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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리 Dec 23. 2023

삶이 보내는 싸인(sign)

" 어떤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삶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일이 그곳에 있는 한 우리는 그 길을 따르고 그 길을 존중하고 그 길과 대면해야 한다."


          - 체로키 부족의 인디언 치료사 '구르는 천둥' -      <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양승권, 2020


 2007년도쯤 <시크릿>이라는 자기 계발서가 유행한 적이 있다. 진정으로 바란다면 우주는 그 바람에 응답해 준다는 것이다. 나는 전적으로 이 책과 다큐멘터리를 믿었다. 지금은 더 확실히 믿는다. 그동안의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랬기 때문이다.


 나는 연극 연출가이다. 2010년 겨울. 내가 어떻게 공연을 제작해야 할지 모를 때, 무작정 무일푼으로 무조건 공연하자고 친구들을 모았다. 다들 가난한 예술가들었다.

 내가 무모하게 시작한 이유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헤르만 헤세(Herman Hesse)의 <싯다르타>를 읽다가 머릿속에 문득 '이걸 연극으로 해야겠다'라는 생각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 생각이 나를 지나가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뛰는 강렬한 느낌과 새로운 설렘이 나를 감싸는 듯했다. 이 느낌내 마음을 자극했다. 나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싯다르타>를 선물하며 이걸 같이 공연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2~3일 뒤 친구는 좋다며 수락했다. 우리는 새로운 팀원을 모았다. 그렇게 4명의 친구를 모아 팀을 만들었다. 우리의 의지는 강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연기, 연출만 공부했지 제작은 전혀 몰랐다. 그래도 이 마음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여러 선배님, 선생님들을 찾아가 상담도 했다.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던 것 같다. 그러나 제작에 대해서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김정숙 대표님께서 우리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시고는 한 가지 제안을 하셨다. 우리가 대표님 공연을 도와주면 대표님도 우리를 도와주시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강아지똥>이란 공연을 하며 실력도 쌓고, 공연 자금도 모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때 시작한 <강아지똥> 공연은 내 인생을 크게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 이건 다음에 이야기해 볼 것이다.


 <강아지똥> 공연을 하면서 <싯다르타> 팀은 계속 만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서, 대표님께서 한 가지 소식을 전해 주셨다. 과천에서 새로 신진 예술가 지원 사업을 한다는 것이었고, 우리는 처음으로 지원사업을 신청했다. 이러저러 사건이 많지만 간략히 줄이자면 나는 심사, 면접을 통해 우리의 공연 의지를 전달했고,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비를 가뭄에 단비처럼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2011년 6월 과천에서, 우리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던 <싯다르타>가 무대에 올랐다. 부족한 것도 많고 처음 시도하는 것도 많은 작품이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만나면 그때 그 <싯다르타> 이야기를 한다.


 이 에피소드는  내 마음의 진정한 바람을 원하며 우주가 보내는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던 과정을 가장 명확히 기억하는 일이다. 처음 지하철에서 읽고 느꼈던 그 마음! 이것이 세상이 나에게 보낸 싸인(sign)이었다. 이 싸인을 지나쳐 버리지 않고 마음에 품고 나는 친구를 모았다. 이 만남은 다시 다른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기회로 연결되었고, 그로 인해 무대 위에 선보일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무척 경이롭다. (이 밖에도 다른 여러 에피소드가 있으니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한 참 뒤 극단 대표님께 상담 신청을 했다. 그때 대표님께서 삶의 선배이자 어른으로써 이 말씀을 해주셨다.


"세상은 네가 잘 될 수 있도록 수많은 싸인을 보낸다. 사람들 대부분은 그 싸인을 놓치거나 그냥 흘려보낸다. 너는 그 싸인을 잘 알아보고, 잘 잡은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네가 정말 원하는 것을 잘 생각하고 진짜 원해서 그것을 실행하면, 세상은 그 씨앗이 잘 커서 꽃이 피도록 도와준다"


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나는 삶이 보내는 싸인에 대해 믿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데... 물론 모든 싸인을 다 잡기엔 너무 어렵다.


그렇게 벌써 십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삶이 보내는 싸인은 지금 나와 늘 같이 있다.

내가 보는 것, 내가 듣는 것, 내가 느끼는 것! 이것들이 곧 싸인이다. 나는 이 싸인들에서 나를 발견하고 나를 돌아본다.

  예를 들면, 버스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을 보고  지금 내 얼굴은 어떤 표정인지 돌아본다. 그리고 나도 저렇게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러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모르는 그분에게 감사한다.

작은 싸인, 큰 싸인을 잘 발견하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다.


싸인을 발견면 행동해야 한다.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싸인은 떠나간다. 세상이 주는 싸인을 행동을 통해 내 것으로 완성해야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또 반성한다.

그동안 싸인을 느꼈지만 머리로 해야지 하고 실천하지 않은 것이 많다.


이번 글쓰기도 하나의 싸인이다...

이것은 꾸준한 나의 업이 되길 진정으로 바란다.


 연극<싯다르타>2011

작/연출 : 김기정, 프로젝트팀 '만나다'

출연 : 이준영, 김민주, 안창환, 여승호, 박재홍, 황연비,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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