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lumnlist Feb 01. 2024

[아이유] 아... 울어버렸습니다.

아이유 싱글 [Love wins all] 감상 후기

  제가 원래 홍대병이 좀 있는지라, 남들이 '와... 이거 진짜 예술이야.'라고 칭송(?)하는 작품이나,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잘 보지 않습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뮤지션이 유명해지기 전엔 많이 듣다가, 그 아티스트가 유명해지면 안 듣습니다. 그래서 아이유 음악을 안 들었습니다. 아이유가 대단한 아티스트라서요. 그랬는데...

  오늘 무슨 연유에선지 갑자기 오픈 마인드가 되어서는 '아, 아이유 신곡 뮤비나 좀 봐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봤습니다. 아... 뮤직비디오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왜 그다지 슬픈 장면도 아닌데 왜 눈물이 나지?'라고 스스로 반문하면서도 흐르는 눈물은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속으로 '하... 감독 대단하네... 신파도 아닌 거 같은데 왜 눈물이 나냐.... 연기들 잘하네...'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울음을 참으려 끄윽끄윽댔습니다. 댓글을 살펴보니, 저 말고도 눈물을 훔친 동지들이 꽤 많더라고요.


 두세 달 전쯤, 그렇게 기피하던 '헤어질 결심'을 보게 됐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왜 안 봤냐고요? 예전에 글쓰기 모임 회원 분께서 헤어질 결심을 칭송에 가까울 정도로 극찬을 했거든요. 그래서 안 봤습니다. 그런데 왜 봤냐고요? 그냥요.... 라기보다는, 남의 말에 휘둘리는 거 같아서요. 저는 남들이 '이거 좋다'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기피해 왔습니다. 대세에 따르고 싶지 않아서요... 라기보다는 제가 너무 우유부단하거든요. 주체적이지 못한 삶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엇나갔습니다. 근데 돌이켜보니, 외려 남들의 말에 휘둘리면서 사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이거 좋다'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이거 통속적이야'로 받아들여서, 반대로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회피하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부정적 의미의 남의 말에 휘둘리는 거라는 것도 모르고. 바보처럼요.

 

 어쨌든, 그 헤어질 결심을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 아이유 뮤직비디오를 보고 똑같이 들었습니다. '아, 그냥 보자. 그냥 뭐 나왔다고 하면 한 번 보고, 뭐 재밌다고 하면 그냥 보자.' 아... 그 정도로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뮤직비디오를 전부 볼 때까지 뷔가 한쪽 눈을 못 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둘 다 언어장애가 있는 줄로만 알았죠. 그런데도 영상을 보는 내내 감정이 막 요동치더라고요.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캠코더 속 세상(이상)과 현재의 세상(현실). 이 시궁창 같은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게 뭘까. 이 거지 같은 현실을 이상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애초에 왜 이 세상이 시궁창이 되었을까입니다.


 곡이 발매되기 전, 싱글 타이틀 논란이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이 논란 역시 이 곡의 서사를 부여했다고 생각합니다. 혐오하지 말고 사랑하자는 노래를 혐오했으니까요. 왜 이 세상은 혐오로 가득 차게 됐을까요? 제가 어렸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요샌 행복한 사람이 되레 병신이 되는 세상입니다. '내가 불행하니까 너도 이만큼 불행해져라.' '나는 이렇게 힘든데 쟤는 존나 행복한 거 같네? 열받네?' '능력도 없는 새끼가 광대짓해서 돈 버네? 누구는 매일 죽도록 고생하는데.' 그런 말들에 ‘어쩌라고?’ 마인드로 대처해야하는데, 눈치를 엄-청 보는 한국인 특성이 발동해서 되레 처신을 조심합니다. ‘아, 이러면 안되나보다…’하면서요. 그럴 필요 없는데. 병신 눈에는 모든 게 다 병신으로 보이는 것뿐인데.


 서른이 넘으니 처음 정리되는 게 인간관계더라고요. 그중 가장 첫 번째로 멀어진 지인이 매일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사는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를 만나면 왠지 저도 불행해야 할 것 같고, 내가 행복한 게 미안해지더라고요. 이젠 위로할 거리도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멀어졌습니다. 뭐, 제일 큰 이유는 제 목표를 무시해서였지만요.

