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2주 차, 조금은 지저분한 후기
얼마 전 이런 기사를 봤다.
니코틴의 효용성에 대해 거의 찬미에 가까운 의견을 피력하려 했으나, 이 기사를 읽자마자 고환이 쪼그라든 스테로이드 부작용 환자가 무정자증 판정을 받은 마냥 기분이 허탈,허망해졌다. 내가 사랑했던 그녀가 알고 보니 유부녀였다는,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댄 것만 같은 이 무시무시함과 걱정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드는 배덕감까지.
내가 쓰려고 했던, 지금까지 겪은 금연의 부작용이다
하루 4끼는 기본으로 먹었던 내가 지금은 두 끼만 먹어도 더부룩하다. 원래 먹던 양의 절반 정도만을 먹어야 괜찮다.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이 오지 않을걸 알면서도 핸드폰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처럼, 아픈 배를 부여잡고 하릴없이 변기에 앉아있는 내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이때, '담배 한 대 피우면 내 몸의 악령을 단숨에 빼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의욕적이고 활기찬 생각이 떠올랐지만,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두 끼만 먹어도 더부룩한데 불구하고 내 식탐은 여전했다. 예전에 안정환이 자신이 살이 찐 이유에 대해 '운동할 때처럼 먹고 운동하지 않아서'라는 말을 했었다. 나 역시 '흡연할 때처럼 먹고 흡연하지 않아서' 속이 더부룩한 것 같다. 그나마 운동을 하니 소화가 좀 되는 것 같다.
짜증이 늘었다고 해야 할까. 안 그래도 날카로운 신경이 더 날이 선듯하다.
금연이란 무엇일까. 숫돌로 신경을 가는 행위가 아닐까. 니코틴은 숫돌을 말랑하게, 신경을 무디게 만드는 것 같다.
그렇게 흡연이 좋으면 흡연을 하면 되잖아?
물론 그러려고 했죠. 모든 번뇌와 굴레에서 벗어나 담배를 구매하려 신분증을 챙기던 와중에 위에 있는 기사를 읽게 돼버린 겁니다! 직업 특성상 하루종일 머리를 사용해야 하는데, 뇌가 쪼그라든다니요. 이건 뭐 거의 직업적 사망선고 아닌가요? 뇌를, 뇌를, 뇌를... 뇌의 기능을 망가트린다도 아니고 '뇌가 쪼그라든다'니요! 기사만 읽는데도 온몸이 샤르르 찌릿찌릿 부르르 떨렸습니다. 아니 근데, 금연해도 정상으로 안 돌아온다고요? 왠지... 서른이 되면서 전보다 멍청해진 것 같더만, 나이 때문이 아니라 흡연 때문이었다니... 이거 뭐 헤로인 모르핀 메스암페타민만큼 나쁜 거 아닙니까? 왜 금지 안함? 불법 왜 안함? 나라 미쳤음?
그 어떤 흡연 예방 문구, 흡연 예방 사진보다 무서웠다. 다른 일보에서 발간한 같은 내용의 기사에 달린 댓글 덕분에 그 무서움이 조금은 나아졌다. 외려 나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담배 피워야 쿨 하다고 빠져 들 정도면 원래 뇌 용량도 좀 작았으리라..'
한편으로는 날 저격한 댓글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했다. 혹시, 형석이니? 너야? 네가 쓴 거야?
물론, 줄어들 '수도' 있다,라는 걸 보니 명확한 결론이 난 건 아닌 듯하다. 단순한 논문 한 편의 발표니까 흡연자들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니 담배 한 까치만 주세요. 이 두려움을 흡연으로 함께 이겨내요!
A, C는 몸에 받지 않는 내 Body 칭찬해~. N만 끊어내면, N만 끝내면 되는 내 몸뚱아리 칭찬해~. 술이 잘 받았다면 아마 난 알코올 중독자가 됐을 것이다. 어림짐작으로도 알 수 있다. 내가 얼마나 중독에 약한지.
만약 내가 마시멜로 실험에 참여했었다면(물론 그 실험 결과엔 오류가 많지만) 마시멜로를 받자마자 먹어 치우고, 당장 안 주면 책상을 엎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참을성과 인내심이 없는 내가 알코올을 좋아했다면? 용왕도 내 간을 보면 '얘 그냥 집으로 보내라...' 할 만큼 딱딱해지고 거뭇해졌을 테다. 알코올 싫어하는 내 몸 너무너무 고마워. 커피 마시면 다음날까지 말똥말똥한 내 눈 사랑해.
금연만 하기엔 좀 심심해서 금(禁)욕, 금(禁)폰, 금(禁)튜브까지 함께 하고 있다. 내가 금욕까지는 어떻게 하겠는데, 금튜브&금폰은 어떻게 안되더라. 이제 더 이상 담배는 요망한 것이 아니다. 이제는 유튜브, 그리고 그의 애비인 구글이 요망한 것이 됐다. 요망한 것들... 금튜브는 좀 힘들지만, 대신 절식을 좀 해볼까 한다.
햄버거 두 개에 스낵랩 하나와 치킨 너겟 몇 조각이 한 끼고, 라면 두 개에 닭가슴살 그리고 밥까지 말아야 한 끼였고, 식당에 가면 무조건 곱빼기를 시켰었고, 레귤러 피자 한 판에 스파게티가 한 끼였었는데, 이제는 안 되겠다. 절식은 몸에 부담을 주지만, 과식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 과식하지 않겠다. 더 이상 배부른 돼지가 되지 않겠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아니 소크라테스도 싫다. 그냥 절식하는 류선율이 되겠다.
흔히 인간의 3대 욕구라고 부르는 성, 식, 수면. 그중 성과 식을 절제하면 인생이 좀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담배 대신 누드 빼빼로를 빤다.
PS. 금욕은 단순히 성(性)적인 모든 행위를 금하는 게 아닙니다. 음란물을 보지 말자! 라는 취지입니다. 성적인 행위는 자연스러운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