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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Apr 03. 2022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희망의 심리학

김현규 씀

당신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다 / 김미라 / M31 / 2021.04.

진정한 자유란, 무엇으로부터 혹은 누군가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향해, 누군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성서 탈출기(출애굽기. Exodus)를 읽다가 똑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 문장이 반가웠다. 누구나 문제 상황을 만나면 우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보자는 식으로 행동하기 쉽지만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단지 벗어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일단 눈앞의 문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새로운 문제를 만나거나 더 나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는 문제 상황, 즉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자신의 선택으로 실현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기 때문이다.


선한 일이란 인간이 본질적으로 자기 존재 의미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반대로 악한 일이란 인간의 존재 의미가 실현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하면서 교육을 생각한다. 교육은 금지하는 게 아니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아는 것은 힘이고 교육은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본다면 교육이 전수하려는 힘은 자명하다. 교육받은 사람은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자신 안에 있는 가능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사람에게 그런 힘을 주는 것이 교육이고 빅터 프랭클이 말한 ‘선한 일’이다.


  이 책은 실존철학에 바탕을 둔 심리치료 이론인 로고테라피(=의미 치료)를 다룬다. 창시자는 “죽음의 수용소로부터”로 유명한 나치 수용소의 생존자 빅터 프랭클(1905~1997.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이다. 책을 통해 전부터 빅터 프랭클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관심이 갔다


  저자는 우리 인생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비극으로 고통, 죄책감, 죽음을 든다.


이런 비극적 상황에서 우리는 절망하고 실의에 빠져 마냥 무기력하게
그 상황에 이끌려 다닐 수도 있고, 스스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현할 훌륭한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긍정 심리학과 현실치료의 기본 이론인 선택 이론이 떠오른다. 이런 유사성으로 볼 때, 아마도 빅터 프랭클의 이론이 이후 이론들에 영향을 주면서 더 체계화되어 발전했을 것이다. 아마 회복 탄력성 등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학생들에게 실패를 귀하게 쓰라고 말한다. 실패는 그 자체로는 그냥 실패일 뿐 곧바로 성장의 동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실패가 아니라 실패에 대해 성찰할 때 배우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극적 상황이 회피 대상이 아니라 주어진 것, 곧 당당히 마주해서 꿋꿋이 버텨내야 하는 것이라면 단순히 비극적 상황에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에 대한 선택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초점이 비극적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나의 대응 곧 선택에 있다면 그것이 배움과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서문과 목차가 눈에 띈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지만 꼭 읽고 싶은 분들에게는 서문과 목차를 추천한다. 목차만 봐도 책의 구성은 물론 내용도 짐작할 수 있다.


제1장 삶의 의미
삶의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 의미는 발견하는 것이다 / 의미와 기쁨 - 좋은 의미 vs 나쁜 의미 / 쾌락, 행복, 기쁨의 차이 / 의미 있는 삶이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다 / 의미를 발견하는 세 가지 길 / 궁극적인 의미는 믿음의 문제다 / 무조건적인 삶의 의미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제2장 의미에의 의지
의미에의 의지는 인간의 행동을 설명해주는 1차적인 동기다 / 행복과 성공을 목표로 하지 마라 / 의미에의 의지가 억압되거나 좌절되거나 무시되었을 때 우리는 실존적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 굶주림이 우리 몸이 위험하다는 신호이듯, 지루함은 우리가 위험하다는 영으로부터의 신호다 / 건강한 긴장은 성장의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다 / 갈증은 세상에 물이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제3장 의지의 자유
수용소에서 누군가는 성자였고, 누군가는 돼지였다 / 인간은 결정하는 존재다 / 진정한 자유란 무엇으로부터 혹은 누구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향해 누군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 진정한 자유란 한계가 아니라 선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 선택하지 않은 것도 선택이다 / 선택에는 중립이 없다

제4장 인간의 영
인간은 영적인 존재다 / 인간의 영은 절대로 아프지 않다 / 인간의 영은 절대 상처받지 않는다 / 인간의 영의 도전적 힘

제5장 자기초월
인간은 자기초월적인 존재다 / 패배하고 실패했다고 느끼는 바로 그곳에서 인간은 자기초월을 통해 숨겨진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 자아실현은 자기초월의 부산물이다 / 인간의 자기초월성은 참자아와 자아실현의 척도다 / 자기 자신을 잊을 수 있다면 심리치료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 자기초월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를 가장 많이 도울 수 있다 / 과도한 의도는 과도하게 숙고하게 만들고 그것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탈숙고)

제6장 자기와 거리두기
인간은 자기 자신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존재다 / 거리두기를 통해 인간은 피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 감정이나 고통은 잘 기술하는 순간 더 이상 감정이나 고통에 머무르지 않는다 / 유머는 인간 영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것, 웃게 하는 것이 우리를 공포스럽게 하지 않는다(역설적 의도)

제7장 인간의 유일성(고유성)
모든 인간은 각자 그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하고 유일한 존재다 / 오직 사랑만이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그 사랑만이 고유함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 인간의 모든 행동은 각각 그것만의 유일한 자취를 남긴다

제8장 양심
양심은 직관적이다 / 양심은 의미 발견을 위한 나침반이다 / 양심은 본성적이다 / 양심은 창의적이다

제9장 고통
삶의 3대 비극과 비극적 낙관주의 / 개인의 욕심과 기대가 불필요한 고통을 야기한다. 이때 불필요한 고통은 자학이다(피할 수 있는 고통) / 피할 수 없는 고통 / 통제할 수 없는 상황(운명 영역)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자유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정신건강의 핵심이다 / 인과론적 세계관과 목적론적 세계관

제10장 죄책감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서 죄책감을 빼앗는다면, 그 사람으로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빼앗는 것이다(정상적인 죄책감) / 비정상적인 죄책감 - 신경증적인 죄책감 / 내 삶의 대의에 온전히 반응하고 살아가지 못할 때 우리는 실존적으로 죄책감을 느낀다(실존적 죄책감)

제11장 죽음
고통과 죽음 없이 삶은 완성될 수 없다 /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처럼 사십시오. 지금 막 하려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그릇되게 했던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십시오 / 죽음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완성한다

제12장 로고 힌트
로고 힌트 인식하기 / 좋은 질문 vs 나쁜 질문


  사실 로고테라피는 빅터 프랭클이 만들었지만 니체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제1장 첫머리에 나오는 이 문장을 빅터 프랭클이 “죽음의 수용소로부터”에서 인용했다. 이것이 로고테라피 곧 의미 치료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의미는 발견의 대상이며 궁극적으로는 믿는 것이다. 현상이 증언하는 의미를 발견하는 동시에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과 대상에서 의미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믿어야 한다. 그리고 예수가 말한 것처럼


“네 믿음이 너를 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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