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퇴직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정년퇴직이 수개월 앞으로 다가온 탓인지 궁금한 게 많아진다. 퇴직 후 생활비는 어떻게 조달하는지, 또 얼마의 생활비를 쓰고 있는지, 재취업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일반 퇴직자와 금퇴족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오늘은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 자료를 인용해 보기로 하자
1. 퇴직 후유증을 앓고 있다
50대 이상 퇴직자 10명 중 약 7명이(64.4%) 퇴직 후유증을 앓고 있다. ‘퇴직 후유증’이란 퇴직 이후에 감정.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면서, 가족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눈여겨볼 것은 퇴직한 남성과 퇴직한 여성의 차이다.
◆ 퇴직 후유증 유발 원인
남성 퇴직 후유증을 유발 원인 1위는 '가장의 역할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는 것'으로 62%를 차지하고 있다. 생계유지를 위한 경제적 책임이 가장의 몫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성 퇴직 후유증을 유발 원인 1위는 '성취와 지위에 대한 상실감'으로 47.4%를 차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남성 퇴직 후유증 1위는 '가족 생계 문제’에 대한 압박이고, 여성은 '사회적 상실감'이 주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 퇴직 후유증 지속기간
자료에 따르면 1년 미만인 사람이 61.4%, 3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19.4%에 이를 만큼 퇴직 이후 나타나는 후유증이 가볍지 않다
◆ 퇴직 후유증 극복 방법
남성 퇴직자의 경우, 후유증을 극복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창업 또는 재취업'으로 49%를 차지한다. 반면에 여성이 곱은 최고의 방법은 47.2%의 여성이 지목한 '하고 싶은 여가활동을 찾는 것'이다. 이 또한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드러난다. 남성은 퇴직 후 '다시 돈을 버는 것”으로 극복하고, 여성은 돈보다는 “여가생활”이 퇴직 후유증을 극복하는 최고의 열쇠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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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취업을 위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뒤집어 생각하면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현실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퇴직 후 1년 이내에 재취업한 사람은 79.3%다. 10명의 퇴직자 중에서 약 8명은 1년 이내에 재취업을 한다. 하지만 1년 이상 2년 사이에 재취업을 한 경우는 11.3%, 2년에서 3년 정도 걸린 사람이 5.4%, 심지어는 재취업까지 3년 이상 소요된 경우도 4%를 차지하고 있다.
재취업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11.2개월이다. 참고로 일반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벼룩시장 조사에 따르면 50대의 재취업 소요 기간은 13.6개월이다. 입사지원서도 1년에 7.3회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두 기간을 비교한 평균 재취업 소요 기간은 약 12.4개월로 대략 52일에 한 번씩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는 셈이다
3. 재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예가 많다
문제는 창업 과정이 부실한 점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창업 후 1년 생존율은 63.7%다. 정말 안타까운 점은 자영업이 하고 싶어서 창업한 사람이 13.4%에 불과한 사실이다. 문제는 재취업이 안돼서 부득이 창업을 선택한 사람이 10.1%, 특별한 스킬이 없고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 자영업이라고 생각해서 창업한 비율도 무려 33%를 차지한다.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 창업한 비율 33%와, 자영업이 하고 싶어서 창업한 사람 13.4%를 제외하더라도,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창업을 선택한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사실만 보더라도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 생존율을 끌어내렸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창업 이후 10곳 중 7곳은 매출액이 5000만 원 미만이기 때문에 말이 좋아 창업이지 재료 값, 인건비, 관리비 등 필수 지출액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있을지 의문이다.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창업은 쉬워도, 창업으로 노후 생활비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점을 직시해야 할 것 같다
4. 의료비, 물가, 그리고 자녀 결혼 자금에 대한 걱정이 크다
퇴직자가 아니어도 이 문제는 심각한 고민을 자극한다.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문제는 단연코 의료비로 71.7%를 차지한다(중복응답)
두 번째 걱정은 62%가 응답한 물가상승률이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너무 많은 돈이 풀린 상황인데, 근래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기름값은 물론이고 원, 부자재까지 줄줄이 올라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설문 조사를 다시 한다면 물가상승률이 1위를 차지할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 문제는 5.6%를 차지한 자녀 결혼 자금이다. 막상 자녀 결혼이 임박하면 이 문제는 꾀나 심각한 고민으로 다가온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1위 ‘소비를 줄인다’ 2위 ‘주택을 줄인다’ 3위 ‘연금 상품을 찾는다’ 순이다
5. 생활비에 대한 고민이 깊다
흔히 생각하는 기본 생활비는 식비, 의료비, 의류/잡화, 교통, 통신 및 공과금과 기초적인 여가비를 말한다. 각 항목별 비용을 보면 1위는 통신 및 공과금이 482천 원으로 기본 생활비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여가 비용은 기본 생활비의 3%에 해당하는 4만 3천 원으로 가장 적었다. 이렇게 계산된 기본 생활비는 145만 원이다. 하지만 기본 생활비만 지출하는 상황에서 삶의 질이 좋을 순 없다. 여기서 퇴직자들의 고민이 발생한다. 더 나은 삶을 원하는 만큼 상응하는 비용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삶의 질을 포기하면 기본 생활비에 준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멈출 줄 모른다. 그렇다 보니 어떤 방식이든 돈을 벌려고 하고, 또 벌어드린 돈을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투입하기 때문에 당연히 생활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골프, 국내, 외 여행, 그리고 쇼핑 등이 추가되면 매월 343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지출된다. 이 정도의 비용을 아무 문제없이 지출할 수 있다면 금퇴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가능한 비용은 아니다.
지금까지 언급한(하나금융그룹 100 행복 연구센터) 자료를 중심으로 50세 이상 퇴직자들이 무엇을 고민하면서 살고 있는지 정리해 보자
1. 퇴직 후유증을 앓는다
2. 재취업을 활동기간은 연평균 12.4개월로, 52일마다 입사 원서를 쓰고 있다
3. 재취업이 안돼서 울며 겨자 먹기로 창업하고 망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4. 노후 의료비, 물가, 자녀 결혼 자금에 대한 압박감이 크다
5. 노후 생활비에 대한 고민이 깊다
지극히 당연한 고민일 수 있지만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은퇴 준비는 번갯불에 콩 튀기듯 결과가 만들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