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규 씀
당신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다 / 김미라 / M31 / 2021.04.
진정한 자유란, 무엇으로부터 혹은 누군가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향해, 누군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성서 탈출기(출애굽기. Exodus)를 읽다가 똑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 문장이 반가웠다. 누구나 문제 상황을 만나면 우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보자는 식으로 행동하기 쉽지만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단지 벗어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일단 눈앞의 문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새로운 문제를 만나거나 더 나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는 문제 상황, 즉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자신의 선택으로 실현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기 때문이다.
선한 일이란 인간이 본질적으로 자기 존재 의미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반대로 악한 일이란 인간의 존재 의미가 실현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하면서 교육을 생각한다. 교육은 금지하는 게 아니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아는 것은 힘이고 교육은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본다면 교육이 전수하려는 힘은 자명하다. 교육받은 사람은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자신 안에 있는 가능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사람에게 그런 힘을 주는 것이 교육이고 빅터 프랭클이 말한 ‘선한 일’이다.
이 책은 실존철학에 바탕을 둔 심리치료 이론인 로고테라피(=의미 치료)를 다룬다. 창시자는 “죽음의 수용소로부터”로 유명한 나치 수용소의 생존자 빅터 프랭클(1905~1997.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이다. 책을 통해 전부터 빅터 프랭클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관심이 갔다
저자는 우리 인생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비극으로 고통, 죄책감, 죽음을 든다.
이런 비극적 상황에서 우리는 절망하고 실의에 빠져 마냥 무기력하게
그 상황에 이끌려 다닐 수도 있고, 스스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현할 훌륭한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긍정 심리학과 현실치료의 기본 이론인 선택 이론이 떠오른다. 이런 유사성으로 볼 때, 아마도 빅터 프랭클의 이론이 이후 이론들에 영향을 주면서 더 체계화되어 발전했을 것이다. 아마 회복 탄력성 등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학생들에게 실패를 귀하게 쓰라고 말한다. 실패는 그 자체로는 그냥 실패일 뿐 곧바로 성장의 동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실패가 아니라 실패에 대해 성찰할 때 배우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극적 상황이 회피 대상이 아니라 주어진 것, 곧 당당히 마주해서 꿋꿋이 버텨내야 하는 것이라면 단순히 비극적 상황에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에 대한 선택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초점이 비극적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나의 대응 곧 선택에 있다면 그것이 배움과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서문과 목차가 눈에 띈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지만 꼭 읽고 싶은 분들에게는 서문과 목차를 추천한다. 목차만 봐도 책의 구성은 물론 내용도 짐작할 수 있다.
제1장 삶의 의미
삶의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 의미는 발견하는 것이다 / 의미와 기쁨 - 좋은 의미 vs 나쁜 의미 / 쾌락, 행복, 기쁨의 차이 / 의미 있는 삶이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다 / 의미를 발견하는 세 가지 길 / 궁극적인 의미는 믿음의 문제다 / 무조건적인 삶의 의미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제2장 의미에의 의지
의미에의 의지는 인간의 행동을 설명해주는 1차적인 동기다 / 행복과 성공을 목표로 하지 마라 / 의미에의 의지가 억압되거나 좌절되거나 무시되었을 때 우리는 실존적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 굶주림이 우리 몸이 위험하다는 신호이듯, 지루함은 우리가 위험하다는 영으로부터의 신호다 / 건강한 긴장은 성장의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다 / 갈증은 세상에 물이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제3장 의지의 자유
수용소에서 누군가는 성자였고, 누군가는 돼지였다 / 인간은 결정하는 존재다 / 진정한 자유란 무엇으로부터 혹은 누구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향해 누군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 진정한 자유란 한계가 아니라 선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 선택하지 않은 것도 선택이다 / 선택에는 중립이 없다
제4장 인간의 영
인간은 영적인 존재다 / 인간의 영은 절대로 아프지 않다 / 인간의 영은 절대 상처받지 않는다 / 인간의 영의 도전적 힘
제5장 자기초월
인간은 자기초월적인 존재다 / 패배하고 실패했다고 느끼는 바로 그곳에서 인간은 자기초월을 통해 숨겨진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 자아실현은 자기초월의 부산물이다 / 인간의 자기초월성은 참자아와 자아실현의 척도다 / 자기 자신을 잊을 수 있다면 심리치료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 자기초월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를 가장 많이 도울 수 있다 / 과도한 의도는 과도하게 숙고하게 만들고 그것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탈숙고)
제6장 자기와 거리두기
인간은 자기 자신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존재다 / 거리두기를 통해 인간은 피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 감정이나 고통은 잘 기술하는 순간 더 이상 감정이나 고통에 머무르지 않는다 / 유머는 인간 영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것, 웃게 하는 것이 우리를 공포스럽게 하지 않는다(역설적 의도)
제7장 인간의 유일성(고유성)
모든 인간은 각자 그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하고 유일한 존재다 / 오직 사랑만이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그 사랑만이 고유함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 인간의 모든 행동은 각각 그것만의 유일한 자취를 남긴다
제8장 양심
양심은 직관적이다 / 양심은 의미 발견을 위한 나침반이다 / 양심은 본성적이다 / 양심은 창의적이다
제9장 고통
삶의 3대 비극과 비극적 낙관주의 / 개인의 욕심과 기대가 불필요한 고통을 야기한다. 이때 불필요한 고통은 자학이다(피할 수 있는 고통) / 피할 수 없는 고통 / 통제할 수 없는 상황(운명 영역)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자유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정신건강의 핵심이다 / 인과론적 세계관과 목적론적 세계관
제10장 죄책감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서 죄책감을 빼앗는다면, 그 사람으로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빼앗는 것이다(정상적인 죄책감) / 비정상적인 죄책감 - 신경증적인 죄책감 / 내 삶의 대의에 온전히 반응하고 살아가지 못할 때 우리는 실존적으로 죄책감을 느낀다(실존적 죄책감)
제11장 죽음
고통과 죽음 없이 삶은 완성될 수 없다 /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처럼 사십시오. 지금 막 하려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그릇되게 했던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십시오 / 죽음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완성한다
제12장 로고 힌트
로고 힌트 인식하기 / 좋은 질문 vs 나쁜 질문
사실 로고테라피는 빅터 프랭클이 만들었지만 니체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제1장 첫머리에 나오는 이 문장을 빅터 프랭클이 “죽음의 수용소로부터”에서 인용했다. 이것이 로고테라피 곧 의미 치료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의미는 발견의 대상이며 궁극적으로는 믿는 것이다. 현상이 증언하는 의미를 발견하는 동시에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과 대상에서 의미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믿어야 한다. 그리고 예수가 말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