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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개비 Feb 10. 2022

영남알프스 노매드 (가지산)

가지산(加智山), 지혜가 더해지는 山!

가지산 (加智山 1,240.9m)


백두에서 뻗어 내린 백두대간이 태백시에 이르러 낙동정맥이라는 딴살림을 차려 남동쪽으로 살짝 가지치기를 시전했다. 물론, '가지치기'를 해서 가지산이라 불리는 것은 아니다.


영남알프스의 맹주

강원도 태백에서 부산의 다대포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낙동정맥 중에서 가지산은 태백에 있는 '백병산(해발 1,259.3m)'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가히, "영남알프스의 맹주"라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영남알프스 9봉 오르기나 B사의 100대 명산에 도전하시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최단 거리인 석남터널 기점(왕복 6.5km)이나 석남사 주차장 기점(왕복 11km)을 택한. 그 외에 체력적인 고려를 하시는 분들께서는 임도가 절반 이상 섞여 난이도가 가장 쉬운 운문령을 들머리로(왕복 11km) 하여 쌀바위를 거치시기 때문에 그 유명세에 비해 산세가 다소 밋밋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석남사 일주문 : 유료 입장이라 주로 날머리로 이용함

하지만, 태백산의 원시림에 버금가는 심심이골과 학심이골의 울창한 숲과 계곡에는 아직도 가끔 6.25 때 빨치산들이 뿌린 삐라조각이 발견되기도 할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쉽지 않은 산이다.

그렇기에 가지산 서북릉과 운문산 동북릉이 둘러싼 지역은  태고의 자연미를 간직하고 있어서 환경청에서 "삼림유전자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공식적으로는 인간들의 출입을 영구히 통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태고의 원시림과 다수 남아 있는 미답지로 인해 아직도 이곳에 가지산 표범이 생존해 있을 것이라믿고 기대할 수 있 이유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단순히 정상석 만을 목표로 하신다면, 가지산이 숨겨 놓은 진짜 속살을 보시기는 어렵다.

비구니들께서 가꾸어 놓으신 청정도량 석남사를 휘돌아 굽이치는 석남사 계곡의 황홀한 오색단풍과 핏물이 뚝뚝 떨어질듯한 운문사의 단풍 계곡을 만나면 애초에 등산은 포기하고 단풍놀이에 스틱 썩는 줄 모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영남알프스 9봉 오르기 선착순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지산은 특히 1,200년 된 철쭉 나무가 꽃을 피우는 5월 중순과 5월 말 사이에 방문하시는 것이 좋다. 만약, 봄을 놓치셨다면 11월 하순에 석남계곡의 핏빛 단풍을 즐기러 오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내장산, 백양산의 것과는 달리, 다른 활엽수종들과 어우러져 대가댁 아씨가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놓은 오색의 비단 수를 보는 듯 하다.

마지막 한국 표범이 포획되었던 입석대 바위 능선, 한때 울산 태화강의 발원지로 알려졌던 쌀바위 샘, 그리고 날아가던 학이 아름다움에 취해 한참을 머물렀다는 학소대와 학소폭포, 웬만한 체력으로 설핏 들어섰다가는 숨 줄 놓기 딱 좋은 쌍두봉과 관음봉(북봉) 코스, 그리고 쇠점골, 용수골, 진달래 능선, 자살바위 능선, 가지산 온천 등등...


가지산은 오르면 오를 때마다 주워 듣는 얘기가 새로 생겨 나는 곳이다. 산이 높은 만큼 골이 깊고, 산이 넓은 만큼 숱하게 많은 비경들이 숨어 있으니, 입산을 거듭할수록 역사가 더해지고 삶이 더해지는 것이다.


지혜가 더해지는 山

가지산의 이름 유래에 대한 이야기는 몇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오를수록 지혜(智)가 더해(加) 진다"라고 하였으니 산 이름도 가지산(加智山)이 아닐런가.

불자(佛子)들께서는 산아래에 있는 '석남사'와 '운문사'의 영향 때문으로 "석가(釋迦)의 지혜()가 깃들어 가지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이 일대에 까치가 많아서 불리던 '까치산'의 이두식 표현이 전해져 '가지산'이라고도 한다.

정확한 유래가 어찌 되었가지(加智)라는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지혜가 더해지는 산'이라 하니 왠지 입산 자체만으로도 기대만발해야 할 산임이 분명하다.

예전부터 있던 사립 정상석은 1,240m라는데, 약간 아랫부분에 위치한 공립 신정상석은 1,241m라고 표기되어 있다. 국토교통부 공식 해발 1,240.9m라는 소숫점 측정 결과가 가져온 해프닝이다.  1m 손해이긴 하지만 모양이든 크기이든 간에, 세금을 쏟아부은 거대 정상석보다는 지역 산악회가 정성을 갹출한 개성있는 정상석이 훨씬 마음에 드는 모양새다. 


남은 이야기들

짧은 글로 어찌 가지산을 다 얘기할 수 있겠는가. 가지산을 수호하는 현무와 마지막 한국 표범의 포효, 천연기념물 철쭉군락을 얘기하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하다. 그리고 가지산 정상 대피소의 라면과 중봉 대피소(석남재 대피소)의 사랑하는 순이씨 이야기, 쌀바위와 귀바위, 대홍수의 전설을 품은 배넘이재 등등.

개략적인 9산의 연재가 끝나면 잊지 않고 꼭 외전으로 들려 드리고 싶다.




다음 이야기 : 일천 개의 달이 뜨는 간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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