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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Jul 31. 2021

집으로 가는 23가지 방법

17살 주인공 나의 집에 가는 23가지의 방법.

차승민 씀. 서유재출판사/김혜진

#1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것도 청소년 소설이네요. 잡은 지 하루 만에, 한 호흡으로 읽었습니다. 분량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닌 점도 있었지만,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몰입감 있는 소설이란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2

  차례가 없습니다. 서평도 책에 나온 대로 #을 붙여서 순서대로 나열해봅니다. 1인칭 소설이라 주인공 나와 친구 모와 네이. 몸이 아픈 언니와 대학생 오빠 그리고 부모님. 등장인물은 어느 가족과 주인공의 친구 둘, 이렇게 단출합니다.


#3

  나는 17살 고등학생 소녀이면서 집에선 막내.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천진한 아이라기 보단 아픈 언니 때문에 관심을 덜 받고 자라 자신만의 세계가 더 강한 아이인 듯합니다. 하지만, 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함께 언니만 누리는(?) 가족의 관심을 부러워합니다. 1인칭 시점이라 대놓고 나오진 않지만 언니가 아끼던 인형에 관한 에피소드를 보면 그것이 나오더군요.


#4

  영화 ‘말아톤’에 나오는 주인공 초원이는 장애를 극복하고 마라톤을 하죠. 물론 그 곁엔 극진한 사랑으로 돌보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영화에선 그 비중이 적게 나오지만 초원이의 동생이 이런 대사를 합니다. 


“수십 번, 수백 번, 수천번 말했어! 그런데 엄마는 안 들었어! 내 입장과 바꿔 생각해 본 적 있냐구요!! 엄마한텐 초원이 밖에 없어!!”


#5

  주인공 ‘나’를 읽으면서 전 말아톤에 나오는 초원이 동생을 생각하며 읽어봤습니다. 엄마에게 절규하는 방법 대신 ‘나’는 집으로 오는 길을 기록해두는 것으로 대신하네요. 아마 자신이 처한 현실을 비관하며 벗어나려는 욕망보다 현실 속에서 대응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몸부림처럼 보였습니다.


#6

  좋은 영화를 보면 영화에 대한 말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가끔은 말이 없어질 때가 있습니다. 비 내리는 날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물을 보며 팔베개를 하고 하염없이 쳐다보다, 손을 뻗어 만져보다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말이죠.


“어떤 느낌이야?” 

“그냥 좋았어” 


#7

  가끔 뭔가 기록하고 싶지도, 말하고 싶지도 않을 때가 있습니다. 사건이나 상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할 일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혹은 의미가 없지도 않았지만 지나고 난 뒤 멍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8

  읽고 이런 느낌을 드는 소설을 만난 것이 참 오랜만이네요. 흐르는 물에 손을 넣고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몰입감 있는 청소년 소설. [집으로 가는 23가지 방법]을 읽은 저의 느낌입니다. 소소한 주제를 다룬 일본 영화를 본 느낌도 이와 같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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