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범 Jul 04. 2017

#34. "돌봄"이라는 수식어로 포장된 족쇄

양육의 감옥

할머니와 엄마, 할아버지와 아빠를 조합한 신조어.

할마족과 할빠족이다. 이는 손주와 손녀를 돌보는 황혼 육아가 늘면서 나타난 말이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증가하면서 맞벌이가 일반화된 지금, 가정교육의 한 축을 담당했던 엄마의 역할은 축소되었다. 유아교육 기관에 위탁하는 방법으로, 비워진 엄마의 손길을 대신하지만 마 편치 않다. 아이들에 대한 폭행사건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성장기의 아이들은 균형된 영양이 공급되어야 함에도 급식 비용을 빼돌리는 일부 몰지각원장의  삐뚤어진 사고가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렇다보니 아이를 맡겨 놓은 부모의 마음은 좌불안석을 넘어 화가 치미는 심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욕설도 서슴지 않는 현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결국은 퇴근 후 엄마의 뒷조사(?)로 이어다.

오늘 점심엔 무슨 반찬 나왔니?’,

친구들하고는 잘 지냈어?’,

선생님이 때리진 않니?’…

육아정책연구소는 손주를 돌보고 있는 조부모 500명과 부모 500명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조부모 영유아 손 자녀 양육 실태와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손 자녀 양육비를 받지 않는 경우는 22.4%이며, 비정기적으로 받는 경우는 27.8%, 정기적으로 받는 경우는 49.8%였다는 것이다.
월평균 양육비는 57만 원 수준이며 손 자녀를 양육을 하고 있는 조부모의 평균 연령은 60.45세, 돌보는 손 자녀는 1.15명으로 외손주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할아버지보다는 할머니가 돌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손 자녀 양육 시간도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을 초과하는 42.53시간에 이르는 실정이다 (동양일보. 2016.3.9)

일 평균 8.5시간.

주말을 빼고 손 자녀를 돌보기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주당 42시간 이상이다. 그나마 잠자는 시간 8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일과의 반을 손 자녀를 돌보는 데 사용한다.


60.45세.

일과의 3분 1을 손 자녀를 돌보는 것으로 써 버리기엔 너무 젊지 않은가? 만나지 못했던 벗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부족한 때에, 돌봄이라는 예쁜 수식어로 포장된 족쇄를 차고 싶어 하는 노인이 있을까?


중년 이상의 부모에게 가장 원치 않는 노후 생활을 물었다.

예상대로 1순위는 ‘손자녀 양육’이다(통계청)

하지만  맞벌이 부부의 선택지는 단연코 부모였다. 

자그마치  64.5%가 부모에게 육아를 의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웃나라 일본의 13% 수준에 비해 무려 5배가 많다.


그럼 의탁 할 방법이 없어서 늙은 부모를 선택했을까? 그럴 수 있는 문제로 받아 넘기기 엔 너무 많은 숫자다.

손 자녀 양육을 거절하자니 자식들이 섭섭해할 것이고, 수용하자니 자신을 위한 삶은 포기해야 할 판이다.


부모에게 노년기의 자유를 선물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월평균 57으로 노 부모의 삶을 묶어 놓는 것이  자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일까?


결국엔 신뢰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돌봄을 대신하는 위탁기관의 신뢰가 회복지 못하면 노 부모에게 맡겨지는 손 자녀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33. 자살 공화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