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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블리 May 10. 2024

자매의 반려동물

인생이란 정말 한 치 앞도 모르고, 장담도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집엔 원래 음기가 가득했다. 인간 여자 둘(암컷)이 부대끼고 살아가는데 가득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평소 우리 자매는 미신을 신봉하지 않는다. 일단 나와 동생은 가성비 충인데, 미신을 믿는다는 건 때에 따라선 시간과 돈이 곱절도 더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봐라, 이사만 해도 그렇다. ‘손 없는 날’에만 골라서 이사하려면 어떤가? 이사비가 곱절로 든다.


그런데 우리 자매가 음기, 양기를 따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다가 계속 유지해도 돈이 더 들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가성비 충으로서 딱히 이것을 멀리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이 ‘놀이’가 재미있었으니 이득인 셈.


우리는 우리 집에 음기가 가득하다며, 우리에게 처음 생긴 중고차 이름에 토니 스타크(차종 : 스파크)라는 수컷의 이름을 붙여주고 깔깔거렸다. 집에 들여온 식물들에도 수컷의 이름을 붙여주었다.(식물연쇄살인마라서 얘네들이 벌써 죽고 없어진 후라 지금은 이름을 까먹었다ㅠ)


사실 우리 집엔 수컷 강아지 한 마리가 있는데, 이 녀석은 중성화가 되어있어서 수컷이라 부르기도 모호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달리긴 달렸으니(?) 수컷이라고 해야 하나, 씨앗이 없으니 아니라고 해야 하나. 단순히 씨앗이 없다고 수컷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건 동물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니 일단 수컷이라고 정정해야겠다.)


그러던 중, 텃밭을 가꾸러 토니 스타크를 몰고 가던 길. 도로에서 눈이 아픈 새끼 고양이를 줍게 되었다. 그 길로 동물병원에 데려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데려와 임시 보호하기로 했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물론 그 새로운 주인이 결국 내가 되었다는 건 놀랍지도 않은 사실이다.


정말이지 고양이는 키울 생각 없었는데. 


내 인생에 고양이란 절대 없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고등어 한 마리와 침대를 나눠 쓰고 있다. 강아지는 동생이, 고양이는 내가 전담하고 있다. 이렇듯 인생이란 정말 한 치 앞도 모르고, 장담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또 하나 느낀 게 있는데, 바로 ‘집사’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고양이를 키우는 걸까? 왜 집사를 자처하는 것인가?


아니, 이 고양이라는 것들이 강아지처럼 애교가 있기를 해, 낯선 사람 오면 짖어서 집을 지키기를 해? 게다가 가끔 유튜브에 개냥이라고 나오는 애들은 강아지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것들이다. 얼마나 애교가 없으면 얼굴 비비적거리는 것만으로도, 이름 부르면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 반겨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환호할까. 그러다 낯선 사람이 오면? 저 혼자 숨기 바쁘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은 얼빠라는 것. 그냥 이뻐 죽을 것 같아서 키우는 거다. 이 고양이라는 것들은 그냥 얼굴이 다한다. 얼굴 하나로 인간을 뜯어먹고 산다. 또 토실하면 토실한 대로, 매끈하면 매끈한 대로 귀여운 몸매는 어떻고. 게다가 세상 차갑게 굴다가도 가끔 그릉그릉 오토바이 소리라도 내면 인간인 나는 황송해서 어쩔 줄 모르게 된다.


확실히 강아지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알아가는 집사 2년 차. 이제 나도 여느 집사들처럼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아닌, 모시고 사는 것으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처음 발견했을 당시의 모습.
하루 만에 우리집에 적응하던 '고양이'. (이때까지만 해도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행여나 정들까 봐...)
졸귀 시절...
그리고 현재, 위풍당당한 수컷(씨앗 없는) 고양이가 되었다. 같이 동거하는 푸들(4.5kg)보다 체급이 더 크다. 몸무게 7.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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