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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Jun 07. 2021

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

초록샘(김정순)과함께 하는 신나는 교실이야기

차승민 씀. 김정순 지음. 보리출판사 

  다른 선생님의 교실이야기를 다룬 책은 동종의 직업을 가진 저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과연 어떻게 학급 살이를 할까?’


  교육이론이나 방법이 아닌 학급 살이에 관한 내용이라면 의외로 책으로 내기 쉽지 않습니다. 교사의 일상과 교육의 대부분을 교실에서 하고 있으면서 교실 살이를 풀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 자체가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제가 일상인 교실 살이를 풀기 어렵다고 하는 이유부터 설명해야 이 책의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일상은 여러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인과관계가 딱 부러지게 구분되지 않는 맥락의 연속 상황이 계속됩니다. 어느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벌써 다른 상황이 생기고 순위를 바꿔서 대처하다 보면 시간이 종료됩니다. 종료된 시간은 다음 날이 되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순위가 뒤바뀐 채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합니다. 특히 온몸으로 학급 살이를 하는 교사는 옆에서 관찰하고 지켜보지 않는 이상 좀 체 차분한 시간을 만들어 교실 삶의 기록을 남기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초록샘의 소중한 학급 살이 기록인 [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는 큰 가치가 있습니다.


  그럼 책을 펼쳐 넘겨보겠습니다. 목차를 살펴보시죠.


들어가며

우리 삶을 가꾸는 학교 · 7


1부 봄 새 학년 준비 · 15 이름에 꿈과 희망을 담아요 · 20 우리 반 대표 뽑는 날 · 26 봄 보물찾기 · 31 종합 선물꾸러미 · 40 한 뼘 텃밭 농사 · 46 개똥이 어린이 농부학교 · 52 선생님! 병아리 키워요 · 56 세상을 향해 날아간 나비 · 62 개똥이 탐험대 · 68 두근두근 우리 마을 중심지 탐험 · 73 신발주머니가 없어졌다 · 78


2부 여름

개똥이들과 시 쓰며 공부해요 · 85 개똥이들 여름 소풍 · 90 달빛 교실 · 95 선생님, 팥빙수 해 먹어요 · 100 여름방학 선생님 집에서 하룻밤 · 105 


3부 가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와요 · 113 가을이 준 선물 · 121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 127 일등도 꼴찌도 없는 운동회 · 132 토요일 아침 산에 올라요 · 137 개똥이들과 한가위 맞이 · 141 몸으로 배우고 나누는 공부 · 146 황토방에서 배움을 열다 · 151 여학생의 날 · 156 남학생의 날 · 162


4부 겨울

추운데 우리 뭐 하지? · 169 눈썰매 타고 놀아요 · 175 우리도 김장해 보려구요 · 180 선생님이 보여 주는 연극 ‘백일홍’ · 186 아름다운 마무리 · 191 


나가며

8년 전 그날 · 196


  그리 두텁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초록샘의 일 년의 학급 살이가 빼곡히 들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세상의 시간과 아이가 자라는 삶의 시간을 맞춰 초록샘의 시선도 아이들에게 가 있습니다. 혁신학교의 삶을 다룬 이야기만 혁신에 대한 이야기는 좀 체 찾을 수 없습니다. 초록샘의 시선은 늘 아이들의 삶에 다가가 있습니다. 시선의 아이에게 둔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둔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성장은 우상향의 일관성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 삶을 함께 하는 교사는 하나의 일관된 상을 가지고 있되, 아이의 상황에 맞게 수시로 그 모습을 달리해야 하는 역할의 취득도 필요합니다. 성숙한 어른으로서 교사의 모습은 아이의 성장을 돕는 일관성이라면 좌충우돌하는 아이의 현재 상황에 대처하는 교사의 모습은 필요에 따라 역할을 달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비슷할 것 같으면서도 결이 다른 이 두 가지의 모습을 잘 조화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활동은 예술적인 영역입니다.


  초등에서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내적 변화가 크게 나타나는 3학년 개똥이들과 초록샘의 삶은 그 차이가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대신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단 맥락과 문장 속에 숨어 있어서 술술 읽어 내려가면서도 초록샘의 생각의 결을 찾아 살펴보면 더 재미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전 초점을 좀 더 넓혀봤습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수업, 교사가 하고 싶은 수업


  이 둘을 조합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초점을 더 넓혀보면 아이와 교사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정리하는 데 교사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초록샘의 이야기에는 그 준비와 과정을 쉽고 가볍게 짚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함께 있는 저는 그 과정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학교 구성원과 부모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준비하는 지난한 과정은 이 책엔 없습니다. 하지만 전 초록샘의 아름다운(?) 활동을 읽으며 그 과정도 함께 생각해봤습니다. 


  책을 덮고 가만히 책 표지를 다시 봅니다. 분명 대마왕인 차쌤과 초록샘은 다릅니다. 달라서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기에 그 시선과 생각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늘 같으니까요.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술술 읽었지만 읽고 나서 느낌은 초록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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