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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Jul 01. 2021

순례주택

표독스러운 세상에서, 동그랗게 착하고 너그러워지고 싶은 날에 읽고 싶은

경기실천교사모임 함은희 씀. 유은실 지음, 순례주택, 비룡소, 

-나는 사랑스러운 풋노인 손을 꼭 잡았다. 

“순례 씨, 있잖아 나는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꼭 태어난 게 기쁜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왜?”

“태어난 게 기쁘니까, 사람으로 사는 게 고마우니까, 

찝찝하고 불안한 통쾌함 같은 거 불편해할 거야. 

진짜 행복해지려고 할 거야. 지금 나처럼. “ - 본문 중에서 -


  순례주택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 순례주택, 그야말로 건물주인 순례 씨의 이야기이다. 순례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하였는데 순하고 예의 바르다라는 뜻의 순례(順禮)에서 순례자에서 나온 순례로 나머지 인생을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라는 마음으로 살고 싶어서 굳이! 개명했다는 것이 그녀에 대한 소개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나다워지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끝도 없는 질문에서  점점 더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믿는 올해였다. 나이 드는 게 이렇게 좋구나, 나름 다 받아들여지는구나 한껏 기고만장했고.  나이가 이쯤 되면 말이야. 웬만한 것에는 마음이 안 흔들려 이러고 막 잘난척하려는 즈음이었다. 


  그러나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 뜻밖의 비난의 화살이 정신없이 몰아쳤다. 시험문제 출제를 왜 이렇게 밖에 못하느냐, 학습지를 이렇게 못 만드냐, 누가 요즘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만드냐 등등. 뼈에 새기고 다시 더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달게 들으려 해도 역시 비판과 비난의 극을 오가는 발언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게다가 늘 새롭게 시작하는, 선생으로서의 생활은 예상대로 광활한 무법지대에 던져진 것.  손 안에서 벗어난 지 오래된 다 큰 어른이지만 아이 같은 학생들의 무기력을 만나, 덩달아 마음이 바닥으로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3월 한 달, 반짝하는 마음으로 잘난 척했음에 대한 처절한 반성의 시간이었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황망함으로 겨우 하루하루를 부지하는 그때. 그렇게 안팎의 비난과 비판으로 한껏 주눅이 들어가고 있을 때였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순례주택.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한껏 해야 흘긴 눈과 굵은 왕소금 한 움큼을 가져다가 집안 곳곳에 해충을 몰아내겠다며 뿌리는 것만으로 깔깔거리며 속이 시원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부러 양파 다듬기를 시키고 아이의 마음에 맺힌 것들을 대신 풀어주면서 마음껏 울게 해주는 정다운 복수의 시간들.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이해의 시간. 안아줌의 시간으로 가기 위한 이웃들의 정다운 배려. 순례주택에서 새어 나오는 그녀 깔깔거림에, 한참이나 미움과 분노로 들끓고 싶었던  내 마음에도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기분이었다.  


  태어난 것 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했던 마음에, 짜증 나게 그래도 감사할 것이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우리에게. 세상은 보란 듯이 더 우울할 이유, 더 분노할 이유를 턱턱 코 앞에 들이밀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너희가 태어난 것만으로 기뻐하고 감사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고 싶고  그런 말에 당혹스러워하거나 의심스러워하는 학생들에게 더 깊은 확신을 주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못나고, 부족하고, 없는 거 투성이로 보이는 인생에도 충분한 기쁨과 나눔의 여지가 있는 사람들로, 그런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는 충분한 희망과 기쁨을 주는 선생이고 싶었다. 


  주눅 들고 어깨가 쳐진  이 학생들에게 성적을 올리라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이 더 좋은 미래를 준비시켜주는 교사의 본분인 것 같아 괴롭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는지를 끊임없이 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들린다고 하여도, 내가 그러하듯 너희도 그러하길 바란다고 속삭이듯 수업에 녹여 말해주고 있다. 


  순례주택이 주는 안온함과 나눔과 담백함. 순례 씨만 구사하는 순례어에 담긴 단순함. 간명함이 그저 우리 인생을 보여주는 단순성이길 바란다. 너무 복잡하고 어지러운 욕망의 세계에서 담담하고 담백하게 자기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으로. 어른답게 사는 것의 의미를 잃어버린 세상에서 더 넓은 마음으로 태도로 살아갈 수 있길 바라며 이 책을 권해보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순례주택의 마음을 담은 노래 하나 추가로~ 


이승윤, '달이 참 예쁘다고 '


밤하늘 빛나는 수만 가지 것들이

이미 죽어버린 행성의 잔해라면

고개를 들어 경의를 표하기보단

허리를 숙여 흙을 한 움큼 집어 들래

방 안에 가득히 내가 사랑을 했던

사람들이 액자 안에서 빛나고 있어

죽어서 이름을 어딘가 남기기보단

살아서 그들의 이름을

한번 더 불러 볼래

위대한 공식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거대한 시공에

짧은 문장을 새겨 보곤 해

너와 나 또 몇몇의 이름

두어 가지 마음까지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줄 거야

달이 참 예쁘다

숨고 싶을 땐 다락이 되어 줄 거야

죽고 싶을 땐 나락이 되어 줄 거야

울고 싶은 만큼 허송세월 해 줄 거야

진심이 버거울 땐

우리 가면무도회를 열자

달 위에다 발자국을 남기고 싶진 않아

단지 너와 발맞추어 걷고 싶었어

닻이 닫지 않는 바다의 바닥이라도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줄 거야

달이 참 예쁘다고


https://youtu.be/25AQLAtdt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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