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등반을 위한 주요 들머리인 영남알프스 복합 웰컴센터(울주군 등억리소재) 일원에서"제7회 울주 세계 산악영화제"가 시작되었다(2022.04.01~04.10).
등산 인구가 400만이 넘는다는 한국의 현실에서는당연히 있어야 할 영화제이지만, 클라이밍이나 알피니즘 같은 전문 산악인 보단 동네 산악인이 많은 한국인에게는다소 낯선 소재의 영화제이다.
등산인구: 1개월에 1회 이상, 산의 정상을 목표로 등반하는 사람을 말한다.
조그만 산골 동네,농막 같은 컨테이너에서 영사기를 돌리며 시골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 주던 어느이장님의 작은 몸짓에서 시작되어국제 규모로 거듭 난 산악영화제이다.
2015년 프레행사를 시작으로 행사를 보완해 가며 어느새 7회째를 맞이했다.
프레 행사부터 5회까지는 억새가 한창인, 구월 말과 시월 초에 걸쳐 행사가 진행되어 산 아래에서는 영화제를 그리고, 간월산과 신불산의 정상 아래 간월재에서는 일렁이는 억새 물결의 한가운데에서"울주 오디세이"라는 산상 음악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해발 900m 간월재 억새밭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준령이 둘러싼 영화제 행사장,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반짝이는 그 하늘 아래에서 펼쳐지는 영화제와, 15만 평 은빛 억새의 고갯마루에서 연주되는 음악 축제를 참가해 본 사람은 그 벅찬 문화의 감동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2020년과 2021년은 현대 인류가 겪어 보지 못한 절체절명의 역병으로 인해 행사의 단절이 우려되었지만, 영화제의 규모를 자동차 극장, 온라인 상영관 운영 방식으로 변형, 축소하고 카펫 행사 같은 대면 행사만중단하여 그 명맥을 온전히 이을 수 있었다.
다른 나라들의 국제규모 영화제들이 취소된 것에 비하면, 울주 세계 산악영화제 집행위원회와 울주군, 울산광역시의 역량은, 산악인이자 문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보기에는 실로 대단한 것이라 칭송하는 바이다.
산악문화의 발견
울주 세계 산악영화제는 단순히 산악인들 만을 위한 영화제는 아니다. 영화제가 지향하는 바는 "자연과 인간의 삶이 어우러진 산악문화"의 발견이다. 자연 속에서 겪는 시련과 극복, 도전과 성취, 갈등과 공존, 모험과 좌절 등등을 가식 없이 보여주는 현장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제 상영작의 대중성은 여타의 상업 영화제들과 비교해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유명 산악인의 행적을 쫓는 다큐멘터리, 산악지대나 해양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 야생 동물들과 주민들을 다루는 드라마, 자연을 벗 삼는 애니메이션 등등 약간은 생소한 분야로 구성되고 있다.
제1회 "라인홀트 메스너" 초청 강연, 싸인회
그 생소함의 와중에도 주목할 점은, 기록을 통해 자신들의 모험과 도전을 기록한 "라인홀트 메스너, 릭 리지웨이, 크리스 보닝턴, 쿠르트 딤베르거, 비엘리츠키" 등등 세계 산악계의 거장들을 초청하여 "산악 문화상"을 수여하고 그들의 강연을 직접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타의 산악영화제가 유명산악인의 특정한 위업에 시상을 하거나 상업적 영화를 평가하여 시상하는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방식이다. 이것이 울주 세계 산악영화제의 색깔이다. 또한 엄홍길, 김자인, 김창호, 김홍빈 등등 그 이름만으로도 한국 산악계를 빛낸 산악인들을 홍보대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칫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도 있었던 산악영화제는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각종 체험장 운영, 지역 토산품 홍보와 판매, 우수한 재질과 디자인의 기념품 판매, 푸드 트럭, 유명 브랜드 스폰서 등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언앙읍사무소 부대시설을 가설극장으로 운영하는 등 접근성을 높여 비산악 인구의 접근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린카펫, 개폐막식 공연, 초청강연, 제품 홍보 등등
4월의 영남알프스는 벚꽃과 진달래가 한창이다. 그리고 세계의 산악인들이 집중하는 영화제가 시작된다. 아직은 캐나다 밴프 산악영화제와 이탈리아 트렌토 산악영화제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과거를 잘 기억하여 현재를 잘 운영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반드시 세계 3대 산악영화제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쪽 산악인의 축제로 지적받고 있는 몇 가지 부족한 점을 짚고 가야겠다. 정성스레 준비한 요리에 초를 뿌리려는 것이 아니다. 나보다 더 똑똑한 전문가들이 기획하고 설계한 영화제인 것은 분명하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부는 바람은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좌우로 달아나려는 말들이 전차를 전진하게 한다. 누군가는 "여기 고름이 맺혔소"하고 고름을 짜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