점에 서야 하기 때문이죠. 지난 시간을 더듬어 보면 그저 앞 만 바라보면서 열심히 뛴 것 외엔 철학적 사고와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공부는 뒷전이고 축구하는 것과 가족 부업으로 봉투를접어야 했던 10대,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미래 비전은사치로 돌리고 돈을 벌어야 했기에, 갓 창업한정밀화학업체에서 일을 시작한 20대, 5평 남짓한 실험실에서 화공 약품 냄새에 찌들어도 치열하게 버텨야 했던 30대, 첫 직장 퇴사 후, 돈 버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절절히 느껴야 했던 보험 영업과 늦깎이 보험 강사로 입문한 40대, 그리고 이제 강의를 본업으로 글 쓰기와 영상을 만들면서 ‘50대 끝자락에 서있는 지금의 '나’까지,...
돌이켜 보면 50대 초반까지 나를 위한 인생이기보다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50대 중반, 글 쓰기를 하면서 철이 들기 시작한 것 같아요.
사색하는 시간이 늘어났거든요. 철학자들이 화두로 삼았던 것처럼 “나는 누구인지,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이 대폭 늘어났으니까요. 그 때문인지 몰라도 새롭게 맞이하는 60이 두렵긴 하지만 그렇다고 좌절과 공포로 다가오진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60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희망의 나이일까요?”
“불안이 시작되는 절망의 나이일까요?”
윌리엄 새들러는 그의 책 <서드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에서> 나이 듦에 대한 자기 인식의 차이를 <R의 노후와 D의 노후>로 설명하더군요. 나이 듦을 보너스로 인식하는 사람은 갱신, 갱생, 쇄신, 원기회복, 회춘을 지향하지만, 나이 듦을 절망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쇠퇴, 질병, 의존, 우울, 노망,... 그리고 사망으로 이어진다고요
그렇다면 은퇴와 함께 시작되는 60대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자칫하면 아직 경험하지 못한 60대를 너무 미화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결코 가짜 희망을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저뿐 아니라 누구라도 희망적인 노후를 꿈꾸니까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희망적인 노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제시할 수 있느냐의 차이 아닐까요? 그런 이유로 기회가 될 때마다 누차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희망하는 60대는 <글 쓰며 여행하는 산업 강사>입니다. 그 길을 가기 위해 어떤 준비를 거쳐 왔는지도 말씀드린 바가 있고요.
마지막 1년, 마지막 은퇴 리허설이 시작된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네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은퇴 준비는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나요? 아직 은퇴 전이든, 이미 은퇴한 상태이든 상관없이 은퇴 이후 어떤 이름표를 가지고 살아야 할지 정의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물론 본인이 정의한 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건 기본이겠죠.
통기타 가수로 널리 알려진 가수 이장희 씨 아시죠?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같은 가수들과 함께한 시대를 풍미했던 싱어송라이터로 널리 알려진 그가27세 때 작곡한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 끝 소절 노랫말입니다.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 난 그땐 어떤 사람일까. 그때도 사랑하는 건 나의 아내, 내 아내뿐일까 그때도 울 수 있고 가슴속엔 꿈이 남아있을까”
인생 선배님들은 어떠셨나요?
61세일 때 사랑하는 아내가 곁에 있었고,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심장이 뛰는 사람이었나요? 언젠가 은퇴 관련 강의 중에 이런 질문을 드렸더니, 형님 뻘 되는 교육생 한 분이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강사님, 펄떡거리는 심장! 잃어버린 지 꽤 됩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습니다. 저뿐 아니라 교육장에 함께 있던 분들도 마찬가지였죠. 순식간에 아수라장처럼 웅성거리기 시작하더군요.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은 책 <웃음>에 이런 유머가 있습니다
2세 때는 똥오줌 가리는 게 자랑거리이고
3세 때는 이가 나는 게 자랑거리랍니다
12세 때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자랑거리이고
18세 때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데 자랑거리랍니다
20세 때는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게 자랑 거리고
35세 때는 돈이 많은 게 자랑거리랍니다
50세 대는 돈이 많은 게 자랑 거리고
60세 대는 섹스를 하는 게 자랑거리 라네요
70세 때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 거리이고
75세 때는 아직 친구들이 남아 있다는 게 자랑거리랍니다
80세 때는 이가 남아 있는 게 자랑 거리고
85세 때는 똥오줌을 가릴 수 있는 게 자랑거리라는 군요
뭔가 색다르게 다가오는 게 없나요?
2세와 85세의 자랑 거리는 똥오줌 가리는 것, 3세와 80세는 이가 나는 것, 그럼 이제 뭔가 눈치채셨죠?
20세와 60세는 섹스를 할 수 있는 것, 35세와 50세는 돈이 많은 것....
묘한 대비네요.그러고 보면 50대까지는 무언가 더 발전적인 모습이 자랑 거리라면, 60세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가지고 있거나 할 줄 아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읽히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 자랑으로 다가오는 나이, 60세로 시작하는 노후가 그런 모습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어찌 되었든 60세는 인생 2막이 시작되는 실질적인 나이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면서 새롭게 펼쳐지는 노후 40년은 어떤 이름표를 달고 살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할 수 있다면 은퇴 전에 완성하는 게 좋겠죠. 은퇴 후에 이런 고민을 시작하면 초조해지거든요. 몸의 노화는 막을 수 없지만 생각이 노화되게 하는 건 절대 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생각이 죽으면 행동하고 싶은 욕구도 죽으니까요. <해나>라는 필명을 쓰고 있는 브러치 작가가 나이 든다는 것을 이렇게 적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