 언제부턴가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안돼.' '그건 힘들어.' '그게 되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더라고요. 어차피, 진짜 어차피 죽으면 다 끝나는 건데, 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면 안 되는 거지? 그냥 나만의 이상향을 찾아서 살면 되지 않나? 왜 거기에 딴지를 걸까? 왜 남을 무시할까?

 아... 여기서 전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세상이 점점 시궁창이 되어가는 이유. 그건 '정형화된 삶'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은 특히 정해진 삶의 방식이 있죠. 거기서 도태되면 실패자가 되어버리고요. 생각해 보면, 세상은 단 하나의 직업 때문에 굴러가지 않습니다. 열 개도 모자라고, 백 개도 모자라죠.



 고용노동부에서 2020년 발표한 자료에서 발췌하자면,

통합본 제5판에는 총 16,891개가 등재됐으며 2012년 발간된 제4판(조사년도: 2003-2011)에 비해 5,236개 늘었다. 본직업과 관련직업을 기준으로 보면 12,823개로 제4판에 비해 3,525개 증가하였다.유사명칭까지 포함할 경우 총 16,891개 직업이 등재돼, 제4판 대비 5,236개 직업이 추가됐다.

라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는 이 많은 직업의 서열을 나눠놨습니다. 도대체 누가 나눈 건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나눠놓고, 또 그것을 전적을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카페 매니저(인지 식당 종업원인지 잘 기억이 안 납니다)가 올린 글을 봤었습니다. 회사원만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음식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다 알바로만 본다고. 그 글에 달린 댓글이 아주 가관이더군요. '공부 안 했으니 그런 일 하는 거 아님?'부터  시작해서 어쩌고 저쩌고... 그 글을 링크 걸고 싶은데, 찾을 수가 없네요. 어쨌든,

 이렇게, 나보다 좀 낮다(정형화된 삶에서 벗어난) 싶으면 업신여깁니다. 반대로 나보다 좀 높다 싶으면 시기, 질투합니다. 돈을 굉-장히 많이 버는 직업들 역시 정형화된 삶에서 벗어난 사람들입니다(TV에 나오는 부자들). 주식 투자로 대박 난 사람, 연예인, 틱톡커, 유튜버, 자영업자. 이들은 확실히 정형화된 삶이 아니죠. 정형화된 삶에서 벗어나서 잘된 사람들 역시 질투합니다. '누구는 뼈 빠지게 공부하고 좋은 대학 나와서 연봉 얼마 받는데, 쟤는 놀면서 돈 버는데 나보다 많이 버네?'

 아주 예전에, 시기는 정신건강에 좋다는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금전적인 부족함 없이 잘생긴 사람을 보고 '저 사람 xx는 작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건 건강한 거라고. 그분께 지금 다시 묻고 싶습니다. 현시점에서도 시기가 정신건강에 좋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아이유 음악을 리뷰하고 싶었는데, 아이유 뮤비를 보고 든 생각을 적었네요.

 과연, 혐오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저는 그 방법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Love입니다. 이번 아이유 싱글 제목 역시 [Love wins all]입니다. 뮤직비디오에서 제가 받은 느낌도 이겁니다.

'사랑만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


 저 역시도 혐오를 멈추고 모든 걸 받아들여보겠습니다. 사랑까지는 좀 어렵고, 그냥 잘 나간다고 괜히 시기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야겠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까 저도 시기를 하고 있었네요. 제가 유명한 작품을 보고 듣지 않은 이유는 시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부터 시기 말고 인정부터 하겠습니다(사랑까진 좀 무리...). '아, 저 사람은 저런 성격이구나.' '아 저 사람은 저런 성격이구나.'



 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 - 이만교 지음


개구리로 머물지 말고, 공주로 거듭나겠습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ps. 뮤직비디오가 끝나고 뷔의 컴포즈커피 광고가 나왔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뷔의 모습에 또 눈물이…

매거진의 이전글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나는 꽃의 질긴 정신력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