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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리 Dec 30. 2023

2. 연금술사 Alchemist

자아의 신화에서 비롯한 아름다움


삶으로부터 나에게 흘러왔던 첫 번째 싸인은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았다. 가장 먼저 기억이 나는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경험이다. 나는 버스, 지하철을 타고 두루 돌아다니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이곳저곳을 살피고 구경하며 다니는 것은 마치 여행자가 되어 경험하는 낯선 느낌, 자유로운 느낌을 선사했다. 그해 겨울 나는 광화문 교보문고로 여행을 갔다. 북적이는 사람들, 기분 좋은 새 책의 냄새, 깔끔하게 정렬되고 예쁘게 디자인된 다양한 책들은 서점 여행의 즐거운 요소였다. 솔직히 나는 책을 잘 읽는 학생은 아니었다. 책만 보면 망상에 빠지다가 꿈으로 이어지곤 하였다.


그날 유난히 내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였다. 소설가를 많이 알고 있진 않았지만 처음 보는 작가였다.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 책의 표지였다. 사막의 피라미드 앞에 서 있는 남자 위로 거대한 달이 빛나는 파란 밤하늘이 그려진 책이었다. 책의 제목과 그림이 나에게 와닿았던 모양이다. 처음으로 내 돈으로 산 소설책이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 그 책을 읽었다. 그 당시로서는 너무 난해한 문장들이 많았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재미있었다. 사막의 모래바람이 주인공을 감싸는 장면에서 나는 그 바람을 느끼고 있을 정도로 몰입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이 찾던 보물이 여행의 시작점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놀라움과 감동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연금술사>는 내 인생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은 지금도 내 삶을 크게 바꾼 책이라고 생각한다.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표지 일러스트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이 문장에서 그 당시 나는 그동안의 내 삶에서 간절히 원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중학교에 갈 때 남녀 공학에 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었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어 했고, 같은 반 친구와 친해져 그 동아리에 들어가서 무대에도 서 보기도 했다. 고등학교도 내가 가고 싶은 학교로 진학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귀엽게도 정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연금술사>를 보니, 어마어마한 문장들이 참 많았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다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고대부터 연금술사들은 ‘현자의 돌’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이 돌은 무엇이든 금으로 바꿀 수 있는 무한의 돌이다. 연금술은 물질이라는 형이하학의 개념을 벗어나 형이상학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연금술의 현자들은 그 돌을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그들 마음 안에 굳건한 바위처럼 자리한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마음속 굳건한 자기 자신은 그에게 어떠한 것이 와도 자신으로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현자의 돌’ 그 자체이다. 우리가 잘 아는 부처와 예수 같은 인물이 바로 그 현자이다. 그들은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금으로 만드는 분들이다.


모두가 현자처럼 살 수는 없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서 자아의 신화를 만들어 각자의 방식 안에서 현자의 돌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게 아름다움이 아닐까?


 본래 아름다움의 의미는 ‘나 나름대로’라는 뜻이다. 자기 나름대로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 자아의 신화로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아름다움이며 우리가 행복을 찾길 바란다면 우리 자신을 먼저 찾아야 한다.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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